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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모든 순간이 삶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7-12-22 23:50
조회 : 801  



모든 순간이 

 


강지윤(감이당 토요 대중지성)




내 친구 A. A는 전업 트레이더였다트레이더는 개인적으로 주식을 하는 사람이다몇 년간을 밤을 새며 미국유럽 증시를 보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고 증시의 결과에 따라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생활은 불규칙적이었고 낮에 주로 잠을 잤으며 거의 집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A는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 취직을 했다취직을 하고 한 달쯤 됐을까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당장 수술해야 한다며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그러고 보니 A는 몇 년 전에 대장에서 용종을 제거한 적이 있었다.


내 친구 B. B는 공무원이다. B는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를 하고 있고 산지 농산물이나유기농 음식을 먹었다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녔다사는 곳도 복잡한 도시가 아닌 공기 좋은 한적한 동네은퇴를 하면 전원생활을 할 거라는 얘기를 지난 여름 경복궁 어딘가에 있는 까페에서 들었다그러던 B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단다분명히 올 해 건강검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고 담배를 핀 적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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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진단은 내게 충격적이었다. B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에 걸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A의 진단결과는 안타깝고 속상하긴 해도 설명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불규칙한 생활과 엄청난 스트레스 그리고 암(). 안 봐도 비디오다그런데 B? B의 삶과 암은 도저히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좋은 공기유기농 농산물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암(). 어디 연결이 가능한가물론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그렇지만 겉으로 보기에 B에게서 폐암을 연상시킬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심지어 B는 폐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심란한 날을 보냈다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A와 어떤 원인으로 발병을 했는지 모르는 B. 이들의 사연은 나를 답답하게 했다새로운 문턱에서 주저앉질 않나별다른 어려움이 없는데 병에 걸리질 않나그렇지만 우습게도 며칠째 계속되는 내 기침감기가 신경쓰였다. 의사는 나에게 X-ray상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믿을 수가 없다. B도 분명 검진 결과는 이상 없지 않았던가! 주변의 사람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종종 접할 때가 있다그때마다 놀라긴 했어도 이렇게 심란하진 않았는데 어째서 유독 B의 소식에 이렇게 힘든 것일까?



 

1. 원인을 찾아서

내가 생각하기에 A는 암에 걸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심적 압박을 받으면서 잠도 못 자고 불규칙적으로 생활을 하는데 어떻게 건강할 수 있겠는가. A는 마치 이사를 하고 난 뒤 몸살을 앓는 것처럼 생활이 바뀌면서 병이 드러났다새로울 것이 없었다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A보다 더 스트레스가 많고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어 증권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그들은 다 병에 걸렸을까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만 하는 게임 덕후들그들도 다 암에 걸릴까더구나 A는 대장암의 발병원인이라는 유전육류위주의 식습관비만과는 거리가 멀다그러고 보면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었다그런데 나는 A의 결과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자신의 삶을 보살피지 않은 결과라고 믿었다. 정말 A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병이 생긴 것일까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그리고 하필이면 왜 대장암이었을까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그동안 A의 암은 스트레스로 인한 발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스트레스 때문에 암에 걸리고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하고.. 이런 뉴스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었다. 같은 조건일 때 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고도 80세까지 사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담배 한 번 피지 않고도 폐암에 걸리는 B가 있다매일 소주 3-4병을 마시고도 깨끗한 간을 소유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도 간암에 걸리기도 한다그렇게 되면 스트레스가 진짜 원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불규칙한 생활이 암을 일으킨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더구나 원인을 잘 모르는 병들은 대부분 스트레스라는 진단을 붙이지 않는가스트레스라는 말이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내가 암의 원인을 찾은 이유는 하나다암에 걸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암이란 것은 이런 경로로 생기기 때문에 그 길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바꿔 말하면 나는 잘 살고 있고 그래서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사실 아픈 게 너무 싫다신체적 고통을 끔찍하게도 싫어한다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아픈 것을 못 참았다고 엄마가 이야기해주셨다작은 고통도 못 견디는데 엄청난 고통을 일으키는 암에 걸린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다그러니 암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원인을 없애서 고통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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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그리고 그 행동의 표상은 별개의 것들이다

이들 사이에는 인과의 바퀴가 돌지 않는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책세상, 60쪽


니체에 의하면 우리가 암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들은 아무런 인과가 없다고 한다우리가 조심하면 암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광기라고 말하고 있다. ‘가 무엇을 하면 어떤’ 일을 일으킬 수도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한다. ‘A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면 암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는 얘기다어떤 경로로 암에 걸렸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인과로는 알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그러나 우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뒤에 우리의 생각을 덧붙이는 경향이 있다. A가 암에 걸렸기 때문에 A의 불규칙적인 생활과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우리는 사건이 벌이진 이후에 원인을 찾는데 그 원인이라는 것이 대부분 만들어진다고 니체는 보았다애초에 어떤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결정적 원인은 없기 때문이다사실 우리는 몸이 있.때문에 병에 걸린다건강이라는 조건이 이미 병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몸이 있는 이상 암에 걸릴 수도 있고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며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고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이런 병들은 그저 몸이 있기 때문에 걸릴 수 있는 스펙트럼이다다만 그 병을 괜찮은 병걸리면 안 되는 병으로 나누는 우리의 시각만 있을 뿐이다.

