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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진정 무엇인지 누구도 말하지 못하니 왜 가야 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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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장금 작성일12-01-28 19:31 조회3,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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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진정 무엇인지 누구도 말하지 못하니 왜 가야 하는지 몰라”

특별 좌담 / 대학 입시를 거부한 10대들이 말하는 ‘대학이란?’


 


 
지난 11월23일 대학 진학을 거부하는 10대들이 모여 ‘나는 왜 대학을 거부하는가’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우리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겁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시험)이 치러진 지난 11월10일 서울 청계광장에 모인 10대들의 ‘발칙한(?) 외침’은 기성세대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이날 대학 입시 거부자들의 모임인 ‘대학입시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하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고교 3학년생들은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입 시험을 거부하는 선언을 했다. 자리에 모인 20여 명의 고교생은 일제히 “경쟁과 학벌을 강요하는 교육과 사회에 맞서 대학 입시를 거부한다”라고 외쳤다.


<시사저널>은 지난 11월23일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대학 밖에서 대안을 찾는 당당한 10대들을 초청해 ‘나는 왜 대학을 거부하는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대담에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을 제안한 조만성군(19)과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 활동 중인 김해솔양(19), <다른 십대의 탄생>의 저자 김해완양(19)이 참여했다.


■일시│2011년 11월23일 오후 7시


■장소│시사저널 회의실


■참석자│김해솔(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김해완(<다른 십대의 탄생>의 저자), 조만성(‘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활동가)


■사회│조현주 기자



  
“대학이 생존 조건이 되어버린 것이 안타깝다.” - 김해솔 ⓒ 시사저널 박은숙
사회│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일찍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사연이 궁금하다.


김해솔(이하 해솔)│처음에는 대학에 갈 생각이었고, 그래서 인문계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이 너무 심해서 정말 힘들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면 대학에 가야 하는데, 대학에 가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해야 하는 것에 화가 났다.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곳에 가기 위해 그렇게까지 나를 버려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청소년인권단체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대학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조만성(이하 만성)│일반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고등학교 진학 자체를 1년 늦게 했다. 고민 끝에 지난해 겨울에 자퇴를 했다. 큰 계기는 대학 입시를 거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해완(이하 해완)│그동안 대안학교에 다녔다. 2009년 대안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6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내가 다녔던 대안학교는 이우라는 곳인데, 대안학교였지만 교육청의 인가를 받은 곳이어서 학교는 일반 교육 과정을 따라가고 있었다. 솔직히 한 번도 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안학교에 들어갔던 것인데, 그 안에서도 다시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대안학교도 그만두었다.


사회│다들 학교를 그만두게 된 데에는 대학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듯하다. 평소 ‘대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해완│대학의 존재는 당연한 것, 당위적인 것이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음에 들어가야 되는 곳이 바로 대학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은 가야지’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대학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은 없었다. 대학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모두 대학을 갔기 때문에 대학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해솔│맞다. 당연한 것에서 더 나아가서 대학은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된 것 같다.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해도 대학에 다녔는지가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물론 대학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일을 할 수는 있지만, 대학 재학생 혹은 대졸자가 아니라고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만성│요즘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알아본 이들은 알겠지만, 편의점, 전화상담원, 계산원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전부 ‘대졸’을 선호한다. 심지어 파트 계산원을 모집할 때도 그렇다. 개인의 선택으로 대학을 가지 않은 것인데, 그 시스템을 뛰쳐나오면 정말 슬픈 현실을 이겨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완│엄청난 등록금을 들여서 대학을 졸업시킨 다음에 다 아르바이트를 시키려고 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내 눈에 대학은 권력의 거점으로 보였다. 모든 네트워크가 대학에 쏠려 있다. 인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즉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또 그 안에서 다음 코스의 계급이 나뉜다. 그래서 대학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만성│조금 다른 의견이지만, 대학은 권력이지만 대학생은 권력자가 아닌 것 같다. 비유를 하자면, 대학은 ‘삼성’이라는 그룹이고 대학생은 ‘삼성 노동자’인 것과 같다. 들어가면 어쨌든 좋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가보니까 무작정 좋은 게 아닌 것이다. 그 안에서 무한 경쟁을 요구하고,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인 공간이 되어 버렸다. 원칙적으로 대학이 그렇게 존재하면 안 된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은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순위에 따라 잘라버리고 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도 해야 한다. 그것도 취업을 위한 경쟁이다.     


사회│대학은 ‘생존을 위한 조건’ 또 ‘당위적인 선택’이라는 말들을 했다. 그런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떠했나.


해완│‘그래도 가야지’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학교 그만둘 때에는 대학에 안 가겠다는 데에 별 이유가 없었다.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없어서 한 선택이었다. 그런 선택을 하고 난 이후에 왜 대학에 가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게 된다. 대학에 가지 않는 ‘다른 삶’들은 왜 무언가를 포기하고 무언가를 실패한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만성│‘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것은 오해가 아니고 사실이다. 지금의 입시 공부는 정말 하기 싫다. 지금의 입시 교육은 오히려 배우고 싶은 의욕을 꺾고 있다. 18년 동안의 인생을 쏟아부어서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이 정말 비합리적인 것 아닌가.


