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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기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8-06-22 17:28
조회 : 331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기




매정(감이당 장자스쿨)

  1년쯤 전부터 나는 취직을 준비하는 딸을 조금이라도 공부 시키려고 아침에 깨워놓고 나갔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딸은 그대로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하릴없이 어영부영 1년여를 보낸 딸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던 나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딸에게 올해 5월까지 취직을 안 하면 용돈이라도 네가 벌고 엄마 카드는 반납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그랬더니 딸은 안 하던 설거지도 가끔 하고, 엄마와 나는 공동운명체라는 등, 엄마는 박근혜이고, 자기는 최순실이라는 등, 아리송한 애교까지 떨게 되었다. 
  이런 딸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모두 깔깔대고 웃으면서 딸이 자신을 너무 잘 안다고 말들을 한다. 정말로 최순실이 박근혜를 이용한 것처럼 엄마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하며 또 다시들 웃는다. 순간 나는 멍해졌다. 딸이 엄마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건가? 
  일요일 오전에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을 먹는 딸에게 “면접에 입을 옷을 준비해야 되지 않겠니?”하며 슬며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딸은 “작년에 산 옷이 있어, 먼저 면접까지 가야 옷 생각을 하지”라고 말한다. 이에 “면접까지는 못가더라도 알바 할 때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다시 말하니, “알바는 생글생글 웃으며 붙임성 있게 굴기만 하면 돼, 정장은 필요 없어”라고 대답하는 딸의 눈동자가 언 듯 흔들린다. 
  예전의 우리들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공장에 나가서, 하다못해 버스 차장을 해서라도 가족의 경제를 보탬이 되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나도 국민학교 4,5학년 때부터 밥하고 설거지를 하였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는 지방에서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집안일을 다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나 자신의 경제를 책임졌다. 결혼해서는 내가 직장생활을 해서 시댁의 생활비에 보탬을 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삶에 대해서 마음속으로는 뭔가 내가 부당한 희생을 하고 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딸은 나와 같이 살게 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딸이 집안일을 하고 자신의 경제를 자신이 책임지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딸에게 당당히 말해야겠다. 자신의 용돈은 자신이 벌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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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딸에게 경제적 자립을 요구하는 요즘, 딸은 예전과는 다른 여유 없는 모습을 보인다. 며칠 전에는 딸과 같이 식당에 가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 식당 종업원이 4인석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2인석에 앉으라고 하자 화난 모습으로 식당을 뛰쳐나가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 식당은 서비스를 그 따위로 하니까 곧 망할 거야!”하고 딸을 달랬지만 딸은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식당에 들어가 따져서 사과를 받아낸다. 나는 이제 딸에게 잔소리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일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설거지는 안 돼 있고, 고3인 아들은 밥 달라고 말하면 집에서 놀면서 설거지도 안 한다고 딸에게 화가 나서 우당탕거리며 설거지를 했다. 그러면 딸은 내 눈치를 보며 좌불안석이었다. 하지만 딸에게 잔소리를 않겠다고 생각한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설거지는 안 되어있었지만 짜증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설거지를 했다. 그러자 딸이 조심스럽게 자기가 설거지를 할까? 하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비워서 그런지 설거지가 그다지 힘들지 않아 역시 딸에게 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말했다. 딸은 내가 화를 냈을 때보다 의외로 더 미안해하며 주변을 맴돈다. 딸의 모습에서 내가 심적으로 물러섰기에 나타난 여유가 보인다. 
  하지만 설거지를 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딸과 나의 휴전 상태인 지금이 계속된다면 딸은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나에게 의지하는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이고 나도 그런 딸을 돌보는 지금까지의 삶의 회로에 의지하여 살아가게 될 것임을. 다시 힘을 내서 딸과의 불화를 무서워하지 말고 딸을 독립 시켜야겠다. 이 투쟁만이 나를 기존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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