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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완 신간 『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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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금 작성일15-09-12 17:48 조회7,5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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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완inNY.jpg

여러분 안녕하세요? 

모르시는 분 없겠지만 연구실 MVQ 프로젝트의 첫 삽질(?!)을 맡아

뉴욕에서 살며 공부하며 글을 쓰고 있는 해완 샘(사진 왼쪽; photo from MVQ)이 책을 냈습니다. 

이름하야, 『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

바로 이 책입니다~~

s돈키호테 표지입체.jpg

출판사의 간략한 책 소개글을 보지요.  

열아홉 살이 되던 2011년 『다른 십대의 탄생』이란 책을 써서 글쓰기로 세상에 얼굴을 내민 김해완이 이번에는 치열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읽어낸 『돈키호테』로 긴 호흡의 글을 내놓는다. 두 번째 책인 『리좀, 나의 삶 나의 글』로부터는 2년 만이다. 십대 말에는 “소녀는 인문학을 읽는다.”를 말하고, 이십대의 문턱을 넘더니 들뢰즈의 철학서를 읽고 자기식 사용설명서를 써낸 작가 김해완이 읽은 『돈키호테』는 어떤 모습일까? 이는 ‘책을 모험하는 책’이라는 부제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돈키호테는 책에서 태어난 이름이다! 전답과 가산을 내다 팔아 기사소설이란 것은 죄다 사들여 잠자는 것도 잊은 채 그 책들만 읽다가 마침내 뇌수가 말라 버려 정신이 이상해진 시골 귀족 키하노. 어느 날 문득 그는 읽는 것을 그치고 직접 기사가 되어 길 위에 나서기로 한다. 기사소설을 직접 모험하기! 원전의 작가 세르반테스는 10년 뒤 제2권(속편)을 펴낸다. 그리고 돈키호테는 다시 길을 나서는데 이 역시 ‘책에 대한 모험’이다. 독자들이 알고 있는 저돌적인 돈키호테는 1권 안에서만 유효한 평가다. 달라진 모험, 달라진 돈키호테, 변함 없는 산초. 이제까지 아주 조금 알고 있던 ‘우리들의 돈키호테’를 내려두고, 이 기발한 독서 광인의 진면목을 제대로 만나 보면 어떨까. 때는 바야흐로 속편이 세상에 나온 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자세한 책 소개와 구매는 맨 아래 인터넷서점 링크를 눌러 주시구요. ^^

한층 다져진 내공으로 장편 『돈키호테』를 돌파한 저자의 육성을 지면으로 전해드립니다!!


1. 20대 약관인데 이 책이 데뷔작이 아니라 이미 책 두 권을 낸 쓴 기성작가(?)여서 놀랐다….
   『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이 세 번째 책인 것은 맞지만, 또 막상 ‘20대 기성 작가’라고 불리니까 굉장히 쑥스럽다. 하하. 어린 나이에 책도 쓰냐면서 나를 대단하다 평가해 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글쓰기를 일찍 배웠을 뿐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무슨 이유로 학교를 자퇴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리고 공부 공동체 수유너머 남산(현 남산강학원)에 들어가 인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연구실은 ‘공부해서 남 주자’, ‘누구나 책 쓰고 강의해서 먹고 살 수 있다’를 모토로 은행원에서 자퇴생까지 모두가 함께 공부하는 공간이다. 신개념 직업 창출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계속 공부하다 보니 책을 쓸 기회가 생겼다.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쓸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기도 하고.


2. 저자 프로필과 서문에 보면 『돈키호테』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 같다. 그 인연을 소개해 달라.
   『돈키호테』는 고미숙 선생님의 소개로 읽게 되었다. 그때 당시 푸코를 배우고 있었는데,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17세기 고전주의 에피스테메를 시작한 대표 작품으로 『돈키호테』를 분석한다. 고미숙 쌤이 내게 현대철학뿐만 아니라 고전도 공부해야 한다면서, 푸코를 좋아하니 『돈키호테』도 좋아할 것이라고 추천하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보니 『말과 사물』은 저 옆으로 치워 버리고 오히려 『돈키호테』에 더 열렬히 빠져들게 되었다. 책이 배꼽 잡을 만큼 웃겼던 것이다!
   처음에는 유머러스한 세르반테스의 입담이 좋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몇 번째고 다시 읽을 때에는 삶과 책의 관계를 한 큐에 포착해내는 세르반테스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연구실에서 공부하면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많았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지만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누구에게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 다른 이에게는 아무 자극도 되지 않고, 책만 읽다가 현실 감각을 잃고 헛똑똑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맘대로 책을 읽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내 해석이 또 엉터리이고. 힘들게 읽은 책을 과연 삶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다.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내세워 그의 독서 체험을 몇 천 쪽에 걸쳐 보여 주었다. 돈키호테는 책에 미쳤다. 책이 현실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돈키호테 외의 인물들도 사실 각자의 머릿속에 심어진 환상을 따라서 살아가고 있다. 종이책을 읽지 않아도 형태 없이 떠도는 이야기, 루머, 소문에 휩쓸려 살고 있다. 단지 그 정도가 돈키호테만큼 강하지 않을 뿐. 따라서, 돈키호테라는 미친 인물의 등장은 거꾸로 일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한다. 책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삶의 사건이 벌어지는가? 삶 곳곳에 숨어 있는 책의 영향력은 또 얼마나 센가? 게다가 중요한 것은,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등장인물 모두가 활기 넘친다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책이라고 평해지는데,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인간은 책과 떨어져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성을 가진 동물이다. 고민하고, 망상하고, 상상하고, 그러다 가끔 깨닫는다. 일자무식 농부에서 똑똑한 박사까지, 모든 인간이 다 그렇다. 따라서 ‘책’이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인 셈이다. 『돈키호테』 덕분에 오만해지지 않되 오독을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책을 읽어야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3. 돈키호테와 산초 중 누굴 더 좋아하시는지?
   둘 다 좋아한다. 정말이다. 돈키호테와 산초를 각각 떨어뜨려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산초 없는 돈키호테, 돈키호테 없는 산초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인간의 두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명은 너무 똑똑해서 탈이고, 또 한 명은 너무 단순해서 탈이다. 게다가 둘 다 고집까지 세서 지켜보고 있으면 혀를 끌끌 차게 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둘이 함께 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어떻게든 해낸다. 산초만이 돈키호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돈키호테만이 산초를 변화시킨다. 이 두 사람을 관찰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책을 너무 읽어도 미치고, 책을 너무 안 읽어도 미치는구나! 그리고 사람은 혼자서는 완벽할 수가 없구나! 돈키호테형 사람과 산초형 사람이 함께 섞여 사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 모습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돈키호테 유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산초 유형이다. 단순하면서 자의식 없이 솔직한 사람,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이 좋다. 내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친구들이다.