해솔│대부분 ‘대학에 안 가고도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말을 많이 했다. ‘성공하려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분야에서 1인자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1인자가 될 것인가’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1인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내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 굳이 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의 학교 교육 시스템에서 학생의 역할은 ‘나는 좋은 성적을 얻을 의욕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만약 자신이 진짜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대학에 가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성│만약이 아니다. 내가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는 영상, 디자인 쪽인데 이것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대학 안 나와서는 잘 먹고 잘 살 자신이 없다. 대학에 가지 않을 때 겪어야 할 시련이 많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련 때문에 다시 대학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나는 ‘대학을 거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시련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그때의 내 선택은 어떻게 해서든 현실이 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우리는 불안하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불안하면서 빚까지 지고 있는 셈이다.”- 김해완 ⓒ 시사저널 박은숙
해완│나는 이미 삶의 스승을 만났다. 열다섯 살에 <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곳에서 ‘앎은 곧 자유다’라는 깨달음을 주신 스승을 만날 수 있었다. 수유 연구소에서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미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고 인생의 스승도 만났는데 굳이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갈 이유가 없다. 그런 질문 자체도 다 제도권 안에서 질문하는 것 아닌가. 다들 그 밖을 나가서 얼마나 잘 살 수 있느냐 물어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 역시도 이미 잘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내린 선택이다.


만성│동감한다. 그런데 나는 포기하는 데 그치고 싶지 않다. 현실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바꾸고 싶다. 학교에 다녔을 때에도 입시 교육에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그럼 또 다른 선택으로 대안학교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한번 부딪혀보고 그 안에서 변화의 방법을 찾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다시 학교를 나왔다. 고등학교 교실 안에서 수업을 거부하는 것만으로는 달라질 게 없어서다. 지독한 학벌 사회에서 앞으로 나에게 시련은 정말 끝도 없다. 편견이나 차별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까지. 최소한 이런 차별을 덜 당할 수 있도록 맞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투명가방끈’ 활동을 제안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다들 엄청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는데, 대학에 간다면 달라졌을까.


해솔│소속감이 있다는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다. 하지만 대학에 간다고 해서 내가 겪는 불안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성│아마 불안이 유예될 것이다. 이런 불안감들을 시험, 해외 연수, 취직 준비 등 당장의 과제들을 해치우느라 잊게 될 테니 말이다.


해완│다른 점은 대학생들은 불안하면서 빚까지 지고 있다는 것 아닐까.(웃음) 대학생 중에 자기 돈으로 학비 대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나는 지금 독립해서 살고 있다.(웃음) 괄시는 받지 않을 수 있겠지만 대학 스펙 하나 가진 것만으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학에 가기 때문에 불안한 것들이 더 많아진다. 시류에 합승했기 때문에 남들처럼 척척 취직해야 하고 척척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더 늘게 된다. 


사회│그렇다면 대학에 가지 않았을 때 생기는 현실의 벽은 무엇인가.


해솔│우선 독립 문제를 짚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대학생보다는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하게 된다. 그러면 생활비 등을 벌어야 하지 않겠나.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제약이 많다. 앞서 말했듯 아르바이트 하나를 구해도 ‘대졸’을 찾는 게 현실이니까. 일을 구하더라도 대졸자에 비해 시급이 더 낮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내가 옳은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은 큰데 현실은 진짜 불행하다. 



  
“대학은 권력이지만 대학생은 권력자가 아닌 것 같다.”“나 역시도 이미 대학 못 나오면 잘 살 수 포기하고 내린 선택이다.” - 조만성 ⓒ 시사저널 박은숙
해완│버는 돈이 상상 이상으로 적다. 맥도날드에서 일해본 적이 있었는데, 하루 10시간씩 주 5일을 일하면 한 달에 88만원이 나온다. 이런 일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만큼 버는 돈도 적다. 버는 돈이 적으니까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내 시간이 줄어든다. 이해 못하겠지만 대학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일 구하랴, 일하랴, 내 공부하랴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만성│대학에서만 가능한 것이 많다. 대학생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대학에서 대학생만이 누리는 권리, 환경 등에 변화가 생기면 좋겠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해완│그래서 대학 밖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간과 활동을 만들고 싶다. 대학 없이도 공부를 잘할 수 있고, 대학 없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가령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남산강학원’만 하더라도 그것이 가능하다. 다만 규모가 작을 뿐이다. 이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해 세력을 키워나가고 싶다.


만성│나는 ‘대안공동체’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공동체 활동과 함께 사회를 바꿔나가는 운동을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월3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대학 입시 거부로 세상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의 회원인 다영양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사회│각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해솔│우선 단기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 독립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월세부터 벌어야 한다. 또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에서 조만성군과 같이 활동하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사무실을 구해야 한다. 사무실로 사용할 공간을 찾고 자금을 모아야 한다. 올해 막 시작한 데다가 아무런 지원을 받고 있지 않은 단체이다 보니 활동하는 데에 구성원들의 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만성│요즘 투명가방끈 활동에 거의 전념하고 있다. 사무실을 구하는 것도 문제이고, 장기적으로는 이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디자인 공작소’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회운동을 사람들에게 디자인적으로 더 어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 앞으로 ‘대안 대학’과 같은 대학 거부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해완│현재 ‘남산강학원’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글로 먹고 사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한 수준까지 닿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에 대안학교에 다닐 때 느낀 것이지만 그곳은 굉장히 안락하다. 그 안락한 곳에서 수업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문을 품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구멍가게 아저씨의 삶은 훌륭하다’라고 말하면서도 절대로 ‘구멍가게 아저씨가 되어라’라고 말하지 않으셨다. 그것이 자가당착 같았다. 적어도 내 공부가 그리고 내 글이 이런 자가당착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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