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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쿠프> 성형? 본원적 경쟁력 키우라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6-03-31 09:52
조회 : 2,102  

성형? 본원적 경쟁력 키우라청춘 멘토링(32) 고미숙 고전평론가 편


고미숙(56) 고전평론가는 “성형수술의 유혹을 받기보다 능동적으로 배워 본원적인 경쟁력을 키우라”고 말했다. 성형을 했다고 취업이나 결혼에 크게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여자들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성형을 시도해 남자들에게 섹시하게 보이려는 사회 풍조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렸다.

   
 

Q 멘티가 멘토에게

예쁘지 않은 얼굴, 작은 키, 트러블이 심한 피부 탓에 외모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주변에 취업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 다이어트를 하거나 취업 성형을 하는 친구들도 꽤 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다이어트와 성형은 일종의 생존술 아닐까요? 아닌가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생존술이라, 어쨌거나 생존경쟁하느라 최선을 다하는 건 좋은 일이죠. 그러더라도 자신의 잠재력을 망가뜨리면 안 됩니다. 나의 잠재력이 나중에 발현되도록 청년기를 보내는 게 자신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막상 기성세대가 되어 보니 청년기의 여러분에게 기대하는 게 그렇게 크지도, 많지도 않습니다. 투박하지만 소탈하고 뭔가 배우려 드는 호기심 많은 청년을 기성세대가 더 선호해요. 새내기가 능력이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나겠어요? 능력이 출중한들 판을 주도하겠습니까?

기업의 CEO들이라고 나와 생각이 크게 다를까요?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 나중에 회사도 성장시키지, 얼굴 반반하고 뺀질거리는 사람이 훗날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사실 성형을 한다고 취업과 결혼에 크게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 정도 유리해진 거로 인생 전체의 흐름이 바뀌지 않습니다. 결혼만 하더라도 그래요. 사람들이 흔히 성형으로 인한 외모의 개선 가능성만 보는데 남녀가 결혼에 골인하려면 시절과 성호르몬의 ‘케미’가 맞아야 합니다. 외모의 수준이 아니라는 거죠. 10년, 20년 가는 인연은 서로 눈이 맞아야지 눈에 보이는 외모가 준수하다고 맺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남자도 외모만 보고 하는 짝짓기는 하지 않아요. 외모가 빼어난 여자 연예인들이 왜 결혼에 실패하나요? 대부분 남자의 외도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다이어트와 성형이 최선의 선택지는 아닙니다. 그 시간과 돈으로 공채 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고 인턴을 할 수도 있죠. 더 활기찬 삶을 살면서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능동적으로 배우고 능력을 발휘하려 드는 자세가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 사람은 외모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모를 중시하는 연예계만 봐도 그래요. 예능 프로그램을 주름잡는 유재석이나 김구라가 잘 생겼나요? 왜 사람들이 이들을 좋아할까요? 본원적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만일 꽃미남ㆍ꽃미녀가 예능 프로그램을 점령한다면 시청률이 오히려 떨어질 걸요.

 

외모보다는 얼굴에 담긴 생기와 표정이 더 중요합니다. 인공적이고 가식적인 모습 말고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이런 게 억지로 꾸민 매너보다 직장 생활하는 데도 더 잘 먹힙니다. 직업에 대해서도, 인생에 대해서도 배우려 드는 후배를 상사도 키우고 싶어 하죠.

사실 성형수술 탓에 얼굴이 균일화돼 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얼굴이죠. 자연미인의 얼굴은 약간 불균형적이고 엄밀하게 말해 비대칭입니다. 그런데 성형 붐 탓에 미인형이 정형화돼 버렸어요. 미인의 기준이 고착된 겁니다.

그 바람에 사람의 몸 전체가 만들어 내는 아우라가 사라졌습니다. 사람이 저마다 뿜어내는 기의 개성이 말살됐어요. 기의 강도와 밀도도 흐트러졌고요. 성형 덕에 미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열등한 미인이 돼버린 거죠. 균일한 기준에 맞추다 보니 자신만의 기운이 힘을 잃어버린 겁니다.

성형 천국은 미의 파시즘 세상

사실 성형미인을 보면 미안한 얘기지만, 만들어진 미인이라는 생각에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잘 안 생깁니다. 이렇게 성형미인이 계속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려 들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될지도 몰라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 나름대로 노력한 건 인정할지 몰라도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려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경멸감 같은 거죠.

성형의 동기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합니다. 흔히 외모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성형을 한다고 하는데 성형으로 외모 열등감을 극복했으면 그때부터 정신을 연마해야죠. 성형에 성공한 후 고전을 읽으면서 지적인 수양을 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습니다. 보통 거울을 들여다보며 더 ‘보정’할 곳을 찾죠. 틈만 나면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바라보고 남들보다 예뻐질 궁리만 하는 삶은 그 자체가 ‘지옥’입니다. 결혼을 하고 성공을 하더라도 그 패턴은 달라지지 않아요.

