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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희씨가 들려주는 동의보감 이야기] 정(精) 부족 인생의 고달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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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22-07-22 16:12 조회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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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精) 부족 인생의 고달픔이여~

복희씨 (감이당)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받는 걸까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온 살아온~~~

‘정(精)’에 대해 글을 쓰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원래 혼자서 콧노래를 잘 흥얼거린다. 물론 조용필도 좋아한다.) 그러다가 문득 나야말로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온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노래에서 말하는 정은 초코파이 정(情)이고, 내가 말하는 정은 흔히 정액으로 알고 있는 이 ‘精’이다. 그런데 글자를 ‘精’으로 바꿔도 노랫말이 우리네 인생살이의 고달픔을 드러내는 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신기할 정도로 딱 들어맞는다. 실제로 섹스에 탐닉해서 시도 때도 없이 정(정액)을 쏟으며 사는 남자들이 많고, 그러다 보면 정이 고갈되어 가슴을 치며 울 일이 생기지 않는가.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보배처럼 아껴라’, ‘잘 간직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한다. 심지어는 “아이를 만드는 데도 오히려 아껴야 할 것”(231쪽)이라고 하는 걸 보면 정말 목숨처럼 아껴야 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섹스에 빠져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류머티즘 40년에 성욕까지 불태웠다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기는 어렵다. 물론 정이 가장 정다운 건 성호르몬으로 역할을 할 때이다. 그러나 정이라는 게 생명을 잉태하거나 성욕을 불태울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정이란 건 생명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질료다. 이게 부족하면 인생이 좀 고달파진다.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하려고 한다.

forest-g0109dbd20_640정이란 건 생명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질료다. 이게 부족하면 인생이 좀 고달파진다.

그 전에 정이란 무엇인지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자. 『동의보감』을 펼치면 초입에 나오는 게 정(精)·기(氣)·신(神)이다. 이 셋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요소다. 정기신이 합쳐져서 몸을 이룬다. 『동의보감』에서는 “부모의 신(神)이 합쳐져서 형체가 생기는데 육체보다 먼저 생기는 것이 있으니 이를 정(精)이라 한다”(230)라고 하였다. 몸이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정이 생긴다. 그리고 오곡의 진액이 섞여서 기름이 되는데, 이것이 속으로 들어가면 뼛속에 스며들고, 위로는 뇌수까지 올라가고, 아래로는 음부로 흘러간다고 했다. 다시 말해 ‘정’은 신장에만 있는 게 아니고 전신에 다 있다는 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은 물의 형태로 몸의 모든 조직에 존재한다. 세포액이기도 하고, 피의 원료가 되기도 하며, 눈물, 콧물, 오줌, 정액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좀더 밀도가 높은 형태로는 뇌나 골수도 되며, 더 강력하게 응축하면 뼈가 되기도 한다.”(안도균,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동의보감』, 작은길, 95쪽) 한마디로 정이란 몸 전체에 흘러 다니며 몸을 매끄럽고 촉촉하게 해 주는 에센스, 언제든지 에너지로 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 보배로운 물이라고나 할까. 이게 부족할 때 몸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물 부족, 그 현장을 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뼈마디가 너무 메말랐다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무릎에서는 아주 요란한 소리가 났다. 예전에는 ‘체력이 국력’이라는 구호 아래 점심시간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서 ‘국민체조’라는 걸 했다. 그때 ‘무릎굽혀펴기’를 할라치면 ‘우두둑 우두둑’ 소리가 났다. 옆에 있는 친구들이 그 소리를 듣고 다 쳐다볼 정도로 요란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손목이나 발목을 나도 모르게 자주 돌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 자갈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잠시 잠깐 시원한 느낌을 받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계단에 앉아 있을 때 친구가 어깨를 짚으면 어깨 관절이 덜컥 내려갔고, 화들짝 놀라 어깨를 돌리면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기도 했다. 친구가 어딜 같이 가자고 손목을 잡아당기면 손목이 빠질 것 같아서, 알았으니 손목을 놓으라고 말하곤 했다. 체육 시간에 운동을 많이 한 날에는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꼬리뼈 주변이 어긋난 것 같아서 불편했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 보면 ‘뚝’ 하고 뼈가 제자리에 들어가는 소리가 나고 그때부터 잠을 편히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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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쓰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관절의 부위를 넓혀가며 정 부족 증상을 겪은 듯하다. 그런데 특별히 어디가 아파서 앓아눕거나 움직임이 아주 불편한 건 아니었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기억은 없다.

