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금요대중지성)
雷水解 ䷧
解, 利西南, 无所往, 其來復吉, 有攸往, 夙吉.
初六, 无咎.
九二, 田獲三狐, 得黃矢, 貞吉.
六三, 負且乘, 致寇至, 貞吝.
九四, 解而拇, 朋至斯孚.
六五, 君子維有解, 吉, 有孚于小人.
上六, 公用射隼于高墉之上, 獲之, 无不利.
올해 스물두 살인 딸이 드디어 독립하기로 했다. 어렸을 적부터 관계의 어려움을 겪어왔던 아이인지라 본인으로서는 큰 결정을 한 셈이다. 딸이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로서의 입장도 쉽지만은 않았다.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다 보니 딸아이는 자꾸만 방으로 숨어들었다. 그 아이를 바깥세상으로 내보기 위해 그동안 갖은 노력을 다해보았다. 마찰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공부의 즐거움을 누리다가도 문득 자기만의 세상에 숨어 있는 아이를 보면 은근히 올라오는 엄마로서의 죄책감을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늘 해결되지 않은 문제 하나를 안고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런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공부가 무의미해지며 모든 것이 허무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딸아이의 독립 결정은 본인 못지않게 나에게도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사실 문제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겪어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설상가상, 첩첩산중 문제가 점점 꼬여갈 때가 있다는 것을. 참으로 막막한 상황. 그럴 때 사람들이 흔히 내놓는 답이 있다. “때가 되면 다 해결되게 되어 있어!” 딸아이의 문제로 답답해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알려준 해결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 보편적 상식만으로 해결되는 만만한 장이었던가? 개인의 당면 문제로 돌아오는 순간 혼돈의 도가니탕 안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때’라는 시간성을 인식하기도 힘들지만,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식칼 제 자루 깎기’ 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 주역에서는 답이 있다고 한다. 이 상황을 말해주는 괘가 바로 뇌수해 괘이다. 뇌수해 괘에는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는 방법이 담겨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찾는 방법은 해(解)괘의 어느 자리에 있을까? 상육효에 있다. “공용석준우고용지상 획지 무불리(公用射隼于高墉之上, 獲之, 无不利.)” 공이 높은 성벽 위에서 매를 쏘아서 잡으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공(公)은 군주는 아니지만 아주 높고 존귀한 위치의 사람을 말한다. 그의 이러한 존재감은 그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가 이 열쇠를 갖게 된 것은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천천히 풀어온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친구들이 몰려오는 것도 경험했고(解而拇), 군자의 도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당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君子維有解). 그리하여 그가 맨 마지막으로 올라간 곳은 높은 성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