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0대 초반 정규직이다. 20대 초반부터 회사생활을 했으니, 꼬박 10년을 한 셈이다. 취직하고 돈을 벌고 승진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배치 안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당연한 코스라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나’라는 ‘주체’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스를 기반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넓은 아파트에서 스위트홈을 꿈꾸며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을 잘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감이당’을 알게 되었고, 공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뜬금없이 내 인생에 공부라고? 솔직히 말해, 나는 책과 영~거리가 멀다. 학창 시절,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책이라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학도 가지 않았고, 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시작한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었다. 그러던 내가 두껍고 어려운 철학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있자면 ‘사람 팔자(八字) 알 수 없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전의 나를 상상하면 도저히 예상치도 못한 전개가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연? 필연? 누가 시켜서? 아니면 스스로 원해서? 솔직히 이유를 찾을 여유도 없다. 현재 나는 『천개의 고원』을 읽으며, 매일 매일 어떻게 쓸까 고민하며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