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다닐 때 살아남기 위해 달렸다. 잘 살기 위해 열심히 달렸건만 몸과 마음은 갈수록 망가졌다. 멈추고 휴식을 하고자 공부의 장에 접속했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는 사회가 주입한대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난 자율 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회사생활을 했다. 그런 분위기는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라는 의식을 생기게 했고 나도 모르게 그것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신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난 적어도 나쁜 짓은 하지 않았으니 괜찮은 사람이고, 성공은 못했지만 직장인으로 평범한 삶을 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무의식에는 남을 이겨야 산다는, 내가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은 상관없다는 검은 마음도 함께 자랐던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세상을 위기로 인식해서 남보다 빨리 달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라는 명령이었던 것!
정말 충격이었다. 나의 무지가! 더 많은 것을 알면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그렇게 공부한지 10년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다른 문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권력 지향적이다. 오만하다. 몸을 돌보지 않는다.” 등의 평가가 그것이다. 특히 ‘권력 지향적’이란 평가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정치판도 아닌 공부의 장에서 무슨 권력? 난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산책과 주역 암기를 열심히 했다. 평소와 다른 리듬이 부여되자 신기하게도 나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많이 공부할수록 좋고, 많은 사람이 나에게 동의할수록 좋아하는 나. 돈을 벌 때와 아이템만 바뀌었지 패턴은 그대로였다. 이런 상태는 병증으로도 드러났는데 평소에는 오버하다가 갑자기 퓨즈가 끊기듯 위가 멈춰 체하기 일쑤였다. 폭주하거나 스톱하거나 속도 조절이 안 되는 고장난 기계! 이것이 나의 몸, 마음, 삶의 상태였고, 이런 상태가 ‘권력 지향적’이란 평가로 드러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