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부를 하고 놀랐던 것의 하나가 탐진치貪瞋痴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탐욕은 어떤 거창한 것을 탐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탐욕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계속 내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 지금의 좋은 상태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이런 게 탐욕貪입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걸 밀어내고 거부하는 마음이 성내는 마음, 분노瞋입니다.
언뜻 좋아하는 게 이루어지길 바라고 싫어하는 걸 밀어내는 건 당연한 거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실상과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매 찰나 인연조건에 따라 변하는 게 세상존재의 실상이라 했습니다. 이 존재의 실상을 모르는 게 무지, 어리석음痴입니다. 애초에 좋고 싫고를 분별하는 마음도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니 무지가 탐욕과 분노를 일으키는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탐진치를 안고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원하는 걸 붙들고 고정시키려는 마음인 탐욕은 이제 그 대상에 달라붙어 고착됩니다. 애착하는 거지요. 우리가 달라붙어 애착하고 있는 게 어디 사람에게 뿐인가요. 집에, 일에, 먹는 것에, 돈에, 명예에, 인정욕망에, 심지어 공부에도…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렇게 뭔가에 달라붙어 바라고 원하는 것의 힘으로 살아가는군요. 사랑과 애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