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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Q 글소식]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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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8-09-06 11:43 조회1,7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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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쓰기⑨-​ 

 

 

곯아가는 가부아픈 여인들

 

가부의 권력의 중심은 가모이지만가모까지도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여인이 있으니 바로 궁중에 살고 있는 원춘귀비이다그녀는 가부의 흥망성쇠의 상징이다어느 날궁궐에서 급한 전갈이 왔는데 원춘귀비가 병이 났단다문병을 하러 궁에 들어오라는 전갈이었던 것이다.

 

눈부신 침전에 외로이 누운 원춘남자 가족들은 밖에서 대기하며 명패만 들이밀 수 있는 처지다원춘은 부모형제지간이건만 늘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만도 못하군요.”라며 눈물을 흘린다누구나 우러르는 고귀함의 상징이지만 그녀의 현실은 비참하다아픈 처지에 사랑하는 아버지도 남동생도 볼 수가 없다

 

다행이 원춘의 건강은 회복되었지만궁에서 어떤 귀비가 죽었다는 소문이 들리면 가부는 가슴이 철렁한다중국에서 완전 인기 만점이었던 옹정황제의 여인을 보면 황제를 모시는 후궁들이 교실 하나는 족히 꽉 채우고도 남는다그 여인들의 인생은 암투이외엔 없어보였다아프기까지 한 원춘의 서러움은 말라죽고 있는 박제의 그것처럼 보인다.

 

원춘만 아픈 것이 아니다언젠가 유산을 한 이후로 계속 좋아졌다나빠졌다하고 있는 희봉도 두문불출할 때가 잦아졌다또 며느리 악다구니 속에 속앓이 하던 설부인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쓰러진다모두가 아프고 모두가 정신없다

이런 가운데원래 몸이 약한 대옥이의 건강이 심상찮다어느 날어떤 매파같은 여자가 와서 대옥이를 한번 훑어보고 간 후대옥은 매우 불쾌하면서도 자신이 이제 시집갈 나이가 되었음을 자각한다그러자 가슴 속에서 천 가닥 만 가닥의 상념이 밀려오고자신의 처량맞은 신세가 보옥과 맺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에 이른다이제 대옥이의 마음은 보옥이와 맺어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되지만그것은 설레임이나 기대가 아니라 체념과 슬픔의 정서로 다가온다대옥은 본투비 청승이 아닌가... 

 

그녀가 오래 앓아오던 폐병은 드디어 각혈을 하는 단계에 이른다몸이 한 층 나빠지고 약해진 대옥에게 보옥은 더욱 정성을 쏟으며 자주 놀러오지만보옥이 그런 대옥의 마음을 알 턱이 없다

 

여인네들의 몸에 병이 깃든 것처럼 가부는 재정상태에서나 상하기강에서나 비틀거리고 허물어지고 있다하녀집사격인 주서댁이 밖에서 돌고 있는 가부에 대한 소문을 희봉에게 전해준다이 가부에는 아직도 금창고가 꽉 차있고귀비가 수레에 금은보화를 싣고 온다는 소문이다하늘의 달을 갖고 싶어한대도 누군가 따다 줄 지경이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다희봉은 그 소문이 우습다는 주서댁에게 말한다

 

 

그런 소문들은 우스운 것이 아니라 두려운 거야우리 형편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참에 밖에서도 이렇게 쑥덕거리고 있으니 말이야속담에도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한다.’라는 말이 있는데하물며 허명인 바에는 더 말할 것도 없지종국에 어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거든.”(p.5권 81)

 

소문은 호의적인 것이 없다특히 돈이 많다는 소문은 백이면 백 악의적이다그 많은 돈이 나에게까지 나눠지지 않을거라면 그 부자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폭삭 망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가부는 지금 그런 마음들 가운데에 위태하게 서 있다그런데 이미 껍데기뿐돈이 없다그러니 두려울 수밖에하지만 희봉은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씀씀이를 줄여보려 하지만어떻게 손대야 할지도 모르니 그저 티도 안 나는 작은 지출을 줄여보는 것으로 허리끈을 졸라매는 시늉을 한다

 

여인들의 병이 이토록 다양하고 요란하게 진행이 되는 가운데 가부의 병페도 점점 더 골수까지 파들어가는 형세다

이것은 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금릉의 4대 가문으로 가씨와 함께 위세를 떨치는 설씨는 설반이라는 아들 하나 때문에 패가망신중이다장사를 해보겠다고 길을 떠난 설반이 어떤 주점의 점원을 때려죽인 것이다아들이 이 지경임에도 눈물을 찍어내며 돈을 구해 보내랴가부에 가서 청원을 넣으랴 분주한 설부인을 보면, ‘이것이 바로 이 아들을 망쳐왔던 어머니의 사랑법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설반의 살인사건 문제는 홍루몽에서 매우 희소한 사회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는 부분이다이 부분 때문에 중국의 적지 않은 홍학자들이 홍루몽이 썩어빠진 봉건제도를 고발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설반은 자신의 동행인인 예쁜 창극배우(남자장옥함을 주점의 점원이 힐끔거렸다고 다음날 그 주점에 다시 가서 술을 마신다계획범죄다술을 바꿔달라 했는데 점원이 안바꿔줘서 화가나서 술 사발로 머리를 여러차례 내리찍어 죽인다죽이기 위해 시비를 걸었고죽이려고 여러차례 내리찍었다하지만 설반의 사촌동생 설과는 매우 착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형님의 죄를 마구 각색하여술을 안 바꿔줘서 화가 나서 그냥 술사발 던진 사건으로 만들었고나중에 다시 심리를 할 때는 더욱 변주되어 술을 쏟아버리려고 사발을 던졌는데하필 그 점원이 뭘 집으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재수 없게 머리를 얻어맞아 죽은 사건이 되었다사건은 치밀하게 각색되지 않는다같은 편 끼리도 말이 안맞고 너무 엄벙덤벙 황당하기까지 하여 장난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문제는 이런 황당한 썰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하나 남은 셋째 아들을 억울하게 잃고 법정에서 소리 질렀다가 끌려난 피해자 가족만 가슴에 멍이 들었을 것이다이것은 관리사회에 만연한 병폐다이 사건 외에 가우촌이 등장하면서 가부를 둘러싼 바깥 사회의 모습이 간간이 나오는데가우촌은 뇌물을 받고 판결을 고치기도 하고가부의 가사를 위해 한 가난한 사람의 재산인 골동부채 몇 십 개를 강제로 빼앗아주기도 한다그 과정에 숱한 목숨들이 파리처럼 허무하게 죽어나갔다

 

여자와 가문과 사회이 세 몸체에 병이 깊어간다가문은 흥청망청한 것이사회는 비리로 가득 찬 것이 병이다여인들의 병은 각기 다르긴 하지만마음의 병이다소녀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착과 원망을 알게 되었다소유를 욕망하게 되었다.깔끔떠는 것으로 온갖 유난을 떠는 묘옥마저도 삿된 마음이 마음에 한 번 일자그 날로 귀신에 씌어서 심장에 병이 든다보옥을 보고 일순간 가슴이 뛰었던 탓이다.

 

소녀들은 성년이 되면서 소녀시절과 결별한다마음에는 번민이 생기고 몸에는 병이 생겼다가문의 병폐를 보니 이제 흥성했던 시절과는 곧 빠이빠이라는 걸 알 수 있다모든 익숙한 것들과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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