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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배려의 인문학> 신간소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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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4-08-04 15:38 조회3,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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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빠진 중년 은행원, 술·담배 끊고 책 썼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앞으로 술, 담배하시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 날 따라 흔히 하는 의사의 경고로 여겨지지 않았다. 2008년 마흔을 코앞에 두고 몸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심각하게 경고했다. 20년 차된 은행맨으로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심적으로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다른 이들 같으면 그 길로 헬스장을 등록했겠지만 강민혁(45) 씨는 순간 인문학 연구실('수유너머')이 떠올랐다. 한겨울 눈이 펑펑 오던 날, 강의실을 찾은 강 씨는 그 길로 술과 담배를 끊었다. 대신 니체와 푸코, 들뢰즈의 책이 강 씨의 손에 들려있었다.

최근 '자기배려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쓴 강민혁 씨는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주말마다 철학책에 빠져 지낸 지 올해로 벌써 7년째다. 인문학연구소 '감이당'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세미나를 하고, 에세이를 발표하고, 강독을 하며 지낸다. 분당에서 여의도를 오가는 출퇴근 시간은 더할 나위 없는 공부 시간이다. 그는 노란색 형광펜과 볼펜으로 가득 줄쳐진 미셸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한 권을 완독했을 때의 성취감과 기쁨은 이루 말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강 씨는 철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철학을 공부한 이후 '다른 감각, 다른 쾌락'을 맛보게 됐다고 한다. "처음 접할 때 어렵고 답답하더라도 그 답답함 자체가 쾌락이다. 이전에는 술과 담배가 나에겐 쾌락이었지만, 지금은 이 공부가 더 즐겁고 경이로운 세계란 것을 알게 됐다. 내 자신의 욕망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술, 담배, 회식, 인간관계, 승진 등 직장인들의 쾌락은 내가 아닌 남들이나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쾌락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자기배려의 인문학
그가 쓴 '자기배려의 인문학'은 쉽게 돌아가지 않는다. 처음 철학의 길로 인도했던 그리스-로마철학에서 시작해 동서양의 고전을 다양하게 넘나든다. 한국 사회의 중년 남성이자, 은행맨이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인 자신의 삶을 철학과 연결시켜 풀어낸다. "철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간관계가 많이 끊겼지만, 오히려 그러한 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알게 됐다"던 그는 공부 이후 "정신이 맑아져 오히려 업무 몰입도도 높아졌으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력이 생겼다"고 말한다.

" 책 제목인 '자기배려'는 '단 한 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자기가 되는 실천'이란 뜻인데, 자기 주체를 극명화시킨 전투적인 개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통념이나 감각을 바꾸라는 뜻이다. 해고, 사건 사고, 모욕, 무능력 등 직장인들은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두려움이 만들어진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상황이나 타인에 의해 끌려 다니지 않을 주체성을 갖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 등 인문학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공부를 하는 수고스러움은 꺼린다. 강 씨는 처음에 니체를 접하고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모조리 베껴 쓰고, 주어와 동사, 목적어를 분해해가며 따져들었다. 강 씨는 "사람들이 고시나 시험용 공부를 할 때는 모르는 부분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공부하는데, 철학 등의 교양서는 편안하게 앉아 한 번에 안 읽히면 바로 포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가들의 사상이 담겨있는 이런 책을 공부할 때 더욱 공들여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인문학 공부에 빠져들려고 하는 직장인들에게 강 씨는 조언한다. "망설이지 말고 같이 공부할 사람들을 찾아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하라. 그리고 돌아오지 말라(웃음). 자신의 욕망이나 무의식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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