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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교감은 '등'으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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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8-05 20:01 조회1,3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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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은 '등'으로 하는 것!



박장금(감이당 금요대중지성)

 


澤山咸 ䷞

, , 利貞, 取女吉.

初六, 咸其拇.

六二, 咸其腓, , 居吉.

九三, 咸其股, 執其隨, 往吝.

九四, 貞吉, 悔亡, 憧憧往來, 朋從爾思.

九五, 咸其脢, 无悔(등으로 느껴야 후회가 없다)

上六, 咸其輔頰舌

 






연구실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의 이름은 ‘겸제’다. 겸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면 연구실의 젊은 친구들은 연애를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쓰지만 그리 잘 되는 눈치는 아니다. 누구는 사랑하고 싶지만 잘 안 되고 누구는 존재 자체로 사랑을 내 뿜을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교감의 괘인 택산함에서 그 비밀을 풀어 보기로 하자. 우선 주역 구성을 잠시 짚어보자. 주역은 전체가 64괘인데 상경 30괘와 하경 34괘로 구성되어 있다. 상경은 하늘의 비전을 담았다면 하경은 땅에서 일어나는 인간사에 대한 내용이다. 하경 첫 괘가 ‘함괘’로 시작한다. 함(咸)은 ‘느낄 감(感)’자에서 온 글자인데 인간사를 남녀 교감에서 시작하고 있다. 남녀가 교감하면 후손을 낳는 등 관계가 형성되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날 테니 함괘를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이제 함괘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함의 괘사는 ‘형통한데 바르게 해야 이로우니 여인을 취하면 길하다(咸, 亨, 利貞, 取女吉)’이다. 남자가 여자를 취해야 길하다고 했는데 핵심은 ‘바르게’에 있다. 어떻게 바르게 할 것인가. 택산함은 산 위에 연못이 있는 형상으로 백두산 천지가 떠오른다. 흐르는 물이 우뚝 솟은 산 위에 위치하는 경이로움. 산은 기꺼이 자신의 위용을 포기하고 물을 받아들일 때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 같은 호수가 형성되어 온갖 생명이 자랄 수 있다. 공자님은 이것을 보고 배워 “마음을 비워 남을 받아들”이라고 하시는데 이것이 ‘바르게’의 태도인 것이다. 양인 산은 자신을 낮추어 아래로 가고, 음인 물은 자신을 힘들게 높여 위로 가듯 상대와 만나려면 기꺼이 자신을 비워야 한다. 함괘의 효사는 자신을 비워 교감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첫 스텝은 발가락이다. 발가락이 통한다? 이것은 의식으로 통제되는 영역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끌릴 때 이유가 없다. 교감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사건이다. 육이는 장딴지로 올라가는데 거기서 느끼면 흉하니 멈추라고 말한다. 몸으로 느끼는 감각에 집착하면 쾌락을 탐하게 되니 교감이 일어나지 않는다. 구삼도 여전히 몸의 반응에 매여 있는 상태이다. 구사에 이르러야 겨우 마음이 통하게 되지만 그것도 정서적 즐거움에 머물 수 있다. 맨 마지막 효는 입의 교감인데 영혼 없는 립 서비스에 머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교감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구오는 ‘등으로 느껴야 후회가 없다.(咸其脢 无悔)’고 말한다. 등? 맞다. 내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곳이다. 우리는 늘 상대와 마주본다. 그때 특정 감각에 빠져 더 좋은 촉감, 더 예쁜 것, 더 좋은 소리 등을 원한다. 등으로 느낀다는 것은 이런 감각적 쾌락에서 벗어난 관계 맺음을 의미한다. 즉,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 상대를 존중할 때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앞서 언급했던 산이 자신을 비워 물을 받아들인 모습인 것이다. 등으로 느끼라니 잘못하면 다른 감각은 모두 무시하고 등의 감각만 중시하라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함괘는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하여 장딴지, 넓적다리, 마음, 등, 입까지 교감에 위계가 있는 듯 보이지만 교감이란 6개의 감각기관이 의식됨 없이 작용하는 활동이다. 소동파가 비유를 잘 들고 있다.“발이 신발을 잊지 못하면 신발은 구속이 되며 심하면 족쇄가 된다. 허리가 허리띠를 잊지 못하면 허리띠는 재앙이 되며 심하면 밧줄과 오라가 된다. 사람이 종일토록 신발과 허리띠를 하고도 싫어할 줄 모르는 것은 이것을 잊었기 때문”(『동파역전』2권, 청계, 269쪽)이라는 것. 특정한 감각에 집착하는 것은 발이 신발을 느끼는 것과 같아서 결과적으로 구속이나 족쇄가 된다. 그러니 특정 감각에 매이지 않아야 비로소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 그 상태를 '등으로 느낀다'고 한 것이다.





겸제돌잔치.jpg


교감은 '등'으로 하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겸제^^




이제 사람들이 겸제만 보면 안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아이는 한 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세상과 교감하기 위해 ‘모든 감각을 적극적으로 발휘’하니 존재 자체로 생명력을 내뿜을 수 있고, 그 힘이 모두를 끌어당겼던 것. 요즘 젊은 친구들이 연애가 힘든 이유도 알 것 같다. 상대를 존중하기 보다는 더 센 쾌락, 더 좋은 선물, 더 좋은 몸매에 집착하지 않는가. 사심을 내려놓아야 모든 감각이 활발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그 때 비로소 교감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교감을 원한다면 ‘등’으로 하시라. 겸제처럼 사심 없이 세상과 접속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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