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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의문이 많은 사람들에게 말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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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4-05-04 21:23 조회4,4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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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의문이 많은 사람들에게 말 걸다

『계몽의 시대』, 『연애의 시대』, 『위생의 시대』 출간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기획한 김현경 북드라망 편집자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계몽의 시대』, 『연애의 시대』, 『위생의 시대』가 출간됐다. 고전평론가로 이름 난 고미숙 저자는 1894년에서 1910년 사이의 자료를 공부하며, 21세기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근대 계몽기에 시작됐다는 것을 발견하고 근대성 탐사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책에는 첫 번째 독자가 있습니다. ‘책의 또 다른 작가’로 불리는 편집자가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저자의 좋은 글을 발견하고 엮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편집자들을 <채널예스>가 만나봅니다. 저자와의 특별한 인연, 책이 엮이기까지의 후일담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열하일기 3종세트, 동의보감 3종세트, 달인 3종세트에 이어 ‘근대성’ 3종세트를 펴냈다. 『계몽의 시대』, 『연애의 시대』, 『위생의 시대』로 나눠지는 ‘근대성 3부작’ 시리즈는 여전히 20세기에 갇혀 있는 21세기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마주하며, 근대성의 계보학적 탐색을 시도한 책이다. 저자는 디지털 문명이 고도화되면 ‘근대성’이라는 테마는 시효가 다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고 고백한다. 21세기가 되어도 사람들의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20세기에 갇혀 있었다.

 

1권 『계몽의 시대』는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속도에 대한 강박 속에 살아가는 21세기. 이같은 모습은 어디에서부터 유래되었을까? 저자는 “20세기 초 근대계몽기 때, 기차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오직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는 ‘사이 공간’을 모른다. 차이와 이질성이 사라진 기차가 지나간 공간은 매끈해졌다며, 영화 <설국열차>를 빗대어 설명했다.  『연애의 시대』를 쓰게 된 중요한 이유는 ‘멜로드라마’ 때문이다. 여성성과 사랑에 대한 왜곡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근대계몽기의 이광수를 만나게 됐다. 저자는 “이광수가 설정해놓은 어떤 그 사랑의 문법? 그게 아직까지도 뿌리 깊게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권 『위생의 시대』 『동의보감』 3종 세트(『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에 이은 저작이다. 그간 몸과 세계, 질병과 치유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말해온 저자는 근대적인 위생 관념의 뿌리, 그 기원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위생의 시대』에서는 위생이 처음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들어왔는가, 사람들의 신체를 어떻게 지배하고 재배치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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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저자

저자와 편집자, 멘토와 멘티 되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시리즈는 기본에 고미숙 저자가 출간했던 근대성에 관한 책들(『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나비와 전사』, 『이 영화를 보라』)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 하에 진행됐다. 지난해 말, 주제별로 원고들을 재편성하면서 ‘계몽’, ‘여성’, ‘위생’의 주제로 나눠 리메이크를 기획했다. 북드라망 출판사는 고미숙 저자가 이끌고 있는 인문의역학연구소 ‘감이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책의 편집은 자연스레 김현경 편집자의 몫이 됐다.

 

“북드라망 출판사와 ‘감이당’의 관계는 뭐랄까요, 가족으로 치면 사촌쯤 되는 관계고, 회사로 치면 연구부서와 생산부서 같은 관계랄까요? 고미숙 저자의 생활과 지식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감이당’과 ‘남산강학원’은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모인 분들이 1년짜리 프로그램에 도전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좀 더 널리 나누어야 하겠다고 동의가 되는 글들을 북드라망에서 책으로 펴내고 있어요.”

 

김현경 북드라망 편집자가 고미숙 저자와 인연을 맺은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고미숙 저자가 ‘고전평론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전인 2003년, 김현경 편집자는 고미숙 저자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편집했고, 그 후로도 고 저자의 책들을 연이어 기획했다.

 

“고미숙 선생님의 연구실에 자주 오가면서, 선생님이 어떤 고민을 하시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그런 사이가 되었어요. 처음 선생님의 책을 만들 때, 저는 아직 어리숙한 초짜 편집자였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5~6년 차 이상의 중견 편집자를 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저를 똑같이 대해주셨던 것이 인상에 남아요. 사실 당시만 해도 몇몇 선생님들은 제가 나이가 어리고 하니, 저보다는 상급의 편집자 선배와 이야기 하기를 원하셨는데, 고미숙 선생님은 그런 게 전혀 없으셨어요. 그 점이 놀랍고 감사하고, 그래서 아무튼 더 열심히 더 잘 만들고 싶어했던 기억이 나요.”

 

김현경 편집자에게 고미숙 저자는 어느새 ‘멘토’가 됐다. 개인적으로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어른, 상의를 하러 가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을 계속 가까이에서 뵈면서, 말과 행동의 간극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장 본받고 싶은 삶을 살고 계신 분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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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계몽의 시대』, 『위생의 시대』, 『연애의 시대』

 

지금의 삶이 불편하다면 관심을 가질 책


북드라망 출판사는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을 론칭하며, 좀 더 다양한 접근으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고미숙 저자의 인터뷰 영상을 작업하면서, 근대 시기의 건물과 근대여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결합한 것도 하나의 방안이었다. 출간 인터뷰 영상(http://youtu.be/_6ni3oDZTUg)을 보면, 근대기 여성 복장의 친구들이 중간중간에 등장하는데 모두 북드라망 출판사의 직원들이다.

