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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좋은 엄마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8-06-18 12:18
조회 : 148  


좋은 엄마


최소임(감이당 장자스쿨)


  임신 6개월에 회사를 나왔다. 딸을 낳고 키우면서 어느새 내 삶에서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온 것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일까? 나는 자식을 존중하고 자식이 원하는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존재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자식을 자신의 틀로 재단해서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엄마,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엄마. 이런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딸은 특목고를 가고 싶어 했다. 딸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나도 최대한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딸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으로 특목고에 입학하던 날. 그동안 힘든 여정을 잘 견뎌온 딸이 너무 기특했고, 나 또한 좋은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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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딸은 특목고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공부를 한다고 해도 원하는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 딸은 공부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맸다. 친구 관계도 꼬이고 자주 복통에 시달렸다. 나는 힘들어하는 딸을 지켜보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딸의 방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딸을 학원에 데려다 주려고 함께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딸이 갑자기 스르르 쓰러지며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조금 전까지도 괜찮았는데. 학원이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거 아냐. 하루 종일 빈둥거려놓고 뭐가 힘들다고.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꾀병을 부린다고 야단치고 억지로 학원에 데려갈 수는 없었다. 지금도 공부에 흥미가 떨어져서 저러는데 밀어붙였다가 확 손을 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괜찮아? 병원에 안가도 되겠어?”

병원 갈 정도는 아니야.”

오늘은 학원 못가겠다. 쉬어라.”

  조금 있다가 딸의 방으로 갔다. 딸은 언제 아팠냐는 듯이 멀쩡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내가 꾀병인 것을 눈치 채고도 그냥 넘어가는 것을 딸도 아는 듯했다. 그러니 더 이상 꾀병을 앓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아무렇지 않은 딸을 보니 짜증이 더 올라왔다. 어떡하지? 그래 더 잘해주자. 그러면 고마워서라도 미안해서라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지 않겠어. 애써 태연한 척 부드럽게 딸에게 말을 건넸다.

뭐 먹고 싶어? 맛있는 거 먹으면 기운이 날 거야.”


  하지만 딸은 나의 기대를 벗어났고 오히려 그런 나의 마음을 이용했다. 딸은 고등학교 시절 내내 아팠다. 나는 아프다는 연락이 오면 학교로 달려가서 병원에 데려가고, 맛있는 거 먹이고,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고 달랬다. 나날이 쪼그라드는 기대를 어떡하든 붙잡으려고 불안에 떨면서. 내 발등을 내가 찍은 셈이다.

  나는 자식을 존중하고 자식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돕는 좋은 엄마였을까? 딸이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고 방황할 때,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회피하는 구실을 제공함으로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좋은 엄마는 내가 원하는 대로 딸을 공부시키려는 전략에 불과했다. 겉으로는 다 이해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통제하려는. 그렇다면 다른 관계는 어떨까?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딸,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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