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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입문 세미나]6주차 후기-마지막, 지극히 사사로운 괘사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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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무정원 작성일21-12-26 11:11 조회4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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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괘사효사 맛보기

주역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본 저자를 따라 5회의 세미나를 마치고 마지막 날은 박윤희샘의 천택리괘와 송형진샘의 천화동인괘를 보기로 했다.

박윤희샘은 자신의 주역공부의 미래를 의문부호 뽑은 괘이고 송형진샘의 천화동인괘는 내년이 임인년인데 주역으로 풀면 천화동인(대산 김석진 선생의 방법)괘이다.


* 박윤희샘-주역공부를 해야 할까? 주역공부를 한다면 그 공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천택리괘

리괘-호랑이 꼬리를 밟아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

    최근에 호랑이 다큐에 젊은 날을 쏟아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pd가 된 한국인의 인터뷰를 들었다. 그에게 들은 호랑이는 사람을 싫어하고 혼자 산다. 그리고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민가에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는 호랑이는 늙거나 병들어서 짐승을 사냥할 수 없는 호랑이다. 건강한 호랑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차가운 눈빛으로 레이져를 쏜 후에 사라진다. 그래서 호랑이를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 그런 호랑이의 꼬리를 밟았다. 그런데 그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나의 얇팍한 호랑이 지식으로 해석해 보자면 만나기 어려운 호랑이, 즉 공부하게로 마음먹기 어려운 주역을 공부하게 되면 호랑이 꼬리를 밟은 것처럼 놀라고 기압할 정도의 난관이 있겠지만 결국엔 참으로 괜찮은 공부가 될 것이다. 라는 뜻을 읽혔다. 


* 송형진 샘-2022년 임인년

천화동인-동인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넓은 들판에서 하면 형통하니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고 군자가 올바르게 행하는 것이 이롭다.

초구효-문을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하니 허물이 없다.

육이효-자기 집안에서만 사람들과 함께하니 부끄럽다.

구삼효-병사를 수풀에 감추어 두고 놓은 언덕에 올라가서 엿보지만 3년 동안 일으키지 못한다.

구사효-담장에 올라가지만 공격하지 못하니 길하다.

구오효-사람들과 함께하는데 먼저 울부짖다가 나중에 웃으니 큰 군사로 이겨야 서로 만나게 된다.

상구효-교외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니 후회할 일이 없다.

    사회적인 이슈로 익숙한 괘사 천화동인이다. 자신의 회사를 위해 지은 이름이니 당연히 좋은 뜻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효사의 의미에 포커스를 맞춰본다. 주역은 괘의 뜻과 각 효의 뜻이 상충하는 경우가 있다. 효는 각자의 처지에서 보는 입장인데 이점이 주역의 유니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괘의 의미가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 해도 효사를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양달과 응달이 있다. 정말 솔직하지 않은가. 우리가 넋두리를 하다가 얻은게 있으면 읽은게 있다는 중 인생 새옹지마라는 둥 무심결에 나오는 말이 선인들의 삶을 통찰한 에센스 같은 문장들이다. 그 통찰이 주역의 효사에서도 보인다. 공자시대의 출신과 신분에 따른 정해진 처지가 효사를 이해하는데 속전속결이었다면 현대시대는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는 제각각 이다. 집에서 죽어지내다가 집 밖에서는 제세상인양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주도자가되기도 하고 주변인이 되기도 한다. 리더를 보는 마음 리더가 된 사람이 마음의 교집합과 여집합을 인정한 효사가 자상하면서 괘처럼 단정적이지 않아서 절대적으로 나쁜괘도 절대적으로 좋은 괘도 없다는 의미로 전달될 때가 있다.

 

2.  지금부터 지극히 사사롭고 개인적인 세미나 후기

    주역이 초반 진입장벽이 높은 공부임에는 틀림없다. 많이 듣던 철학 용어도 아니고 한자 자체가 이젠 외국어로 느껴지는 현대인의 삶에 게다가 현실과 무관한 한자어에서 내 삶의 자세를 깨닫기 위해서는 공자를 능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주역점을 주역 공부에 대한 나의 미래로 화두를 두었으나 주역점을 칠 시간이 없었다. 다행이 박윤희 샘의 화두가 나와 같아서 반가웠다. 택천리 괘에서 나는 호랑이 꼬리를 밟는다 라는 문구가 뇌리에 박혔다. 고양이과의 동물 꼬리는 대부분 귀엽다. 그러나 실수로 맹수의 동물 꼬리를 밟았을때 기분을 상상해 보면 발을 디뎠을때 느껴지는 물컹함에 놀라고 그 물컹함의 근원이 맹수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번 세미나가 그랬다. 몇년 전 일일코스로 주역점을 치는 수업을 들었다.(감이당은 아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맛보기로 하루 공부할 수 있는거 뭐 없을까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강의를 들었는데 다들 주역공부를 좀 하신 분들이었다. 주역의 괘는 암호문 같았고 한자의 괘를 한글로 표현한 한글은 내겐 그저 의미를 모르는 의성어였다. 그런데 중국사람들이 주역점을 치는 시간과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자 간결한 동양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내겐 너무 먼 주역. 감이당의 주역 공부 과정은 마치 위성에서도 보이는 만리장성처럼 너무도 엄청나 보여 일찌감치 포기하고 6회로 끝나는 주역입문 세미나를 신청했다.      