정은 주로 신장과 관련이 있다. 오장에 다 정이 있지만 그걸 모아서 저장하는 곳은 신장이다. 신장은 골, 즉 뼈를 주관한다. 신장에 정이 부족하면 뼈마디 마디까지 진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내 모든 관절들이 그렇게도 서걱거렸던 거다. 뼈마디가 자잘한 자갈, 또는 굵은 모래 같은 걸로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단하게 결합 되어 있지 않고 밀도가 떨어지면서 틈이 많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이치를 모르던 그 시절 그저 뼈가 좀 약하다고 생각했다.

머리카락도 숱이 무척 적었다. 색깔도 노랑머리까지는 아니었지만 너무 옅었다. 한 번 깎아주면 숱도 많아지고 색도 검어진다고 해서 취학 전인 일곱 살 때, 머리를 빡빡 깎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그 뒤로 머리숱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머리카락에 윤기가 좀 없어진 듯했고, 약간 곱슬머리처럼 되면서 부하게 공기가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날마다 자기 전에 머리를 감고 조금 덜 마른 상태에서 수건을 뒤집어쓰고 잤다. 아침이 되면 머리가 숨이 좀 죽으면서 차분해졌다.

몸에는 두 가지의 털이 있다. 피부에 나는 털인 모(毛)와 머리카락을 일컫는 발(髮). ‘모’는 폐가 주관하고 ‘발’은 신장이 주관한다. 그리고 신장의 색깔은 검은색이다. 신장의 정이 충만하면 숱이 많고 검고 윤이 나는 ‘삼단 같은 머리’를 찰랑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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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이 넘어 류마티즘을 앓으면서부터는 오른쪽 귀에 이명이 생겼고, 눈, 피부 등에 건조한 증상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비문증이 생겨서 눈앞에 애벌레 같은 게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명이 심할 때는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으면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독서에 방해가 되곤 했다. 안구 건조 역시 인공 눈물을 거의 달고 살았다. 비문증은 애벌레가 새끼를 치는지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최근에는 왼쪽 눈에서 불빛이 번쩍거렸다. 이게 뭔가 싶어 안과에 갔더니 특별한 질병이 있는 건 아니고 노화현상이란다. 다른 말로 하면 음기, 정이 점점 말라간다는 뜻이다. 피부도 매우 건조하다. 요즘처럼 습도가 높고 땀이 날 때는 그나마 어느 정도 물기가 있는데 겨울이면 최악이 된다.

이 모든 증상이 정이 부족한 것이 큰 원인이다. 정은 신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오장에 다 있다. 이명은 신장의 정이 귀까지 올라오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고, 안구 건조는 눈과 연동되어 있는 간의 정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다. 피부를 관장하는 폐의 정이 부족하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비(脾)의 정이 부족하면 치아의 뿌리가 드러나고 머리털이 빠진다고 했다. 치아의 뿌리가 드러나고 흔들려서 윗니는 거의 임플란트를 한 상태다. 임플란트를 할 때도 잇몸에 뼈가 부족해서 뼛가루를 이식하고 난 뒤 몇 개월을 다진 뒤에 임플란트를 심는다. 여기에 가끔씩 찾아오는 허리 통증도 신장의 정이 부족해서 생기는 증상들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디 성한 데가 별로 없는 듯하다.^^ 태어난다는 건 어딘가에 치우친 상태이고 병과 함께 생명이 시작된다고 했으니 안 아프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타고난 조건을 잘 알아서 거기에 맞게 쓴다면 대체로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치우친 걸 더욱 치우치게 하고 부족한 걸 더욱 끌어다 쓰면 문제는 커진다.