 


2. 온 힘을 다해 만든 행동

우리가 생각하듯이 어떤 사건과 원인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막 살아도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술을 마셔도 안 마셔도운동을 해도 안 해도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안 먹어도 암에 걸린다면 아무렇게나 막 살고 우연에 결과를 내맡기고 싶다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B처럼 운동하고 관리한다 해도 암에 걸릴 수 있고 책을 열심히 읽고 노력한다고 해도 에세이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슬프지만 말이다니체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단편적인 인과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과거가 현재와 무관하다고 본 것은 아니다과거의 행동들에 우연과 수수께끼들이 덧붙여져서 현재가 존재한다고 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연과 수수께끼들의 조각들 때문에 단편적인 인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다이런 단편적인 인과는 원망을 낳는다. ‘예전에 술을 안 마셨어야 했는데..’ 이렇게 과거의 행동을 탓하기도 한다그러다보면 같이 술 마신 너 때문이기도 하고 술을 만드는 회사 때문이기도 하며 술에 관대한 나라 탓이기도 하다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결국 내 잘못이다술을 쳐 마신 내 탓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팔자야..’하며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긴다이렇게 매번 과거를 원망하고 그런 행동을 한 자신에게 벌을 주게 된다이렇게 끝나지 않을 과거의 징벌을 니체는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지난날을 구제하고 일체의 그랬었다를 나 그렇게 되기를 원했다로 전환하는 것내게는 비로소 그것이 구제다!(236)



그랬었다는 것은 과거의 결정만이 현재를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본 상태이고 나 그렇게 되기를 원했었다는 것은 과거의 결정이 현재의 초석이 되고 미래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이다먼저 그랬었다를 살펴보면 내가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고 해석할 수 있다과거의 한 순간을 바라보며 지나간 일에 대해 통탄하는 것이다그때의 과거는 지나간 시간일 뿐이고 지금 내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과거의 결정만이 지금 현재를 바꿀 수 있을 뿐이라서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그러면서도 이렇게 과거를 되새김질을 하고후회하는 것 자체가 과거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내가 그때 그 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은 과거 그 시점에 내가 거길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가 아주 달라졌을 거란 얘기다그러니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죽을 맛이다순간에 대한 선택으로 현재가 달라졌을 거라고 믿으니 말이다그것도 현재 모든 생활은 똑같이 유지되면서 ()’만 쏙 빠지는 좋은 현재로 말이다반복해서 말하지만 니체는 그런 인과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영화를 보면 과거로 돌아가는 힘을 가진 주인공들이 있다주인공들이 후회되는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서 과거를 바꿔놓으면 현재 전체가 바뀌어 버린다그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여자 주인공이 죽는 바람에 남자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여 주인공을 살려 놓으면 여 주인공은 다른 곳에서 죽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대신 죽는다우리가 생각하듯이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현재 내 삶에서 ()’을 제외하고 모든 삶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단편적인 인과로만 생각하니 과거를 돌이킬 때마다 그 자리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고 영원한 벌을 스스로 받게 되는 것이다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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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그러하기를 원했다!”라는 것은 무엇인가이 이야기를 하려면 니체의 힘의지를 설명해야 한다. 니체는 우리 내부에 감정이성느낌본능 등 여러 가지 힘이 있는데 그 힘들이 싸움을 벌인다고 보았다. 한바탕 싸움이 일어났다가 승자가 결정이 되면 이긴 힘을 따라서 나머지의 힘들도 함께 행동한다는 것이다술을 마시기를 원한 힘이 이겼다면 다른 힘들은 술을 마시기로 한 결정에 복종한다그러니 내가 원했다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내 안의 모든 힘은 그런 행동을 하도록 온 힘(!)을 모은 것이다. 그런 힘들에 의해 행동한 과거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우연들이 모여 현재가 이루어졌다. “그때 나한테 결혼해달라고 했잖아이럴 거면 왜 그랬어내가 내 눈을 찔렀지..”라고 말한다하지만 상대방은 나에게 제안을 했을 뿐이고 그것의 결정은 내가 내렸다내 안의 모든 힘들이 결혼을 하도록 힘을 모았는 얘기다지금 죽이니 살리니 하며 싸워도 그때 결혼 결정 때문에 잘못 사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시댁이 개입해서인지 돈 때문인지 사랑이 식어서인지 우리가 아는 인과로는 알 수 없다다만 “OK” 사인을 내가 했다는 점이다힘들이 치고 박고 싸워서 내린 결정이었다힘들은 결혼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달렸다내 사인 없이 어떻게 결혼이 가능했겠는가그런데 결혼생활에 회의가 들면 자꾸 내가 능동적으로 사인을 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상대를 탓하게 된다내가 결정했고 선택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피해자가 아니라 그 상황의 참여자가 될 수 있다내 모든 힘은 이미 결정을 내렸고 -그것은 내가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다만 시간이 흘러 내가 그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알게 되면 상대를 탓하고 나를 괴롭히는 것을 멈출 수 있다의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미 내 힘들은 하나를 향해 움직였던 것이다그리고 그 결정이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도 아니다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과거로부터 징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

