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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배려의 인문학> 저자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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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4-08-01 15:15 조회3,6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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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 “아들과의 갈등은 세네카로… 업무 스트레스는 플라톤으로 풀었다”
‘자기배려의 인문학’ 쓴 은행원 강민혁씨







매일 야근과 술 담배에 절어 살며 회식에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은행원 강민혁(45·사진) 씨는 6년 전 위기를 직감했다. 회사 프로젝트는 마음처럼 되지 않고, 오후 11시 일을 끝내면 밤새 술을 마시고 하루에 담배 2∼3갑씩을 피워대던 시절이었다. 결국 부인 손에 끌려 간 병원에서 당장 술 담배를 끊으라는 경고를 받았다. 스스로 상태가 심상찮다고 느낀 그는 그때 이외의 선택을 한다. 헬스장으로 달려가 운동을 하는 대신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 등록했다.

“평소 수유너머에 대해 아는 정도였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떠올랐다. 이왕 하는 거 한번도 안 해본 것을 해보자며 이름도 낯선 10주짜리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 등록했다. 며칠 뒤 전날까지 술을 마시고 강의실을 찾았는데 형광등 불빛 아래 30여 명이 모여 강의를 듣고 뭔가를 끄적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새로운 감각, 새로운 쾌락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날로 술 담배를 끊었다.”

K은행 팀장인 그가 지난 6년간 수유너머와 인문의역학연구소 감이당에서 공부한 기록을 모아 ‘자기배려의 인문학’(북드라망)을 내놨다. 매 학기마다 제출한 에세이를 지난 몇 개월간 전면적으로 고쳐 내놓은 것으로 인문학이 평범한 중년 직장인의 삶과 생각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31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그는 지난 6년간 평일 하루, 토·일요일까지 주 3일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고 전했다. 책은 전체적으로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라는 개념을 키워드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세네카, 루쉰(魯迅),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박지원 등의 사유를 풀어낸다. 단연 눈길을 끄는 부분은 회사 일에 스트레스 받고, 부쩍 나이 든 친구얼굴에 울적해지고, 오르는 학원비와 사랑하 는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이에 대한 단상을 철학적 사유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중간고사로 예민해진 아들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순간 언성을 높인 일은 세네카 철학으로 풀고, 회사 프로젝트로 팀원들과 신경전을 벌였던 일은 플라톤과 어우러지며, 곤경에 처한 친구 이야기에 답답한 마음은 에피쿠로스의 우정으로 이어진다.

그는 직장인의 인문학 공부법에 대해 “결국 시간쓰기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아침 4시에 일어나 1시간가량 공부하고, 분당 집과 여의도 사무실을 오가는 출퇴근길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단다. 요즘도 주 3회, 감이당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는 강 팀장은 공부 후배들에게 자신이 이미 읽은 철학서를 강독하는 선배 역할도 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공부라면 흔히 자기계발을 떠올리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실용적 능력을 키우는 것일 뿐이라며 책 제목대로 ‘자기배려의 인문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푸코의 ‘자기 배려’란 한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자기가 되는 실천”이라는 그는 “내 삶의 양식을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 간다는 의미로 주체의 변형, 자기 해체에 가까운 전투적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투적 실천 덕분에 삶과 일상의 여러 국면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며 “여전히 평범한 은행원이지만 딛고 있는 세계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 사진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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