상화가 망동하는 스따~~일

내 사주 여덟 글자에는 수기가 없다. 신장은 오행상 수(水)다. 그러니 선천적으로 신장 기운이 약하다. 정이 그다지 충만하지 못한 몸을 타고 난 것이다. 그러면 그런 대로 아껴서 쓰면 된다. 『동의보감』에서 ‘꼭 닫아 두고 보배처럼 아끼라’고 신신당부하는 정이 아닌가. 그런데 참 인간이 묘하다. 내가 그 동안 즐겨했던 것들을 보니 안 그래도 부족한 정을 마구 쓰는 짓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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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좋아한 놀이나 운동의 종목이 그렇다. 조용하게 노는 건 영 재미가 없다. 몸을 격하게 쓰는 걸 좋아한다. 운동장에서 흙에 뒹굴며 해가 빠질 때까지 놀거나 고무줄놀이를 해도 고난도로 해야 뿌듯하다. 운동도 속도가 빠른 구기 종목들을 즐긴다. 탁구를 가장 좋아했는데, 휴일이면 연달아 서너 시간씩을 치기도 한다. 나중에는 책을 펴면 책 위에, 누우면 천장에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 흡사 노름에 빠지면 화투장이 눈앞에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승화강(水升火降)이다. 심장은 화기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불이다. 이걸 군화(君火)라고 한다. 군화는 타오르는 불은 아니다. 심장에서 불이 타면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심장의 화기는 혈관을 타고 일정하게 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심장의 화기가 물을 만난 것이 혈(血)이다. 그래서 혈이 따뜻하게 전신을 흐른다. 이렇게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려면 신장의 물은 위로 올라가고 심장의 불은 아래로 내려오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정이 부족하면 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 그러면 심장의 불이 물도 없는 상황에서 타게 되고 수화의 균형이 깨진다. 그러면 그나마 적은 물이 더 졸여지고 혈을 뜨겁게 해서 정을 많이 소모하게 한다. 정 부족 현상이 악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군화만 있다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돌발 상황에 갑자기 힘을 써야 할 때도 있고, 빨리 뛰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군화를 갖다 쓰면 군화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여분으로 쓰는 불이 또 하나 있다. 이것을 상화(相火)라고 한다. 상화는 두 개의 신장 중에서 오른쪽 신장인 명문에 있다. 그래서 이를 명문화라고도 한다. 군화가 혈로써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면 상화는 순간적이고 강한 힘을 쓸 때 기여하는 불이다. 이 상화는 군화가 생명 유지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신진대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나머지 일상에 에너지가 필요할 때 활동하는 것이다. 이 상화를 과도하게 쓰면 역시 정, 즉 물이 부족해지고 불이 과하게 뜨거워져 또 정을 졸이고 화기로 인한 병증을 일으킨다. 그게 관절염, 이명 등등 앞에서 죽 열거한 증상들의 원인이 된다.

match-gfcf285771_640이 상화를 과도하게 쓰면 역시 정, 즉 물이 부족해지고 불이 과하게 뜨거워져 또 정을 졸이고 화기로 인한 병증을 일으킨다.

여기서 내 일상을 보면 주로 상화를 심하게 쓰는 활동들을 즐긴다. 돌발상황의 그 아슬아슬함을 즐기고, 운동도 짧은 시간에 빠르게 움직이는 종목을 좋아하고, 놀이도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걸 선택하고, 그걸 또 시작했다 하면 진이 빠지도록 하는 식이다. 여기서 진이 빠진다는 것도 진액이 빠진다는 것으로 정이 다 고갈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서 상화가 망동하는 스따~~일을 즐겼다.

먹어서 살았다

타고난 정도 부족해. 그마저도 뛰고 노느라 보존은커녕 함부로 써버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씩씩하게(?) 살고 있는 것은 식습관 덕분이다. 그리고 이건 부모님께 감사할 일이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기름진 음식을 날마다 먹을 수 있는 집이 별로 없었고, 그런 음식이 흔치도 않았다. 그러니 식탁에 오르는 메뉴들이 집집마다 비슷비슷했다. 그러나 먹을 게 궁할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았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유난히 소식에 맑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셨다. 식단 메뉴는 할머니 아버지 중심이었고 또 어머니도 두 분보다는 육식을 좋아하셨지만, 담백한 음식을 식탁에 올리셨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정(精)이 부족한 경우에는 음식물로 보”하는데, “달고 향기로운 맛을 가진 음식물은 정을 생기게 할 수 없고, 오직 담담한 맛을 가진 음식물이라야 정을 보할 수 있다.” “대개 죽이나 밥이 거의 끓어갈 무렵에 가운데 걸쭉한 밥물이 모이는데 이것은 쌀의 정액이 모인 것이다. 이것을 먹으면 정을 가장 잘 생기게 한다”라고 한다.(234)

평상시든 방학이든 가족 모두가 아침, 점심, 저녁을 규칙적으로 먹었다. 아버지는 과식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무식한 짓이라며 경계하셨고, 특히 저녁을 많이 먹지 말라고 하셨다. 그 덕분에 야식은 거의 먹지 않고 자랐다. 여름 저녁 식사 후 수박을 먹는 정도가 다였다. 지금까지도 이런 식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떤 음식도 어떤 상황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능력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그러니 가히 ‘먹어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남은 날들을 정 부족으로 고달프게 살지 않으려면 정을 아끼며 좀 느긋하게 살아야 하리라! 몰랐을 땐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알았으니, 소중한 ‘정(精)’!을 “받을 땐 꿈속”같이 행복해하고, “줄 때는 안타까워”하면서….

fantasies-g5c02cb06c_640소중한 ‘정(精)’!을 “받을 땐 꿈속”같이 행복해하고, “줄 때는 안타까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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