 

 

3. 힘의 변형

A의 암은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인 삶이 만든 결과가 아니었다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A가 그 때 온 힘을 다해 을 벌겠다고 자신의 힘을 모았다는 점이다. A는 힘을 반동적으로만 썼다반동적이라는 것은 외부의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을 유지하고 고집하는 힘을 말한다. 처음에는 밥도 잘 챙겨먹고 잠도 잤을 것이다그러다가 점점 을 벌겠다는 힘이 커지면서 잠도 줄어들고 밥 먹을 생각도 쉴 생각도 없어졌을 것이다힘을 유연하게 쓰지 못하고 을 벌겠다는 데에 온 힘을 모았기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그러다보니 돈을 잃게 되면 내가 그랬어야 했는데하며 자신을 비난했고 심지어 그때 잘 했으면 돈을 벌었을 거라는 착각에도 빠졌다그러면서 스스로를 벌주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A에게는 고착돼 있는 자신의 힘을 변형시키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암이라는 녀석도 생각해보면 반동적 힘의 최고봉이다암은 죽지 않고 자신을 계속 복제한다자신을 지키려다가 오히려 몸 전체가 병들어 암도 몸도 다 같이 죽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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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이런 반동적인 힘이 없을까? 내게는 고통이 없는 삶이 좋은 삶이고 그런 상태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고통을 피했고 조금이라도 힘들면 그만두었다나는 온 힘을 다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힘을 썼다요즘 수영장에서 스타트(다이빙)를 배우고 있다나는 스타트를 위해 레인 끝에 서면 자세를 잡았다가 포기하기를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른다한 번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배며 얼굴이며 물에 부딪쳐서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그 후 나는 수영을 배울 때마다 스타트 직전까지만 하고 말았다굳이 아파가며 배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나는 반동적인 힘을 주로 고통을 외면하는 데 사용했다마치 고통을 알게 되면 그 병을 겪을 것처럼 말이다그래서 필사적으로 고통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어떤 고통이 있는지 얼마 동안이나 아픈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무조건 외면하기로 결정했고 온 힘을 다해 고통으로부터 도망쳤다가능한 멀리그동안 감이당 공부를 하면서 변화가 없다고 느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는지 모른다부끄럽지만 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공부하고 글을 썼다니...


그렇다면 이런 외면하는 힘은 어떻게 변형 시킬 것인가? 힘 그 자체만으로는 변화가 어렵다힘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데 그 힘의 방향을 바꾸려면 다른 힘과 부딪혀야 하기 때문이다우리에게 다른 힘이란 타인을 만나고 공부를 하는 것이다나에겐 니체와 A와 B가 다른 힘이다니체와 부딪히며 A와 B와 만나면서 질문이 바뀌었다. “고통은 정말 피해야만 하는 것인가?” 며칠 전 심한 감기몸살로 몸져 누웠을 때 순간순간 괜찮은 시간들이 있었다그런 시간에는 일어나 밥을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카톡도 했다니체만 봐도 아프면서도 글을 썼고다리가 없이 의족을 끼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으며 암 치료를 받으면서 전 세계를 배낭여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병에 걸리는 순간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그 순간 새로운 삶의 질서가 생기는 것이었다. A는 퇴원하면 회사를 다닐 거라고 했고 B는 항암 치료를 받다가 몸이 괜찮아지면 공부를 할 거라고 했다아픈 가운데 삶이 있다는 것을 니체도, A, B도 몸소 내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고통이 삶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으면 삶이 끝난다.’는 생각이 삶을 끝내버렸다통증이 오면 통증이 오는 대로 못 걸으면 못 걷는 대로 팔이 없으면 팔이 없는 대로 그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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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A와 B를 바라보던 내 시각에 변화가 왔다. A든 B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았다그리고 어쩌다보니 병에 걸린 것이다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지금 내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그것이 과거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니체는 병 때문에 괴롭고병의 원인 때문에 괴로운 것을 그만두라고 한다바꿔 말하면 나를 두 번 죽이는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 니체가 내게 전해준 말이다과거와 현재를 단편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결정적 원인은 없기 때문이다이제 나는 수영장에서 스타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아직도 그 자리에 서면 무섭고 다이빙을 할 때마다 코가 매워서 힘들다그래도 그 고통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이 더 고통스럽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한다그러면 암에 걸리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아니두렵다그렇지만 적어도 삶을 비난 하는 것을 그만둘 수 있지 않을까그리고 거기에 맞춰 다시 삶을 설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지금 모든 순간이 삶이라는 것그것을 이제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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