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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이 말하는 몸과 우주]<63>인생은 사주와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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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장금 작성일12-09-06 16:54 조회4,1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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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는 ‘생로병사의 리듬’… 태어난 시간이 중요



고미숙 고전평론가


“아이고, 내 팔자야!” “무슨 팔자가 그렇게 사나워?” 많은 이가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상용화된 언어다. 팔자란 무엇일까? 태어난 연월일시를 육십갑자로 뽑으면 네 개의 기둥(예를 들면 임진·정미·병자·기축)이 나오고 그 글자를 합치면 팔자가 된다. 요컨대 사주팔자란 의역학의 전문용어인 셈이다.

태아 적엔 엄마와 심장이 연결되어 있어서 단전호흡을 한다. 그런데 엄마 배 속을 나오면서, 즉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의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폐호흡으로 바뀐다. 태어나자마자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데, 그때 우주의 기운이 호흡을 통해 아기의 신체에 각인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사주팔자다. 존재와 우주 사이의 첫 번째 마주침, 그 ‘인증 샷’이라고나 할까.

하늘에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황도라 한다. 황도 360도를 15도씩 나누면 24개의 마디가 생긴다. 24절기가 바로 이 마디에 붙인 이름이다. 절기의 변화에 따라 천지의 기운 혹은 물리적 배치가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섯 개의 별이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이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역학적 배치가 팔자의 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에 우주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온다고 본다. 우주의 기운이란 바로 별들의 기운이다. 인간은 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전제가 서양 점성술이나 동양의 명리학이나 같다.”(조용헌 ‘한국의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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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천지의 기운은 반드시 존재의 생리와 상응한다. 그런 점에서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은 하나다. 물론 상응이 곧 상생을 뜻하는 건 아니다. 서로 어울릴 수도 있고, 어깃장이 날 수도 있다. 이것을 일러 상생과 상극의 파노라마라고 한다. 자연의 영향력에 맞서 문명을 구축한 토대 역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다 한들 존재 자체의 우주적 원천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우주가 곧 모태고 또 귀향처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주에 사계절이 있듯이 모든 존재는 생로병사한다. 생로병사의 리듬이 곧 팔자다. 이 리듬 자체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그 리듬을 어떻게 밟아갈 것인가?’는 개별 주체마다 다 다르다. 그 지혜와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덟 개의 카드 가운데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온도다. 즉 어떤 계절, 어떤 시간에 태어났는가가 결정적 단서다. 예를 들어 한여름의 정오에 태어난 사람의 경우 몸 안에 엄청난 불기운이 이글거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겨울 새벽에 태어난 경우는? 차가운 물기운으로 충만하다. 불기운이 세면 자신을 외부로 드러내는 기운이 강하고 물기운이 강하면 속으로 갈무리하는 성향이 강하다. 달리 말하면 전자는 벌여놓고 뒷수습을 잘 못하는 대신 뒤끝이 없고, 후자는 마무리를 잘하는 편이지만 대신 뒤끝이 길다. 물론 이 사이에 위계나 서열은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걸 바탕으로 몸의 구조와 생리, 성격과 인생관 등 다양한 항목이 계열화된다. 그것이 관계를 만들고 사건을 일으키고 인연을 불러온다. 관계와 사건과 인연, 그 접속과 변이가 바로 인생, 아니 팔자다.

고미숙 고전평론가

(동아일보. 12. 09.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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