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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새 책]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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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만수 작성일13-05-20 10:56 조회6,4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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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조용하고 가장 정적인, 하지만 가장 강렬한
나의 글이 나의 저항이다!

―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달랐던 글쓰기의 달인 이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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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관찰과 감수성의 소유자, "붓 끝에 혀가 달렸다"라고 할 만한 글재주꾼. 관운은 꽉 막히고, 세심한 성격에 그저 글쓰는 재주 하나. 그러면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뚝심 하나는 제대로 갖춘 외골수 아티스트. 흡사 문학한다는 친구들이 종종 그러하듯, 그는 평소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술자리에 가면 반드시 만날 수 있는 그런 유다.

물론 어울려 떠드는 성격은 아니다. 그저 말없이 구석에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 댈 뿐이다. 그러나 그날 술자리의 분위기라든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거지와 특징은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있다가 글 곳곳에 풀어 놓는다. 세상이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앞장서서 개혁을 외치는 그런 유의 인간도 아니다. 뒤에서 소리 없이, 자신이 쓸 수 있는 걸 쓸 뿐이다.

원하는 게 별로 없으니 타인의 시선이나 평판에 휘둘릴 리 없고, 구차하게 사느니보단 아무것도 없이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 오로지 읽고 쓰는 일, 그게 전부인 자. 이 사람이 바로 이옥(李鈺, 1760~1815)이다. 18세기 말 조선의 문장가, 간혹 '문체반정의 희생자'로 혹은 조선 후기 '여성적 글쓰기'의 표본으로 그를 떠올리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잊혀진 자다.

문체를 고치라는 왕의 명령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던 '외골수 아티스트' 이옥의 글을 읽는다. 자신의 문체를 지키기 위해 왕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으나 버려진 그 자리에서 자신이 버려졌다는 그 사실을 잊기 위해, 또 버려진 다른 사물/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 읽고 썼던 자, 이옥. 이목구심으로 토해진 그의 글을 읽으며 읽는다는 것, 쓴다는 것, 저항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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