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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일보>색다른 암송, 텍스트를 몸안에 새겨라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6-04-29 09:51
조회 : 1,731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독서광인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책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 제목부터 의미파악이 잘 안 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책은 손안에 쏙 잡히는 문고판 크기로,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나는 말솜씨가 없다. 주변에 말을 맛깔스럽게 또는 논리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주 부럽다. 때로는 화법에 문제가 발생하여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먹은 적도 많다. 책을 읽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음소거한 묵독으로 책을 대한다. 하지만 세상은 몇 년 전부터 소리 내서 읽으라며 낭독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지만 금방 지치고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래서인지 말의 기예는커녕 언어소통도 갈수록 심각해짐을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선물한 지인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 책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나에게 채찍질하듯이 낭독을 넘어 낭송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명쾌하게 설파한다. 낭송의 스킬을 가르쳐 주는 건조한 지식이나 정보서가 아니라 낭송의 즐거움과 깨달음을 통해 양생으로 이어간다는 삶의 지혜 안내서에 가깝다. 

저자는 대한민국 인문학 읽기 열풍의 아이콘이 된 고전평론가 고미숙 작가이다.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등 우리시대 인문학적 지식의 새로운 시각과 비전제시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의 curas는 care의 라틴어다. 케어는 배려와 돌봄, 나아가 치유, 저작물, 글쓰기의 의미도 갖는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케어는 이 모든 의미를 망라하여 '자기배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호모 큐라스는 자기배려를 하는 사람, 즉 자신의 욕망과 호흡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고전을 낭송하면 내 몸과 우주가 감응하게 되고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양생법이자 자기배려이기 때문에 낭송의 달인이 호모 큐라스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고미숙 작가가 말하는 낭송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에서 나아가 암송을 하는 것이다. 암송은 암기와 다르다. 암기가 음소거 상태에서 의미 단위로 텍스트를 먹어 치우는 것이라면, 암송은 소리로써 텍스트를 몸 안에 새기는 행위이다. 따라서 낭송이란, 존재가 또 하나의 텍스트로 탄생되는 과정, 즉 몸이 곧 책이 되는 것이다.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낭송에 가장 적합한 텍스트는 동양고전이라고 한다. 

또한 재미있게 와 닿았던 내용을 소개하면, 소리가 없이 정보로만 기억해야 하는 암기는 뇌만 홀로 노동을 담당해야 한다. 기혈이 한쪽으로 쏠리면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 뇌의 에너지원은 공기 중의 산소, 음식물의 영양분, 소리와 운동으로 크게 구성된다. 이 소리와 운동을 관장하는 기관이 바로 귀이며, 이 귀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뇌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소리를 낼 때 턱을 움직이는 것도 뇌를 충전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잘 듣는 이들이 말도 잘한다. 그리고 하루에 꼭 섭취해야 할 물이 있듯이, 말과 소리에도 하루에 듣고 해야 할 정량이 있어서 그걸 충족하지 못하면 에너지가 안에서 고이고 뭉친다고 한다. 

참으로 일리 있는 논리다. 소통에 있어서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다보면 내 할 말만 하는 식의 화법, 이해관계가 없으면 말을 섞지 않고, 필요하다고 여기면 과잉친절을 남발하는 언어 환경의 편향이 심각하다. 결국은 관계의 불통으로 이어지고 난처한 상황에 빠지니 여기서 낭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의 한계로 뇌가 나를 비웃는 어처구니없는 순간들이 찾아와 먹먹해졌던 경험이 종종 있다. 

동일한 경험으로 공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전파하고 싶다. 하루에 한 구절씩 고전을 낭송하자! 뇌가 활성화되고, 무리 없이 앎을 체득하고 삶의 지혜에 접속하여 관계는 형통해지고 나아가 몸과 마음이 평안해질 수 있다 하니 이보다 더 좋은 독서운동이 있겠는가?

온정미(한밭도서관 대출담당)

출처: 중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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