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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이 말하는 몸과 우주]<58>대기만성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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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장금 작성일12-07-31 10:51 조회4,32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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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용으로 키우려면 활동공간을 많이 만들어주라




지나친 조기교육은 아이에게 독이다. 사진은 영어 유치원 수업 모습.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생명과 자연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시대 엄마들에게는 ‘생명의 경이’니 ‘자연의 이치’니 하는 말들은 듣기 좋은 꽃노래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몽땅 자본과 상품에 포섭된 탓이다. 말하자면, ‘자식=교육=성공’이 한 세트로 묶여 버린 것이다. 조기교육의 광풍은 여기서 비롯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당연히 연령이 자꾸만 어려진다. 근데 거기에 또 하나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조기교육의 문제는 속도 경쟁만이 아니라, 타율성의 강화를 뜻하기도 한다는 것. 즉, 조기교육이란 엄마가 모든 것을 대신해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엄마란 숙제를 해 주고, 준비물을 챙겨 줌과 동시에 시험에 관한 온갖 정보를 검색해 주는 존재다. 제도나 학교는 한술 더 떠 아예 엄마가 다 해 줄 것이라고 전제하고 각종 과제나 절차를 만든다. 그 결과 현재 대학입시는 엄마가 해 주지 않으면 입학원서조차 내기도 힘들게 됐다.

그래서 아주 역설적이게도 가방 끈이 길수록 ‘자율성 제로’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즉, 요즘엔 대학원생들조차 뭘 배우려면 유명 학원에 등록하거나 그 방면의 매뉴얼을 확보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가고 책을 뒤지고 친구나 선배한테 물어 가면서 앎을 스스로 구성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자발성과 능동성을 상실하는 것. 교육적으로 보자면 이보다 더 큰 마이너스는 없다. “대체 왜 이렇게 조급한가”라고 물으면 다들 이렇게 말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 맞는 말이다. 개천에선 원래 용이 나지 않는다. 용은 본디 ‘큰 물’에서 나는 법이다. 한데 ‘큰 물’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건 사이즈가 아니다. 얼마만큼 활개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사지가 꽁꽁 결박당해서는 용은커녕 미꾸라지도 되기 어렵다. 그럼 용 대신 뭐가 나느냐고? 도처에서 ‘괴물’이 출현한다. 용과 괴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용은 여의주를 머금고 하늘로 올라간다. 그러면서 모든 미꾸라지들을 함께 도약하도록 이끄는 존재다. 괴물이란 영화 ‘괴물’에서 보듯, 비대한 몸집을 유지하느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존재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 바로 괴물이다.

“3세에서 10세까지의 소아는 그 성품이나 기질을 보면 수명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식견과 지혜가 뛰어나면 장수하기 어렵다. 일찍 앉거나 일찍 걷거나, 치아가 일찍 나거나, 말을 일찍 하는 것은 모두 성품이 나쁘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동의보감’의 소아문(小兒門)에 나오는 내용이다. 요컨대 뭔가를 빨리 터득한다면 성품이나 기질, 수명 등에서 아주 불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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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나 기질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는 호흡이다. 분노를 다스려라, 마음을 비워라 등과 같은 양생술도 거기서 비롯한다. 이런 이치에서 보자면 뭔가를 빨리, 그것도 순전히 타율적으로 주입하면 그 순간 아이들의 호흡은 가빠지게 된다. 당연히 그릇은 점점 작아진다. ‘동의보감’이 말하는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대기(大器)는 만성(晩成)이라는 것, 그게 생명과 자연의 이치라는 것. 아이들을 괴물이 아니라 ‘용’으로 키우고 싶다면, 부디 명심하고 또 명심할 일이다.

고미숙 고전평론가


 


(동아일보. 12. 7.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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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e 2010 Key님의 댓글

Office 2010 Key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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