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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아버지의 귀환, 그 불편한 진실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5-04-03 11:02
조회 : 2,236  
    | 수정 2015-02-20 오후 3:32:00

▲ 영화 ‘국제시장’의 아버지는 후손들의 고생까지 짊어질 정도로 책임감이 투철하다. 아버지들이 귀환한 것은 모성이라는 소재가 고갈났기 때문이다. 모성은 이제 진부하다. 그 빈 자리를 아버지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화 ‘국제시장’, 예능다큐 ‘슈퍼맨이 돌아왔다’,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요즘 가장 ‘핫’한 작품들이다. 공통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헌사 혹은 귀환을 다루고 있다. ‘국제시장’의 아버지는 피란과 파병 등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후손들의 고생까지 짊어질 정도로 책임감이 투철하다. ‘슈퍼맨’의 아빠들은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하고, ‘가족끼리’의 아버지는 그에 더해 사려 깊음까지 갖추고 있다. 가히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늘 엄마가 하던 역할을 아버지가 하니 좀 신선하긴 하다. 근데, 솔직히 좀 불편하다. 현실의 아버지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싼 이슈를 보면서 나는 세대 논쟁, 이념 논쟁보다 ‘아버지들이 다 저렇다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 시절 아버지들의 노고를 부인하려는 게 아니다. 분명 그분들은 격동의 시대를 불굴의 투지로 통과한 산업 역군이었지만 동시에 가부장제의 화신이기도 했다.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가정폭력으로 푸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그렇게 엄혹한 시절임에도 한량으로, 난봉꾼으로 산 아버지들도 수두룩했다. 우리 외할아버지의 경우도, 평생 고생해서 번 돈을 주색잡기로 다 탕진하셨다. 하긴 이렇게 뒤죽박죽, 오락가락하는 게 인생 아닌가.

이런 전제를 망각한 채 오직 한 가지 측면에만 집착하면 그건 리얼리티가 아니라 판타지가 되어버린다. ‘슈퍼맨’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말 좋은 아빠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주일에 하루 정도에 불과하다. 만약 일주일 내내 전담을 해야 한다면 진짜 슈퍼맨이라 해도 우울증이나 히스테리를 겪게 될 것이다. 드라마 ‘가족끼리’는 더 문제다. 그 아버지는 독신인 데다 늘 자식 걱정으로 충만하다가 결국 불치병에 걸렸다. 그럼에도 이 아버지는 회한과 원망은 고사하고 자식들이 겪을 괴로움까지 미리 헤아린다. 이 정도면 거의 ‘현자’ 혹은 ‘도인’의 수준이다. 그래서 참, 비현실적이다.

아버지들의 귀환은 많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모성이라는 소재가 고갈났기 때문이다. 모성은 이제 진부하다. 왜? 많은 여성이 그런 모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렇게 살고자 하는 욕망 자체가 사라진 탓이다. 그 빈 자리를 아버지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헌신성과 자상함과 지혜를 갖춘 아버지! 모성에서 부성으로 ‘거대한 전환’이 일어난 듯 보이지만, 솔직히 이건 동어 반복이다. 엄마에게 부과됐던 표상이 고스란히 아버지에게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거룩한 모성’이라는 판타지가 많은 여성에게 회한과 자책을 안겨주었듯이, 앞으로 아버지에 대한 판타지도 수많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안겨줄 것이다. 아버지 입장에선 ‘나는 왜 저런 부성이 없을까?’ 하고, 자식들 입장에선 ‘왜 우리 아버지는 저런 존재가 아닌가?’ 하면서. 자책과 원망의 수레바퀴! 요컨대, 모성이든 부성이든 너무 심오해지면 그 무게에 짓눌리는 법이다.

명리학적으로 아버지와 자식은 상극이다.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관계다. 그래서 가족은 판타지가 아니라 카오스다. 노동과 탕진, 사랑과 증오, 배려와 독단 등이 마구 뒤엉키는! 언제쯤이면 우리는 이런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성신문,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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