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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친구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8-07-10 10:35
조회 : 620  

친구




이시영 (감이당 장자스쿨)

  나는 친구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한명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만났고 친구로 여겼던 사람들 중에는 나를 배신하거나 곤란한 처지에 빠뜨리거나 다시 만나보면 대화가 통하지 않아 멀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란 나와 친한 사람을 말한다. 친하다는 것은 가까워져 정이 쌓이는 것인데 정이 쌓인다는 것은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이나 친근감은 숱한 마주침 속에서 나와 경험을 같이 하거나 정서적 공감을 이룰 때 생긴다.
  25년 전에 만난 입사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결혼 전에는 퇴근 후 함께 영화를 보고 카페에 가고 여행을 다니기도 하며 결혼하지 말고 재미있게 지내자고 약속을 했지만 나는 결혼을 하고 동기는 미혼이다. 동기가 1년 전 내가 근무하는 도서관에 발령받아 같은 팀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조직상 내가 팀장이고 동기는 팀원이라 아무리 조심을 해도 자주 마찰이 일어났다. 얼마 전 자신이 맡은 일이 힘들고 다른 직원들이 도와주질 않는다고 강도 높은 짜증을 부려서 큰소리로 그 일에 대한 진위를 따졌는데 진위를 떠나 내가 큰소리를 낸 것이 자신을 무시해서라고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냉대하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큰소리를 낸 것에 대해 여러 번 사과를 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주변에 나와 싸웠다고 알리고 다른 팀으로 옮겨갔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내가 친근하게 여기고 정을 쌓았던 친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동기가 냉대하는 동안 나는 몇 안 되는 친구중 하나가 없어진 공허함을 느꼈다. 나와 오랜 경험을 같이 했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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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인문학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루쉰, 니체, 대학, 논어, 사주명리 등 준비한 프로그램을 듣고 돌아가는 표정이 좋았다. 신청자들이 모이기 전까지는 혹시 참가인원이 미달되어 폐강해야하지는 않을까 불안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고 강의후 설문조사지에는 만족 이하는 없을 만큼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들은 강의가 끝난 후에 따로 동아리를 만들어 독서활동을 했다. 인문학 프로그램은 내가 직접 들어보고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져 도입한 것인데 다수의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공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모두가 가깝게 느껴졌다. 전에는 업무적으로 운영자와 참가자로 구분 지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구분이 지어지지 않았고 그들이 나와 같은 방향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76세의 키 큰 할아버지의 농담, 60대 전직 은행원의 작은 친절, 흰긴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시는 70세 할머니의 환한 미소, 친구들과 놀거나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느라 이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낼 것 같은 20대 남학생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난주에 나왔던 분이 나오지 않으면 허전하고 걱정도 되며 정이 쌓여 갔다. 모두 나의 친구 같다, 그들과 나는 정서적 공감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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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친구가 없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오랜 경험으로 만난친구도 서 있는 현장에 따라 불신하며 상처를 줄 수 있고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다수의 사람들도 정서적으로 공감하여 친근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타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경험과 공감을 통한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 입장을 헤아리고 나만의 잣대로 상대를 재기보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해야한다. 그것은 늘 한결같을 수가 없다. 누구나 살아가는 현장이 다르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친근감과 사랑이 있는 친구로 생각했으나 상대도 나를 친근하게 여겼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이 나의 일방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동기가 나를 보는 관점이 직장 내에서 자신을 지휘 감독하는 이질적인 모습으로 보였고 그것이 오랜 기간의 정과는 대비될 수 없는 이질감을 느껴 분노를 일으켰다면 경험을 함께했다고 해서 늘 친근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정서적인 공감대를 생겨 친근하게 생각한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공감대를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프로그램을 기획한 배경을 공개하거나 문서로 발표하지 않았으니 그들은 내가 같은 공감대를 가졌다는 것을 모른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무미건조한 공무원으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은 나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친구라고 할 수도 없다.
  며칠 전 오랜 친구였던 동기가 다시 인사발령을 받게 되어 사무실에 들렀는데 서로 애써 모르는 척하다가 서로 동시에 잘 지냈냐는 말을 던졌다. 그는 나를 냉대했던 기간 동안 마음이 괴로워서 매주 다녔던 교회도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나 역시 다른 어느 때보다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상하관계로 만들어진 조직 안에서 같은 행동을 해도 다르게 해석했다. 프로그램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은 책을 매개로 한 만남이므로 감정적 부딪힘이 적다. 그래서 경계가 쉽게 무너져 가깝게 느껴지지만 이 역시 지속적이지 않으면 그 공감은 사라지고 친근감이 줄어들 것이다. 경험을 함께 하거나 정서적 공감대를 함께 느낀다고해서 모두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며 자신을 의심하고 익숙한 것들을 결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서로 모르는 길을 물어 갈 수 있는 묻고 답하는 공부의 길이 아니면 그들을 친구로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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