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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주역 세미나]시즌1-3 후기. 수뢰둔_THE KUN HEX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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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뇽 작성일21-05-01 21:47 조회1,5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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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2 

 

수뢰둔 괘_THE KUN HEXAGRAM

 

세 번째 시간, 수뢰둔 괘입니다.

 

둔괘의 한자 자체도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려 버둥거리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혼란과 카오스, 이제 막 씨앗이 움트려는 순간의 강한 힘을 뜻하는 둔괘에는 어떤 영어 단어들이 나왔을까요?

 

초구효: the difficulty in advancing

나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초구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응하는 효, 다시 말해 각 효들의 짝에 대한 설명도 슬슬 나오기 시작하네요. 주역에서 짝으로 응하는관계를 말할 때 어떤 단어를 쓸까요? response, co-operation, recourse 그리고 correlated 라는 단어들을 쓴답니다~

 

2. 육이효: the horses of her chariot (also) seem to be retreating

오늘 세미나 시간에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구문입니다. 바로 승마반여”!

수뢰둔 괘를 아는 분이시라면 육이효/육사효/상육효 등 짝수 효에 모두 승마반여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계실 거예요.

말을 탔다가 내린다는 뜻의 승마반여.

여태껏 망설이며 말에 탔다가 내리고 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인줄 알았는데,

영어 주역을 읽어보니 신부가 결혼하러 말을 타고 온 것인지”, 도대체 누가 말을 타고 왔는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고대의 결혼 풍습에서 신부가 직접 말을 몰고 신랑을 만나러 간다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면 신부가 아니라 예비 신랑이 말을 타고 가는 것인가?

모두가 각자 가져온 다른 버전의 주역 주석본을 읽고 나서야, 저희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승마반여가 탔다가 내렸다 하는 행동을 뜻한다기보다는, 여러 무리가 말을 몰고 신부에게로 청혼하러 온다는 뜻의 무리 반자로 보는게 맞지 않겠냐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아무래도 중국의 고대 풍속사를 공부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왔답니다.

그 당시에 결혼은 어떻게 했는지, 예법은 어떠했는지를 알면 수뢰둔 괘의 효사들이 더 정확히 보이지 않겠냐는 제안이 참 설득력 있었어요.

왜냐하면 수뢰둔 괘는 초구-육사/육이-구오 이렇게 서로 짝이 되는 관계를 읽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결혼과 만남을 암시하는 효사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승마반여 또한 그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는 효사이기도 하고요.

 

영어주역을 읽다가 행동의 주체가 도대체 누구인지 다시 탐구하고, 거기서 고대 풍속사 공부까지 흘러갑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공부의 지평선! 아주 재미집니다~

 

3. 육삼효: The superior man, acquainted with the secret risks

군자기, 군자가 기미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기미라는 단어의 영어 번역은 secret risk에요. 잠재적인 위험을 알아채는 것. 기미라는 것은 계사전에서도 참 중요하게 언급되는 단어이기도 하죠. 기미를 먼저 감지하는 능력, 군자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4. 육사효: she seeks him who seeks her to be his wife

구혼구입니다. 혼인할 짝을 찾아낸 모습이죠. 육사효와 초구효의 만남입니다. Legge 선생님은 상괘와 하괘의 맥락 위에서 설명하고 계셔요. 하괘인 우레의 첫 번째 양이기 때문에 강력한 신랑감인 초구효, 상괘인 물의 첫 번째 시작인 육사효와 만나 위험을 타파하고 함께 나아가므로 길합니다.

 

5. 구오효: there will be good fortune in small things; with them in great things there will be evil

소정길, 대정흉입니다. 이 효사는 참 독특하죠. 조금씩 바로 잡아야 길하고, 크게 일을 벌리면 흉하다는 것이에요. 여기서도 small things, 작은 것들에 행운이 있고, great things, 크고 위대한 것들이 나쁘다고 써놨어요.

 

6. 상육효: weeping tears of blood in streams

읍혈연어입니다. 어휴, 저는 수뢰둔 괘의 상육효를 마주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어요. 원한에 가득찬 귀신이 웅크리고 앉아 피눈물을 흘리는 걸 보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Legge 선생님도 아주 부정적인 질문으로 주석을 달아 상육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대신합니다. What can remain for its subject in such a case but terror and abject weeping? 공포와 비참한 흐느낌 외에 상육효에게 달리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영어주역 세 번째 시간, 승마반여에 대한 토론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한문과 영어에 담긴 인식의 차이였습니다.

 

한문은 구체적인 주어를 상정하지 않고 말을 구성합니다. 승마반여 같은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누가 말에 올라탔는가? 정확하게 하나하나 짚어서 이야기하지 않아요. 던져놓고 끝이죠. 여기서부터 엄청난 해석의 여지가 열립니다. 그래서 수많은 문헌학자들, 고증학자들이 평생을 걸고 고전의 경구의 해석 방향을 두고 주석을 달고 해석하는 것이겠죠?

그에 반해 영어는 아주 구체적으로 짚어가면서 말합니다. 한문이 말하지 않는 주체나 동사, 부사나 장소 같은 것들을 Legge 선생님은 전부 괄호를 넣어서 문장을 끝끝내 완성 시키거든요. 구절들이 빠지면 말이 되지 않거나, 혹은 최소한의 해석조차 불가능하기때문에 이렇게 원전에 개입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여러 효사들을 보충합니다.

 

그래서 동양의 고전들은 아주 광대한 해석의 지평을 열어나갈 수가 있어요. 끊임없이 변전되고 재생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생겨납니다. 전문가든 문외한이든 자신이 아는 만큼만 참여하고 공부하면 됩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은, 어디 붙잡을만한 구체적인 잣대가 없다는 점이에요. 한문의 유연함은 자칫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어버리는 식으로 전락하기가 쉽습니다. 그냥 공자님의 좋은 말씀이군~ 이렇게 넘겨버리기 일쑤라는 것이죠.

 

영어는 아주 구체적으로 주체와 상황을 전부 짚어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장 하나가 만들어지기가 어렵죠. 그래서 번역을 보면 웃음이 나와요. sack 같은 것도 그렇고, small man이나 no mistake 같은 것들이 그렇죠. 잘못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여지는 전부 차단해버려요. 독자가 개입할 수 있는 폭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그만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놀랍죠, 영어로 동양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번역 패턴을 보면서 기본적으로 서양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 체계를 가늠해볼 수 있어요. 한 텍스트로 두 가지 문명의 인식론을 들여다볼 수 있다니 아주 흥미로운 공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재밌다, 재밌어~!!

 

수뢰둔 괘가 끝났습니다. Intro도 간간히 곁들여서 보고 있지만, 괘 하나하나 심도 있게 들여다보면서 두 시간 동안 괘사와 효사들을 깊이 음미해보는 것도 참 좋네요.

 

단어들이 별로 어렵지 않죠? 원서로 읽지만 어려운 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거나, 엄청 어려운 문장들만 나오거나 하지 않아요! 쉽게쉽게 읽어가면서 주역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답니다. 영어주역 세 번째 시간 또한 격렬한 토론과 입담들을 쏟아내며 알차게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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