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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이 말하는 몸과 우주]<70·끝> 운명의 주인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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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장금 작성일12-10-31 11:55 조회5,0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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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운명을 바꾼다



고미숙 고전평론가



드디어 마지막 회다. 경칩(驚蟄)에 시작하여, 상강(霜降)에 마치게 되었다. 연재를 하는 동안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왔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과연 세상은 무상하다. 이 무상함이 우리를 살게 하고 이 우주를 움직이게 한다. 연암 박지원은 말하기를, “하늘과 땅이 오래되었으나 끊임없이 만물을 낳고, 해와 달이 오래되었으나 그 빛은 날로 새롭다…. 썩은 흙에서 영지(靈芝)가 생겨나고,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생겨난다.”(초정집서)

그걸 증명이나 해주듯 시절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먼저, 2008년부터 불기 시작한 인문학 ‘붐’이 올해 들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름부터 갑자기 ‘싸이’라는 키워드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인문학 붐’과 ‘싸이 열풍’, 둘은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전자는 삶의 축이 달라졌음을, 후자는 감수성의 척도가 달라졌음을 증언한다. 이제 사람들은 부(富)를 향한 맹목적 질주에 지쳐 버렸다. 동시에 삶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열망이 사회 전체에 인문학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리라. 


 


싸이의 부상 또한 비슷한 맥락을 갖는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마네킹 같은 외모와 몸매를 갖기 위해 안달했다. 하지만 싸이는 생동감과 유쾌함만으로 그 같은 ‘중독적’ 감수성을 간단히 제압해 버렸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은 ‘플러스의 시대’였다. 부와 미(美)를 증식하고자 하는.

하지만 이제 바야흐로 ‘마이너스의 시대’다. 앞으론 덜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덜 벌고 덜 쓰고 덜 먹는, 나아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지난해 가을 동의보감 ‘리라이팅’을 내면서 그 인연으로 이 칼럼을 시작했고, 칼럼을 마칠 때쯤 그 ‘짝’이 되는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가 출간되었다. 전자가 몸과 우주에 대한 탐구라면, 후자는 몸과 운명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다. 이 칼럼이 두 작업 사이를 매끄럽게 조율해 주었다. 그 덕분에 독자들과의 관계도 한층 두터워졌다. 전국 곳곳에서 칼럼의 애독자라는 분들을 만났고, 그중에는 연재물을 정성껏 스크랩해서 보여준 분도 여럿 계셨다. 학교에서, 감옥에서, 혹은 해외에서 온 독자편지를 받았다. 고마움과 과분함을 함께 전한다.

고전의 스승들은 말한다. “배움만이 기질을 바꿀 수 있다”라고. 기질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거꾸로 배움이 없이 삶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동의보감은 그 원리와 이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멘토 중의 멘토다. 거기 담긴 ‘의역학(醫易學)’적 비전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걸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앎이 곧 길이고 명(命)이다! 모두들 이 길 위에서 앎의 기쁨을 누리시기를, 그리하여 가는 곳마다 운명의 주인이 되시기를!

고미숙 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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