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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인문학자 고미숙이 말하는 '잘 사는 법'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6-01-27 14:54
조회 : 3,127  



"불안에 떨고 있다면 지성의 밧줄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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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고전평론가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고미숙(55)은 공부하는 사람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고려대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했고, 학교 밖에서는 동양 사상을 탐구한 인문학자다. 삶과 몸, 우주의 이치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욕 덕분에 의·역학에도 해박하다.


그는 자신을 '고전평론가'로 소개한다. 고전평론은 유물로 여기던 고전에 생명을 불어넣어 현대인에게 선보이는 일종의 '인문학 중매'.


15년간 지속된 그의 활동은 인문학 열풍과 고전 읽기의 대중화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 저서로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동의보감 3종 세트' 등이 있다.


그는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서른일곱에 교수 임용을 포기하고 학교 밖에서 '지식'''이 결합하는 학문 공동체를 실험했다. 동양의학을 더욱 깊게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다음에는 '감이당'(坎以堂)이라는 공부 모임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책과 강연은 결국 '잘 사는 법'에 대한 것이다. 삶이 무엇인지, 삶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진지하게 탐구하라고 조언한다.


방법론적으로는 공부, 즉 지식의 탐구다. 현대인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 그를 직접 만났다.

 

-- 고전평론가로 불리는데요. 직업 이름이 생소합니다.

12년 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내면서 고전의 지혜를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고전평론가는 당시 제가 만든 직업이니 익숙하지 않겠죠. 고전평론가는 한국에 저 한 사람뿐입니다. 대학원에 다닐 때 고전이 너무 재밌고 잠재력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 자체가 제 인생의 좋은 디딤돌이 되니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고전을 연구하게 됐죠.

 

-- 감이당은 어떤 곳인가요.

감이당은 인문 의·역학 위주로 공부하는 곳이에요. 2009년 인문학연구소 '수유+너머'를 떠나면서 의학과 동양사상을 더 깊게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 이곳에는 어떤 분들이 찾아옵니까.

남녀노소 모두 찾아옵니다. 각양각색입니다. 학벌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공교육을 거의 안 받은 사람도 있어요. 인문학이 붐이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서 알고 찾아옵니다. 인생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세미나나 강의를 선택해 듣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밥도 하고 생활을 같이하게 되는 거죠.

 

-- 잘 살고 싶어 노력했던 사람들일 텐데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우리는 지금까지 직업과 화폐를 위해서 살지 않았나요. 그런데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 공허해지죠. 돈이 많고 직업이 좋다고 '관계'가 풀리지는 않아요. 관계의 불통이 가장 힘든 문제죠. 돈이 줄 수 있는 것은 소비에서 오는 적당한 쾌락이지 관계를 풀어주지 않거든요. 연봉 많고 노후 자금 있으면 뭐하나요. 친구가 없는데요. 만날 혼자 밥 먹고 다닐 거예요?

 

-- 현대인은 직장, 직업과 자신을 분리시키기가 어렵습니다. 현대인의 불행은 일 때문인가요.

일이 문제가 아니라 삶 전체가 문제에요. 태도가 문제죠. 왜 일을 하는가, 왜 직업이 필요한가를 잊었어요. 직업을 위한 직업이죠. 일은 내가 멋있게, 잘 살려고 하는 건데 일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직장에는 교감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걸 오년, 십년 견디는데 병이 안 드는 게 이상하죠.

 

-- 불행의 원인을 왜 모르고 지나갈까요.

현대인은 많이 배우는데 삶에 대해서 배우지 않아요. 삶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모릅니다. 이런 기사가 있었어요.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외동자식이 많았는데 사고로 죽은 아이들이 100만 명쯤 된다고 해요. 그러자 살아갈 방법을 모르는 부모들이 자살한다는 겁니다. 한 자녀 정책은 전체 생산력 차원의 이야기이지 삶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고통을 국가가 해결할 수 있나요? '우리나라가 대국이야' 이게 위로가 됩니까. 어떻게 삶이 구성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없는 거예요. 내가 살맛이 나려면 오늘 만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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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고전평론가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중독의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위험합니까.

야동, 게임, 쇼핑, 스마트폰 중독은 오래된 중독이에요. 요즘은 중독의 일상화가 문제입니다. 특정 중독이 아니라도 관계 중독, 일을 하는 태도가 중독된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일 할 때 며칠 밤을 새워서 불 지르듯이 하고 방전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야 '살아있다'고 느끼죠. 현대인이 가장 못 하는 것이 쉬는 것과 자는 거예요.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싫습니다. 밤을 새우라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밤을 새우면 건강이 나빠지는데 어떻게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내공 있는 리더들은 어떻게 살 것 같나요. 일찍 자고 규칙적으로 살 겁니다. 왜 이걸 젊은이에게 가르쳐주지 않죠.