4. 『돈키호테』 1권과 2권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나 사건이 있다면?
   『돈키호테』는 10쪽마다 새로운 사고가 터지는 숨 가쁜 책이라, 그 속에 숨은 깨알 같은 명장면이 너무 많다. 그래도 딱 하나를 꼽는다면 2권의 엔딩 장면이다. 이때 돈키호테는 고향 라만차로 돌아온 후 자기가 미쳤다는 것을 자각하고 우울증에 빠져 결국 숨을 거두게 된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인 결말이다. 돈키호테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 앞에 패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돈키호테가 제정신이 돌아온 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는 자기 인생을 저주하지 않았다. 그저 기사소설보다 더 훌륭한 책을 읽을 시간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한탄할 뿐이었다. 그의 육신은 사그라들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또다시 책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다음’이라는 희망이 『돈키호테』를 마무리하는 진정한 출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 인간이 책을 오독하고 세상도 오독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그 독서를 마쳤다. 하지만 이렇게 깨달았기 때문에 새로운 독서가 가능한 것이다. 다음번에는 좀 더 나을 것이다. 또 실수하고, 오독하고, 사고도 치겠지만, 그후에는 또 새로운 깨달음도 얻을 것이다. 이 차이 있는 반복이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이 결말을 읽으면서 진짜 유쾌함은 고생과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다시’를 말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5. 거의 2년마다 책을 내고 있다. 이전 책과 이 책을 쓸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에 대한 태도다. 이번에는 내가 『돈키호테』를 읽으며 느꼈던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기기를 바라는 온전한 마음에서 책을 썼다. 그전에는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독자였다. 스스로의 대한 고민이 많았던 탓이었다. 학교를 자퇴하면서부터 하루하루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삼포 세대’라는 딱지가 갑갑했고,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없는지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른 십대의 탄생』은 십대 시절 내가 안고 있었던 고민들이 날 것으로 담긴 책이다. 『리좀, 나의 삶 나의 글』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쓴 『천 개의 고원』을 내 식대로 리라이팅한 결과물인데, 이때는 이 철학책 속에서 내가 살아갈 길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썼다. 하지만 지금은 좀 편해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곧바로 대답을 찾아야 할 필요도 없고,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으로써 답하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내가 『돈키호테』를 통해 받은 선물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동기가 더 컸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매몰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6. 이 책을 만날 독자를 위해 홍보(!)나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책을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즐겁게 읽어 주신다면 더 감사하겠다. 이것말고 저자가 홍보할 게 또 있을까. 하하. 그래도 하나 더 바란다면, 이 책을 통해 고전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고전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전은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 책이다. 하지만 이는 그 책들이 변치 않는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가 어떻게 4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웃길 수 있겠는가? 시대와 상관없이 사람이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보편적인 포인트를 세르반테스가 제대로 잡아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전은 삶에서 뽑아낸 엑기스라고 할 수 있다. 유머의 액기스, 연애의 액기스, 복수의 액기스 등등, 다양하게 다 맛볼 수 있다. 옛날에 쓰인 책이라 문체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게 고전읽기의 유일한 장애물일 것이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쉽게 읽히는 책만 편식하기가 쉽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는 것은 그 책의 수준과 나의 수준이 동급밖에 안 된다는 뜻이니, 약간의 노력을 들이는 수고쯤은 감수해 주자.(^^) 고찬찬 시리즈처럼 고전의 원문을 찬찬히 따라가면서 장면 장면 해설해 주는 책부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고전 원문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7. 마지막으로, 요즘 고등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 기사를 이따금 들을 때마다 해완샘이 떠오른다. 이제 또래는 아니지만 그 친구들에게 배움에 대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듣고 싶다.
   ‘학교냐 아니냐’라는 문제는 배움과 별 상관없다. 어디서나 배울 수 있고,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사람은 학교 바깥에서도 배운다. 학교가 끔찍이 싫었는데 학교에 남은 사람은 ‘오늘날 학교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배움을 얻고, 학교를 자퇴한 사람은 학교 바깥에도 정해진 길은 없고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는다. 그렇다면 배움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스스로 질문을 품는 것이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설사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자기가 직접 질문을 던졌으니 그 배움은 삶에 실용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질문이 뭔지 잘 모른다.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호한 감정으로만 가슴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책을 읽고, 더욱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되면 자신을 움직이는 그 질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러니,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꺼뜨리지 말고 간직하자. 그리고 책을 읽자. 이것이 그 어떤 학벌보다도 큰 배움을 선사한다고 나는 믿는다.


『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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