 

“하루 날을 잡아서 북드라망 사무실 일대인 정동과 경복궁 등지를 돌며, 사진 촬영을 했어요. 한 친구는 하얀 저고리에 깜장 치마를 입고 다녀서 눈길을 꽤 끌었죠(웃음). 이번 출간 기념 저자 특강 때도 직원들이 하얀 저고리에 깜장 치마를 입고 독자 여러분을 맞이하려고 준비 중에 있어요.”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출간 전 예약판매 이벤트로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에게는 천연염색손수건을 선물로 증정했다. 평범한 손수건을 넘어서, 근대계몽기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손수건으로 책을 싸서, 책보 모양을 만들었다. 고마운 독자들을 생각하며 포장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4층으로 몇 백 부의 책을 나르는 큰 일을 치러야 했다.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면 밤은 그저 낮의 엑스트라가 되어 버린다. 밤에는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점차 밤의 길이를 줄일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지금, 우리 시대는 밤을 잃어버렸다. 또 밤이 사라지면서 잠 또한 계속 줄어들었다. 특히 밤 12시 이전에 자는 잠이란 미개의 표현이 되었다. 심지어 밤이 되면 쌩생하게 돌아다니고, 아침이 되면 그때부터 잠을 자기 시작하는 ‘신인류’도 출현하였다. 밤새도록 홈쇼핑을 할 수 있고, 밤새 게임을 할 수 있고, 밤새 즐길 수 있는 짓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양의 대칭성을 완벽하게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돌연변이’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몸과 일상이 얼마나 건조할지는 말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이 지경이니 꿈을 꿀 시간이 어디 있으랴. 밤과 잠과 꿈을 빼앗긴 시대 ? 아마도 언젠가 근대는 이렇게 규정될 것이다.” (계몽의 시대』 36쪽)

 

“성이 범람할수록, 또 멜로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사랑의 찬가가 울려퍼지면 퍼질수록 욕망은 더한층 왜소해지고, 삶은 수동화되어 간다. 사랑과 성에 대해 많이 말해지면 질수록 사랑하는 능력, 오르가슴을 느끼는 능력은 점점 더 하강하는 이 지독한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성에 대한 인식론적 구도가 여전히 근대계몽기의 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즉 정결과 타락, 사랑과 민족, 아내와 매음녀, 멜로와 포르노그래피 등을 가로지르는 이분법의 구도에 긴박되어 있는 한, 성과 사랑이 아무리 흘러 넘친다 한들 그것은 삶의 능동적 벡터에 ‘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연애의 시대』 58쪽)

 

“병리학이 도래하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는 견고한 장벽이 세워졌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둘러친 방어벽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그 안에 가두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장벽 안에 갇혀서 사람들은 자연과의 거리, 타인과의 거리, 연인과의 거리가 세련된 도시인의 삶이라고 자명하게 받아들인다. 길거리에서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인간 사이에도 서로 ‘지지고 볶는’ 관계는 허용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고독과 우울이 근대인의 질병이 되는 건 그런 점에서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다 보니,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아니라, 덜 불행해지고 병에 덜 걸리는 게 사람들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고작 덜 불행해지기 위해 살다니! 이보다 더 초라할 순 없다!” (『위생의 시대』 95쪽)

 

‘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은 우리가 지금 당연시하는 감정이나 습속들, 이를테면 사랑은 영원하고 순수한 것이라거나 청결에 대한 관념 같은 것들의 기원을 알려준다. 태초부터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근대’라는 특정한 시기에 형성된 습속들, 가치들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만든다. 또한 근대계몽기의 신문, 잡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에, 당대의 글을 직접 읽는 재미도 더했다.

 

『계몽의 시대』, 『연애의 시대』, 『위생의 시대』는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 김현경 편집자는 “뭔가 지금의 삶이 불편하거나 삶에 의문을 많이 갖는 분들, 근대계몽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읽으면 꽤 흥미로울 책”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편집자가 추천한 또 다른 책


리좀,나의 삶 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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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무 살을 갓 넘은 청년이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의 대표저작인 『천 개의 고원』을 자기 삶에 밀착해 읽어 낸 책입니다. 왜 글을 읽고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그리고 철학책이 삶에 필요한 이유에 대한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 분들 각자가 자기가 사랑하게 되어 버린 철학책(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으로 글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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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논쟁





김대식 선생님의 이야기들에 공감되는 면이 많았고요, 우리 사회 혹은 우리 시대를 읽는 어떤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가 묻히고 몇 개의 목소리만이 힘을 발휘한다는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강하게 들었는데, 김대식 선생님의 ‘자기 생각하기’에 대한 뚜렷하고도 일관된 말씀이 그래서 더 와닿았고, 저에게는 속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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