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사고-인간은 세상에 대한 앎을 자기-개인에게 축적되는 무엇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앎’은 세상을 집단적으로 구조화하는 앎이다. 세상은 달라지지만, 그 달라지는 동시의 평면을 구조에 삽입할 수 있도록, 구조는 데이터처럼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진행’되어야 한다.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은 역시 지금 감각되는 기호들이다. 기호들은 실로 엮여 하나의 보물이 되고,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우주의 메시지가 되어 쏟아진다. 앞서 이 세계는 ‘질적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정확히는 이 우주의 메시지들이 매번 다를 뿐, 중요성의 강도에는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이 세계에서 ‘나’는 어떤 고유명사 하나로 표현되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논리적 종합의 보고’다. 세상에 대한 종합적 인식, 이를테면 무지개와 뱀과 새들의 다양한 울음소리, 소음과 성단과 배고픈 아이들, 별과 여인과 농작물…등등을 연결하는 사고에 접속해 있는, 그럼으로써 사고의 부분을 이루는 존재다. 이 ‘사고’는 길 위에 돌 하나만 놓여있어도, 메뚜기 한 마리만 뛰어가도, 세계 전체의 움직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온갖 기호의 격발이며 메시지로 가득한 곳! 세상 전체는 부분과 함께 움직이고, 부분은 전체와 함께 매번 다른 무엇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