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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김미경이 만난 생각을 파는 사람> 고전평론가 고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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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3-01-11 16:13 조회6,3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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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해답 찾은 공부의 달인 “스펙 쌓기 말고 ‘죽고 사는 문제’ 풀어야 진짜 공부”
 
생각을 파는 사람 - 열여덟 번째 인물

셀러(seller) 고미숙 고전평론가
셀러유형 공부의 달인
대표상품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최신상품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공부의 달인의 셀링 포인트
1)앎과 삶을 일치시켜라.
2)생사문제를 풀고 싶으면 고전을 펼쳐라.
3)글쓰기가 가능해지면 공부는 밥이 된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우리 회사에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감옥’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영운옥(盈雲獄). 뜻 그대로 하면 구름을 채우는 감옥인데, 여기서 구름은 곧 청운의 꿈을 뜻한다. 종합하자면 ‘꿈을 채우는 감옥’쯤 되겠다. 이 설렁탕집 이름 같은 집필실은 실제로 창마다 방범용 쇠창살이 드르르 박혀 있다. 지난해 나는 이곳에 갇혀서 못 나왔다. ‘김미경의 드림온’을 집필하느라 강의할 때 빼고는 죄수 아닌 죄수가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생각하고 글만 쓰는 감옥에 있을 때가 나는 가장 자유로웠다. 그날도 마지막 원고를 넘기고 감옥 안에서 망중한을 즐기는데 탁자 위에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이름 하여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 선생님이라고 유명한 고전평론가가 쓴 책인데요, 내공이 장난 아니에요. 신기한 건, 사주명리학을 풀어쓴 내용인데 원장님이 평소에 하시는 말씀이랑 겹치는 게 많다는 거죠.”
   
   나의 ‘감방동료’인 콘텐츠팀장의 말이다. 도대체 뭐라고 써 있길래? 몇 장 넘겨보는데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간다. 생각하고 쓸 게 너무 많아서다. 갑자기 강호의 고수를 만난 기분이다.
   
   “사주팔자를 뽑아 보면 오행상 어느 쪽으로든 다 기울어져 있다. 심한 경우 한 오행이 고립이거나 아니면 아예 없기도 하다.…그럼 판을 포기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좀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또 패가 골고루 들어온 경우에는 누릴 수 없는 스릴이 있다. 그 스릴이 오히려 인생역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불급의 극단인 고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고립은 다른 오행에 가로막혀서 순환이 불가능한 경우다. 하지만 그 카드는 존재의 무게중심이 된다. …즉 가장 문제적인 곳이지만 그것이 구원처일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각자에게 ‘인생의 추’가 있음을 알게 됐다. 누군가의 추는 망가진 허리에 매달려 있었고 누군가는 아픈 자식이, 누군가는 못된 남편이 무거운 추였다. 추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지혜로운 이들은 그 추를 불행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나를 겸손하고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무게중심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를 음양오행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니….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직감했다. 선생과의 만남은 운명이구나!
   
   
   생로병사 문제 풀려면 몸부터 알아야
   “요즘 애들, 싸가지 없는 게 아니라 신장 약한 탓”

   
   그리고 한 달여 후, 우리는 드디어 만났다. 서울 남산골 필동에서도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면 선생이 벗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감이당’이 있다. 이곳에서 만난 고미숙(52) 선생의 첫인상은 비구니, 혹은 수녀와 교수를 합친 분위기랄까. 수행자와 스승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이다. 앎과 삶이 일치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맑은 아우라가 풍긴다. 공부만 하시는 분이 나를 알까 싶었는데 인연이라는 게 묘하다.
   
   “제가 원래 TV는 예능이나 조금씩 보지 강의 프로 같은 건 바로 채널을 돌려요. 그런데 그날따라 제가 그 강의는 계속 봤어요. 신기하게 그때 말씀하셨던 단어라든지 표정, 몸짓까지 다 기억이 난다니까요.”
   
   선생이 유일하게 리모컨을 돌리지 않았다는 강사가 바로 나였다! 역시 우리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걸까.
   
   선생이 몸담고 있는 감이당은 ‘인문의역학’을 표방하는 지식공동체다. 인문학은 요새 워낙 대세니까 알겠는데 의역학(醫易學)이라는 게 뭘까. 의역학은 말 그대로 의학과 역학을 말한다. 몸을 탐구하는 의학과 우주를 탐구하는 명리학, 주역을 다룬다. 한의사 될 것도 아닌데 민간인이 의학은 배워서 뭐 하냐고? 사주카페 차릴 것도 아닌데 명리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냐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두 가지는 우리 인생과 직결돼 있다. 우리가 살면서 제일 괴로울 때는 몸 어딘가에 탈이 났을 때, 또한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닥쳤을 때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몸이 괴로우면 의사를 찾고, 마음이 괴로우면 점집에 가거나 종교에 매달린다. 그러나 만약 공부를 통해 내 몸에 닥친 병과, 내게 일어난 시련을 재해석하는 혜안이 생긴다면 어떨까? 고미숙 선생은 동의보감을 공부하면서 같은 현상도 전혀 다르게 보는 눈을 갖게 됐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 강의를 하러 가면 애들 상태가 가관이다. 너는 떠들어라, 나는 잘 테니. 아니면 대놓고 옆에 앉은 녀석들과 장난을 친다. 그러면 대부분이 아이들의 ‘싸가지’를 탓하거나 가정교육을 개탄한다. 그런데 고미숙 선생은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린다.
   
