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雷復
復, 亨. 出入无疾, 朋來无咎, 反復其道, 七日來復. 利有攸往.
初九, 不遠復, 无祗悔, 元吉.
六二, 休復, 吉.
六三, 頻復, 厲, 无咎.
六四, 中行, 獨復.
六五, 敦復, 无悔.
上六, 迷復, 凶, 有災眚. 用行師, 終有大敗, 以其國, 君凶, 至于十年, 不克征.
초장부터 불원복을 말하다니
지뢰복 괘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건 초구의 효사였다. 不遠復(불원복), 无祗悔(무지회), 元吉(원길). 복괘가 어떤 상황인가. 소인(음효—)이 판을 치던 산지박 괘(䷖)에서 겨우 살아남은 양효(군자ㅡ) 하나. 나약하기 그지없는 양효 하나로 잃어버린 도를 회복하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아직은 소인의 기세가 등등한 세상. 힘이 되어줄 벗들이 오기를 기다려 조심조심 나아가야 하는 때가 아닌가. 이 판국에 시작점부터 다짜고짜 ‘멀리 가지 않고 회복하면 후회에 이르지 않아 크게 길하다’니.
회복한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문제가 질병이라고 치자. 감기처럼 그냥 왔다 가는 거라면 대체로는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고 그러면 후회에 이를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정도는 아예 처음부터 문젯거리도 안 된다. 그러니 꽤 심각한 병이 난 건데 초효(初九)부터 不遠復(불원복)이라고? 처음부터 그리 멀리 가지 않고 도를 회복하는 길로 들어서려면 초장부터, 아니 문제가 드러나기 전부터 그 기미를 알아차려서 방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도를 회복할 테니까.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럴 능력만 있다면야 인생사 어떤 일이 닥친들 뭔 걱정이랴.
스물한 살 봄 꼬리뼈에 이상이 생겼을 때, 일시적인 문제겠지 곧 낫겠지 생각했다. 이놈이 류머티즘이라는 이름으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 살줄은 꿈에도 몰랐다. 운동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다치기도 많이 했고, 관절을 움직이면 늘 소리가 났고, 뼈마디들이 개운치 않은 느낌이 있었다. 그게 시초였나 싶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돌아보니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거지, 솔직히 그런 것들이 류머티즘의 조짐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설사 조짐을 알아차렸다 한들 그것이 곧바로 제대로 된 치료로 이어졌을 거라 장담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