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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신문>각계 전문가들 ‘나는 이렇게 힐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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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3-01-02 11:56 조회4,61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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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고전평론가)
걷고 책 읽으며…이 또한 지나가리라

제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소통이 잘 안될 때 저는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아요. 스트레스를 당장 없애는 특별한 비법은 없어요. 그저 산책하고 책을 읽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특별한 뭔가를 하기보다는 평소에 하던 일들을 하는 거죠.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요. 일상을 유지하면서 힘든 감정과 어려움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해소되길 기다리는 거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열을 받는 거예요. 화가 위로 뜨는 거죠. 그럴 땐 화를 내리는 게 중요해요. 화를 내려 머리가 맑아져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요. 그런 면에선 걷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걸으면서 열을 아래로 내리고 마음도 진정시킬 수 있거든요. 

힘들다고 술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술을 먹거나 일탈적 행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몸속 열기를 다른 것으로 바꿀 뿐이에요. 열을 열로 바꾸는 짓이죠. 당장은 해소된 것 같지만 더 쌓이는 거예요. 큰 병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문화, 즉 열을 부채질하는 문화밖에 없다는 게 우리 사회의 더 큰 문제예요. 그런 문화로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 주변에 ‘멘붕’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일 수도 있어요. 

자신의 욕망과 능력 사이의 간극이 클 때 닥쳐오는 게 ‘멘붕’인 거 같아요.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그 간극이 더 커지죠. 욕망이 크다 보니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그런 ‘간극의 상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상황으로 자신을 내몬 뒤엔 ‘멘붕’을 겪지 않으려고 노력해봐야 실패하기 쉽죠. 

예전엔 저도 시련과 좌절을 많이 경험했지만, 이젠 ‘멘붕’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이제 어지간해선 ‘간극의 상황’에 빠지지 않게 됐거든요. 새해가 오고 있어요. 찬찬히 걸으면서 우리 자신의 욕망과 능력 사이의 간극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한겨례, 12. 12. 31)
댓글목록

헬렌님의 댓글

헬렌 작성일

쌤~ 오랜만에 쌤의 글을 읽어 또한번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쌤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기 쌤 글 찾으러 왔더니 있네요~^^;

양력 2024.4.1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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