    세미나 책도 두껍지 않았고 목차를 보니 주역 철학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다. 주문한 세미나 책인 "주역의 세계"-카나야 오사무 저 를 받고 서장을 지나 1장을 읽는 순간... 아이고!!! 내용은 간단하나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찾아봐야 할 내용이 수십가지였다. 즉 이 책을 위한 해설서가 필요할 정도였다. 좌절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위로는 그저 이 책이 두껍지 않다는 것 (총253쪽) 뿐.... 내가 내 주제를 모르고 이걸 선택했구나. 지식도 시간도 자격이 없는 내가 6번의 세미나에 모두 참석 할 수 있을까. 앞이 캄캄했다. 

    세미나 발제 순서에 따라 찾아보니, 아... 더더욱 큰일 이었다. 유학의 중요 인물인 정이천을 맞닥뜨린 것이다. 정이천을 이해하려면 그 전까지의 중국철학의 흐름을 이해해야 정이천의 역할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멋들린 정도로만 이해하던 노자와 불교를 겸손하게 다시 찾아봐야 했고 만화책 고우영의 '십팔사략'으로 이해했던 중국의 역사를 문자로 다시 정리해야 했다. 직장인, 게다가 장거리 출퇴근 직장인인 내가 발제를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고양이 꼬리가 아닌 호랑이 꼬리를 밟은 것이다. 

    그 즈음 나는 몸이 피곤했는데 며칠동안 열이나 다른 증상은 없이 불쾌한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코로나 무증상자가 많다는 뉴스기사가 많아질 무렵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는 양성. 2차접종까지 마친 나는 돌파감염자가 되었다. 코로나 이후 회사 집이라는 단순 동선을 거의 2년째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양성자가 되자 주변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은 억울함과 범벅이 되었다. 다행히 나를 제외한 주변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며칠동안 잠만 자고 보니 불쾌한 피로감도 사라졌다. 그래도 확진자로서 지켜야 하는 격리기간이 내게 주어졌다. 그것도 나의 세미나 발제순서 직전에. 

    정이천을 찾아보면서 십여년 전 내 모습이 생각났다. 구경 중에 재미난 구경이 싸움 구경인데 도대체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당파싸움의 근원이 어디인가 궁금했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논쟁을 따라 올라가니 북송 정이천의 이기론을 만나게 되었는데, 순간 머리가 아파서(라고 쓰고 공부하기 싫어서라고 읽는다.^^) 책을 덮어 버렸다. 그때 책을 덮어버린 내가 보였다. 아... 발제순서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또 이기론을 만나는 구나. 하하하하하~~ 그 이기론을 주역동네에서 만나다니 반갑구려...(그런데 사실 식은 땀이 흐른다^^;;;) 올드보이 최민식이 선택지 없는 군만두를 먹듯이 나는 선택지 없는 정이천과 그 이전 중국 철학의 흐름을 먹었다. 사실 난 군만두를 좋아한다. 사실 난 중국철학이 궁금했다. 

    이번 세미나를 하면서 떠오르는 영상은 어릴적 외가에 가면 할머니가 키우시던 콩나물에 물을 주시던 모습이다. 건넌방 작은 통에 검은 색 천을 들추어 물을 붓고 다시 덮어두시고 하시던 모습. 흙도 없고 그저 물만 주는데 자라는 콩나물이 신기했던 것. 내가 이분야 전공자도 아니고 그저 호기심 하나로 이 공부가 내게 음식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콩나물에 물을 주시던 할머니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그저 하루에 몇번 흐르는 물이 유일한 양식인 콩나물일지라도 콩나무만 못한 나물일지라도 자라는 걸 포기하지 말자는 소박한 마음만이라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다.

 

Thanks to
이세경 샘,,, 두번의 불공평(^^)한 발제 중 한번은 발제자가 빠진 당일 그간의 공부 공력으로 빈 부분을 메꿔주신에 감사드립니다. 아... 진심 부럽습니다~ 더불어 저의 넋두리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공부를 함께하신 모든 샘들... 샘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만 어려운 세미나가 아니었구나. 했습니다. 더불어 그래서 같이 공부해야 하는 거라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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