 

-- 본인은 규칙적으로 일하고 쉬고 있나요.

저는 바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낮에 일합니다. 밤에는 강의하지 않으니까요. 할 일을 하고 들어가면 뿌듯하죠. 집에 가면 절대 책을 안 봅니다. TV를 보다 자 버립니다.

 

-- 그런데 야근 공화국은 현실입니다. 야근하는 직장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만둬야죠. 오래하면 안 되죠. 야근 없는 날에는 완전히 충전을 해야 합니다. 못 자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도 없다고 봐요. 잠을 잘 자야 몸속 물이 정화되어서 신장이 튼튼해지고 뇌수로 갑니다. 자는 동안 무의식이 눈을 뜨면 어제 안 풀린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거죠. 야근은 몸에 불 지르는 것과 같아서 있던 아이디어도 없어져요.

 

-- 삶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내가 최선을 다해 사는데 몸은 왜 아프고, 관계는 왜 안 풀리는지 질문을 해야 합니다. 내가 왜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애를 썼는지 자기 욕망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돈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노동, 화폐, 소비 이런 것들로 삶이 세팅됐다는 것을 확실히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건강을 지키기도,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도 불가능해요. 공부모임 등 여러 형태의 공부를 통해서 자기 길을 열어가야죠. 자기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어요. 변화와 차이, 생성을 느끼는 신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싶고, 왜 내가 이렇게 살고 있지 계속 질문을 해야죠.

 

-- 공부를 하면 어떻게 달라지나요.

고전 특히 동양철학에서는 몸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면 살이 되고 피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의 체득입니다. 이를 수행이라고 하죠. 그러니까 공부를 제대로 하면 정신적 근육이 생깁니다. 어지간한 유혹에는 안 넘어가죠. 그러면 저절로 몸이 안정을 찾습니다.

 

-- 몸과 개념이 같이 논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가 않습니다.

왜 불안하고 초조한가요. 쾌락과 소비가 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그것을 잘 관찰해서 깨달았다고 하면 그 후에는 불안이 없어져야 해요. 잠이 잘 와야 합니다. 원리적으로는 알았는데 내 몸이 아직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돈을 소비나 쾌락을 위해서 벌지는 않게 됩니다. 문제는 앎을 통해서 고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바로 지성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주는 힘입니다. 공자나 노자가 사실 빈손으로 살았잖아요. 이렇게 살 수 있는 겁니다.

 

-- 공부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공부를 선택지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공부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류가 지성을 중심으로 문명을 발달시킨 이유죠. 그게 아니라면 대학은 다 기술대학이었을 겁니다. 왜 억지로 애들에게 책을 읽히겠습니까. 보편성이 아니라면 그렇게 할 수가 없죠.

 

-- 문제 앞에서 개인의 돌파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가 사회를 구할 수 없는 시대인가요.

. 자기 앞가림은 자기가 하라는 이야기에요. 지금은 아무도 이야기를 안 들어줘요. 정치경제가 이념이나 역사해석 같은 거창한 게 아니라 삶을 다뤄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요. 복지기금을 늘리면 사람들이 복되게 살아야 하는데, 그건 아랑곳하지 않고 액수만 따져요. 더 달라고 하면 좌파고 못 준다고 하면 우파인가요. 정치 비전이 없어졌어요. 새로운 정치경제학이 필요한 시기에요.

 

-- 문제는 많고 행복하다는 사람은 없는데,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삶의 윤택함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지 기술이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몸과 생명이 중요하냐, 쾌락과 소비가 중요하냐, 얼마나 심플합니까. 정신적 가치를 계속 생성하지 않는 한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중독될 것인가. 자신이 선택해야 합니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사회 흐름을 바꾸게 되면 이제 태어나는 애들은 기술을 쓰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에요. 몸과 생명에 대한 탐구, 인문학이야말로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는 혁명적인 반전을 이룰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결론적으로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것인가요.

이 세상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곳이지 희망만 있거나 절망만 있지는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은 계속되고 문명은 이어집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사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의해 과도기적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가 그런 걱정이 드는 것이죠. 우리는 희생양 통계에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온전하게 내 삶을 구현할 것인지만 결정해야 합니다. 그 선택은 자기밖에 할 수 없어요. 자기만이 조절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제가 몸과 인문학을 그렇게 떠들고 다니는 이유입니다.

 

withwi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1/10 08: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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