   “신장이 약한 거예요. 신장의 수기운이 올라와야 척추가 튼튼해지고 뇌가 촉촉해지면서 누군가의 말도 경청할 수 있는데 이 네트워크가 깨진 거죠.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앉아만 있지 하체를 안 쓰잖아요. 게다가 이어폰. 이게 아주 치명적이에요. 귀에 있는 물이 다 말라버리는 거죠. 그러니 지금 아이들의 몸 상태로는 누군가의 말을 경청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렇구나. 듣고 보니 아이들 탓만 할 게 아니다. 그동안 고등학생인 아들 녀석에게 왜 엄마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냐고 소리 질렀던 게 미안해진다. 몸 공부를 하면 저절로 마음 공부가 되나 보다. 역학도 마찬가지다. 그녀처럼 ‘배운 여자’가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모르는 사람들은 미신이니 어쩌니 하지만 선생은 몇천 년간 검증된 과학이라고 말한다. 천문학자들은 혜성이 언제 지나가고 일식이 언제 일어나는지 정확한 시간을 맞힌다. 따지고 보면 하늘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계산해서 맞힌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가능한 것은 우주에는 고유의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일부분인 인간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명리학이라는 프로그램에 넣어서 계산을 해보면 내 운명의 리듬도 정확하게 나온다. 길거리에서 만원 주고 보는 사주도, 공짜로 보는 인터넷 사주도 큰 틀에서는 엇비슷하게 맞는 이유다. 재미있는 것은 재벌이나 정치인 중에는 전용 역술가를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미신이라고 돌을 던지면서 뒤로는 자기들끼리 독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내게 닥친 불행 재해석하는 힘은 공부에서 나온다
   고전은 생사문제 푸는 최고의 지름길

   
▲ 고전평론가 고미숙씨
명리학을 공부하면 자신이 타고난 사주팔자가 보인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명리학을 배우면 내 사주가 제일 궁금하잖아요.(웃음) 배워서 보니까 그동안 내가 한 짓이 이해가 되는 거예요. 내 안에 이런 리듬이 내재돼 있었구나. 그래서 그런 ‘또라이 짓(?)’을 했구나. 한편으로는 굉장히 이해되면서 편안해지죠. 그것에 대해서 용서할 줄도 알고. 감추는 것도 별로 없어졌어요.”
   
   살다 보면 자기도 자기를 모를 때가 얼마나 많은가. 질러놓고도 내가 왜 이랬을까 후회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알게 되면 적어도 이해는 된다.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사주를 보면 그의 욕망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보인다. 상대를 이해하는 다양한 채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명리학 공부를 제대로 하다 보면 좋은 팔자, 나쁜 팔자란 따로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된다. 주변에 보면 이런 사람들이 꼭 있다. 젊었을 때는 너무 총명하고 잘나갔는데 40~50대가 되면서 확 고꾸라지는 이들. 고미숙 선생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대운(大運)’이 바뀐 이들이란다. 애초에 예전의 영광 역시 자기 혼자서의 힘으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 역시 우주가 허락해서 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내가 잘나서 잘됐다고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리듬이 바뀌고 대운이 끝나면 팔자 탓, 남 탓으로 상황이 더 꼬인다. 이제 정말 내 힘으로 이겨내야 할 때 나를 돕지 못하는 것이다. 대운이 끝나면 팔자가 꼭 나빠지는 것인가? 각종 살들이 드글드글 하면 나쁜 운세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해석하기에 달린 문제다.
   
   “우주는 질량불변의 법칙이에요. 어디서 펑펑 나는 게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도는 거예요. 누가 태어나면 누가 죽고, 누가 부자가 되면 누군가는 가난해지죠. 나한테 오는 운도 언젠가 반납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불운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에요. 이 길이 막히면 반드시 저 길이 열리거든요.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도약기가 될 수 있어요.”
   
   내가 이번 책에서 드림워커(Dreamworker), 즉 ‘꿈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던 사람들의 공통점도 바로 이거다. 하루하루 내 꿈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초년운이 지지리도 박복했다. 팝핀현준은 부모 사업이 망해서 10대에 노숙자가 됐고, 국제사회복지사인 김해영씨는 척추장애도 모자라 집에서 쫓겨나 식모가 됐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상처 혹은 불행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덕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었다며 감사해 한다. 고미숙 선생은 상처받았다는 것도 상처로 해석하도록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가 바뀌면 과거도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통찰인가!
   
