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天大畜 ䷙
大畜, 利貞, 不家食, 吉, 利涉大川.
初九, 有厲, 利已.
九二, 輿說輹.
九三, 良馬逐, 利艱貞. 曰閑輿衛, 利有攸往.
六四, 童牛之梏, 元吉.
六五, 豶豕之牙, 吉.
上九, 何天之衢, 亨.
주역의 大畜괘는 축적에 대한 담론이다. 우리 시대의 축적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증식하는 자산 축적에만 포인트를 둔다. 그 부가 어떻게 순환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담론은 풍부하지 못하다. 그러나 주역의 대축괘는 한마디로 우리 시대의 소유와 증식을 전복하는 담론이다. 즉 축적이 극에 이르렀을 때 대축괘는 모두 흩어버린다. 그래서 ‘하늘의 거리가 형통하다.’(何天之衢, 亨)고 한다. 어떻게 하나도 쌓인 것이 없을 때를 가장 큰 축적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대축괘의 축적방식은 초반에는 위태롭게 여기고 그쳐 멈추라고 한다.(有厲, 利已) 필요하다면 달리는 수레바퀴의 차축을 스스로 풀기도 한다.(輿說輹) 축적하는 초기에는 쾌속 질주는 금물이다. 왜일까? 축적의 초기에 진정으로 쌓아야 하는 것은 내면의 덕이기 때문이다. 만약 덕을 충분히 쌓지 않는다면 부귀를 얻었을 때 혼자서만 누리려는 탐심을 저지하려는 주역의 장치로 보인다. 그래서 대축괘의 초효나 이효는 그치고 때에 따라서 수레바퀴 차축을 풀라고 하는 것이다. 강건하게 달려 나가려는 탐심이 올라올 때 스스로 ‘輿說輻(여탈복)’하라는 지혜가 놀랍다!
이렇게 덕을 충분히 쌓고 난 후라야 세상에 유용한 기술지를 배우라고 한다. 그러나 그때도 원칙은 있다. 좋은 말을 타고 달려 나갈 때 어렵게 여기고 바른 도리를 따라 나아가야 한다. 더 많이 축적하려면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그러려면 속도가 중요한데 왜 대축 괘에서는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주역에서는 덕을 축적하고 세상에 필요한 기술지를 익혔다면 그 덕과 기술지를 나만을 위해 증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대축 괘는 덕과 기술지를 축적한 후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고 순환시켜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