뇌사 등 성형수술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잘못된 성형 후 삶이 망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부작용의 비율이 낮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따지면 아동학대도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특정한 외과 수술이 이 정도 부작용이 있다면 아마 사회적으로 못하게 할 거예요. 부작용 못지않게 위험한 건 성형 후 바뀌는 인생 행로입니다. 성형 중독에 빠지거나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대부분 사람과 세상을 외모로 판단하는 경향성이 생깁니다. 친구를 만나면 얼굴을 들여다보고 어디를 고치라고 해요. 이런 태도는 우정도, 사람에 대한 존중도 아니에요. 세상엔 어떻게 고치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도 많습니다. 또 대체로 외모가 빠지는 사람을 차별하게 되죠. 성형수술을 통해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피해가 구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외모지상주의가 더 강화되는 셈입니다. 성형 천국은 미의 파시즘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다이어트도 그래요. 체중을 줄이고 싶으면 생활의 리듬부터 가다듬어야 합니다. 다이어트와 상극은 폭식, 잠 제대로 안 자는 것,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거예요. 평소 막 살다가 취직하겠다고, 성공하겠다고 헬스클럽 다니면서 복근 만들고 닭가슴살이나 고구마를 먹는데 양생養生 즉 건강 관리에 아주 안 좋습니다. 식사량을 줄이되 아침밥은 제대로 챙겨 먹고 걷기 운동 꾸준히 하면 살은 빠지게 돼 있어요. 덜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거죠. 특히 오후엔 식욕을 다스려 덜 먹는 게 좋습니다. 밤에 먹방 보면서 야식 먹으면 운동을 많이 해도 소용없어요. 고도 비만이야 질병이니 논외고요. 육식과 인스턴트 음식도 줄이는 게 좋아요. 돈 드는 무슨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말고 생활의 리듬을 회복하세요. 자존감이 높아지고 내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게 될 겁니다.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으라

많은 여성이 성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교육적 지위는 남자와 대등해졌죠. 대학엔 여학생이 오히려 더 많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여성이 성공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어요. 성차별적인 사회의 모순도 많이 해결됐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풀릴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여성들이 성형으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남자들에게 섹시하게 보이려 듭니다. 이제 남성 위주의 사회라 그렇다고 변명할 수도 없어요.

내 눈엔 쇼핑에 약한 여자들이 상품의 마법에 걸린 거 같아요. 예술 작품과의 경계가 모호할 만큼 상품이 요물스러워지면서 많은 여성이 쇼핑 중독에 빠졌습니다. 예술이 상품 속으로 들어왔다고 할까요? 심지어 연애와 결혼마저 상품의 이미지로 떠올립니다. 비싼 백을 안겨줄 남자와 만나기를 원하고 연애를 하면 돈이 많이 드는 이벤트를 벌이죠. 연애란 곧 남자에게서 갖고 싶은 물건을 선물 받는 것이 돼 버렸어요.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하면 머릿속에 무엇 무엇을 사야 하는 이벤트를 떠올리고, 결혼하고 나면 많은 돈을 들여 예쁜 인테리어로 집을 치장하죠. 비싸고 고급스러운 물건에 대한 집착은 과거 상류계층 여성의 특별한 취향이었습니다. 그런데 백화점과 홈쇼핑 문화의 확산으로 여성에 일반화됐습니다. 상품이 제공하는 쾌락에 여자들이 빠진 겁니다. 그 결과 타인과의 공감에 실패하고 고립돼 관계가 단절돼 갑니다. 그 길의 끝에서 자식에 대한 아동확대도 벌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성형한 사람이 그 다음에 주로 하는 게 쇼핑입니다. 얼굴과 몸을 고쳤으니 그 몸에 치장을 하는 거죠. 턱을 깎았으면 거기에 맞는 옷을 사 입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식이죠. 상품의 가치가 아니라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겁니다. 요즘 어떤 젊은이들은 몇 달 아르바이트해 번 돈으로 명품 백을 산 후 백 든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서 그 백을 중고시장에 내다팝니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겁니다.

상품보다 이미지 소비하는 사회

젊은이 여러분. 사람은 생명의 존재입니다. 제발 생명의 에너지를 회복하세요. 몸의 정기를 잘 조절하면 평정이 유지되고 정신적 능력이 커져요. 잠재력도 성장합니다. 인생에 대한 원대한 비전도 품게 되죠.

우리 몸은 생명체예요. 우리 뇌는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기 몸을 잘 돌보세요. 밤에 푹 자고 낮에 일과 공부에 집중하세요. 날마다 삶의 기술을 몸으로 배우세요. 말 그대로 체득體得해 가는 겁니다. 인생이라면 겪게 마련인 생로병사의 길을 희로애락을 맛보면서 묵묵히 걸어가세요. 하루하루의 일상에 충실하고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세요.

이세돌 9단에게 압승한 알파고 때문에 일부에서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데 그 걱정도 할 거 없어요. 인공지능 로봇에서 감정이라는 화학작용이 일어나면 연산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산과 감정이입 두 가지를 다하게 되는 순간 로봇에서도 사람처럼 번뇌가 시작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연산 능력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요. 사랑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거와 같죠. 이게 우주의 법칙입니다.

고전을 읽으세요. 고전은 인생과 우주에 관한 지혜의 보고입니다. 생명의 토대죠. 이런 생명의 지혜가 없으면 인간은 연산능력밖에 없는 기계로 전락하고 맙니다. 화폐의 노예가 되면 벌어도 벌어도 끝이 없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출처: 더 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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