   내 운명의 리듬을 파악하고, 팔자로 드러나는 차별상들을 원망 없이 볼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공부. 이거야말로 인생의 ‘전공필수 과목’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공부는 지식과 정보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때 머릿속에 엄청 구겨 넣은 것 같은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래서 우리에게 공부는 곧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선생은 고전공부를 통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려면 결국 생사의 문제를 탐구해야 해요. 이 방면으로는 2500년 동안 누적된 지혜인 고전이 최고죠. 예전에 책이 귀하던 시절에는 그걸 얻기 위해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목숨 걸고 서역까지 간 거잖아요. 왜? 훨씬 빠른 길이니까. 우리는 부처나 공자가 했던 고생을 리바이벌 할 필요 없이 얹혀 가면 된다고요.(웃음)”
   
   물론 얹혀가는 일도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고려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던 고미숙 선생은 대학원(고려대학교 국문학 전공)에 가서야 한자를 쓰고 처음 논어를 배웠다. 사서삼경을 통달한 천재 선배들은 어디서 저런 ‘띨띨이’가 들어왔냐며 혀를 찼다. 5년 동안 고난의 묵언수행이 이어졌다. 당시 그녀는 버티는 자신이 대견했을 뿐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단다. 그런데 10년 걸려 박사논문을 쓰고 나오니까 그 많던 천재들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다시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그 어떤 공부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특히 동의보감을 만나면서 지식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몸을 알려면 오장육부는 기본이고 생물학, 진화론, 물리학, 천문까지 다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문이 서로 연결되는 고리가 잡히니 이해가 쏙쏙 되고 그게 기초가 된다는 생각에 매 순간이 즐겁고 충만해진다는 그녀.
   
   “내가 전생에 얼마나 착한 일을 많이 했길래 이런 부(富)를 누릴까 싶어요.”
   
   선생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다.
   
   
   공부가 밥이 되려면 글쓰기 배워야
   삶과 깨달음의 일치가 21세기 최고의 융합

   
   그런데 이곳 감이당에는 그녀와 상태가 비슷한 사람들이 수백여 명에 달한다. 의역학을 배우겠다고 사방에서 찾아오는 학인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부터 편의점 주인, 유한마담(?), 중고등학생 등 계층과 나이도 제각각이다. 정규과정은 무려 1년 동안, 일주일에 이틀씩 나와서 ‘빡세게’ 공부한다. 특히 이곳에는 글쓰기 수업이 필수다. 감이당이 특별히 글쓰기를 강조하는 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공부 배움터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배움의 주체라는 전제예요. 한번 강사는 계속 강사이고 학생은 계속 학생만 해야 한다면 그건 대중지성이 아니죠. 자기를 뭔가 생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글쓰기가 중요합니다. 글을 써서 저자가 되고 강사가 될 수 있다는 걸 꼭 느끼게 해줘요. 공부를 통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것도요. 이제는 사유와 지성이 경제적으로 제일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아직 사람들이 그것의 경제적 가치를 모른다는 게 참 신기하긴 하지만요.”
   
   그녀의 혹독한 수업에 처음에는 벌벌 떨던 사람들도 1년, 혹은 2년 만에 수준 높은 글을 완성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신의 인생 숙제도 풀고, 남의 인생 숙제도 도와주는 스승이 되어 가는 것이다. 내 인생도 구원하고 남의 인생 구원하는 것도 조금 보탬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공부는 곧 종교이자 깨달음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종교와 세속이 분리돼 있다. 세속적인 공부는 대학 가서 하고, 근원에 대한 물음은 종교로 해소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묻지 않고 자꾸 스펙에 기대고 신에게 매달렸다. 막 스펙 쌓다가 막 기도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것 같으니 중간에 있는 각종 힐링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선생은 그 답을 ‘성속의 융합’에서 찾고 있다. 삶에서, 일상에서 공부를 통해 깨달음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도, 노자도 말했듯이 결국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므로. 그녀의 말마따나 이것이야말로 21세기의 진정한 융합이 아닐까.

 
김미경
   
   스피치 전문가 및 동기 부여 강사. ‘김미경의 아트스피치’ 원장, ‘W.insights’ 대표. 연세대 음대 졸업,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석사. MBC ‘희망특강 파랑새’, KBS ‘아침마당’ 등 방송 출강. 저서로 ‘한 달에 한 번, 12명의 인생 멘토를 만나다’ ‘내 안의 스티브 잡스를 깨워라’ ‘2012년 자기계발을 위한 트렌드 키워드’ ‘언니의 독설’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조선>
[2239호]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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