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비로소 내 몸을 몽땅 남의 손에 맡겨 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불안의 큰 요인이었음을 알았다. 물론 전문가를 믿고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실제로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지만 거기에만 의존하는 건 치료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런 의존적 치료 방식은 삶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어쨌든 조금씩 실천에 옮기면서 생각 밖의 효과를 경험하기도 하고, 그 경험이 다시 힘을 받아서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는 한의학 관련 양질의 정보들에 접속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내 몸의 주인이 되어 갔다.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일상이 단순해졌다. 이런 나를 지켜 본 지인들이 가끔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전문가가 아니고 몸도 다르니 그들에게 맞는 치료법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기 몸을 관찰하고 스스로 관리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태도라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의보감 공부를 다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임인년 새해가 되었다. 때마침 『동의보감』 완역본 읽기 세미나가 열렸다. 그리고 감이당에 온 뒤로는 공부가 되게 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했기에 연재를 하기로 했다. 『동의보감』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이야기들-내가 겪은 것,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 등-을 이야기하듯 써 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동의보감』의 지혜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고, 아픈 채로 명랑하게 살 수 있는 양생의 노하우도 많이 터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