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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루쉰의 삶과 동아시아의 근대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7-04-22 22:29
조회 : 334  

[책과 길] 루쉰의 삶과 동아시아의 근대

루쉰, 길 없는 대지/고미숙·채운·문성환·길진숙·신근영·이희경 지음, 북드라망, 360쪽, 1만8000원

[책과 길] 루쉰의 삶과 동아시아의 근대 기사의 사진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魯迅·1881∼1936·사진)을 다룬 색다른 평전이다. 필자들은 지식인 공동체인 감이당(고미숙) 규문(채운) 남산강학원(문성환 길진숙 신근영) 문탁네트워크(이희경) 등에서 활동하는 학자들. 이들은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던 2년 전 의기투합했다. 릴레이 주자들처럼 바통을 주고받으며 고인의 발자취를 쫓기로, 이를 통해 루쉰의 삶을 집대성해보기로. 

‘루쉰의 일생을 추적하되 좀 ‘찐’하게, 다이내믹하게 접근하는 길은 없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고민의 지점에서 시작했다. …산다는 건 어떤 시간에, 어떤 공간을 점유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시공의 점들을 선분으로 이으면 그 사람이 밟아 간 인생의 지도가 그려진다.’(고미숙) 

루쉰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들은 루쉰을 이광수(조선), 나쓰메 소세키(일본)와 함께 동아시아의 근대성을 대표로 인물이라고 여겼다. 근대성 연구의 텍스트라고 판단했다. 즉, 루쉰을 삶을 들여다보는 걸 중국과 동아시아가 밟은 ‘근대의 계단’을 발굴하는 작업으로 간주한 셈이다. 

알려졌다시피 루쉰의 글은 요령부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책에 실린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왠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고 더 심오한 게 있는 거 같긴 한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 게 그의 저작들이다. 하지만 필자들은 뚜렷하면서도 정교한 글로 루쉰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책의 크게 두 갈래다. 루쉰의 일대기를 다룬 ‘루쉰 온 더 로드’가 전반부를, 루쉰의 저작들을 일별한 ‘라이팅 온 더 로드’가 후반부를 장식한다. 필자들의 여정은 루쉰의 고향인 중국 사오싱을 시작으로 난징 도쿄 센다이 베이징 샤먼 광저우 상하이 등지로 이어진다. 출발선을 끊는 건 청량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고미숙의 글이다. 루쉰이 태어난 19세기 후반은 서구 열강이 동양으로 쳐들어오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 고미숙은 루쉰의 유년기를 살피고 당시 시대상을 조명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루쉰의 시대와 우리 시대는 묘하게 닮았다. 물론 형세는 영 딴판이다. 그때는 격렬한 이분법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서양과 동양, 좌파와 우파는 뒤섞인 지 오래고, 국경도 계급도 아주 희미해졌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 루쉰은 말하리라. “본디 땅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우리도 그런 길을 탐색하고자 한다.’ 

루쉰이 소설에 입문한 계기를 되짚거나 다양한 논쟁에 뛰어들어 계몽에 앞장선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본명인 저우수런(周樹人) 대신 사용한 필명 ‘루쉰’에 대한 분석도 인상적이다.

‘엄밀히 말해 ‘루쉰’은 그의 글쓰기에 대한 실존의 이름이다. 노둔한(魯) 질주(迅)? 아니다. 어쩌면 이 이름은 모든 모순형용을 현재화하는 하나의 상징기호일지도 모른다. 계몽자이자 피계몽자이고, 선각자이면서 함께 몰락해야 하는 대상인. 나이면서 너이고 네가 곧 나인.’(문성환) 

루쉰에 관한 ‘정보’에 갈급한 독자라면 다른 책을 보시라. 인터넷 서점에서 ‘루쉰’을 검색하면 나오는 책은 500종은 되니까. 하지만 루쉰의 삶과 철학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신간이다. 저자들의 필력이 보통이 아니다. 참고로 폐병으로 생을 마감한 루쉰은 유언장에 이런 문구를 남겼다고 한다. ‘나를 잊고 제 일을 돌보라. 그렇지 않다면 진짜 바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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