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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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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8-24 22:10 조회1,2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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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감이당)

나는 30대 초반 정규직이다. 20대 초반부터 회사생활을 했으니꼬박 10년을 한 셈이다취직하고 돈을 벌고 승진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배치 안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당연한 코스라고 생각했다그것만이 라는 주체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고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코스를 기반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넓은 아파트에서 스위트홈을 꿈꾸며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을 잘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감이당을 알게 되었고공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뜬금없이 내 인생에 공부라고솔직히 말해나는 책과 영~거리가 멀다학창 시절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책이라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대학도 가지 않았고친구들보다 일찍 사회에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시작한 것이 자랑이라면 자랑이었다그러던 내가 두껍고 어려운 철학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있자면 사람 팔자(八字알 수 없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전의 나를 상상하면 도저히 예상치도 못한 전개가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우연필연누가 시켜서아니면 스스로 원해서솔직히 이유를 찾을 여유도 없다현재 나는 『천개의 고원』을 읽으며매일 매일 어떻게 쓸까 고민하며 사는 중이다.

『천개의 고원』, 빨갛고 엄청난 두께의 이 책을 받을 당시 나는 심한 기침과 고열로 병원에 누워있었다. 식욕도, 의욕도, 아무 감정도 없이 팔에 꽂힌 주삿바늘 하나에 의지한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고, 서문을 읽어 가던 중 역자의 마지막 말에 갑자기 심장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신에게 드릴 테니 부디 기쁘게만 살아라.” 나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아… 나는 지금 기쁘게 살고 있는 것인가’라고 중얼거렸다. 도대체 『천개의 고원』은 어떤 책이길래 역자는 독자들이 이 책으로 인해 기쁘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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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게 산다는 것은 삶을 수동이 아닌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다. 감이당 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돈’이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은 전부 ‘자본의 명령!’에 의해 수동적인 행동에서 비롯된 환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는 누구도 명령할 수 없는 나만의 능동적인 실천이다!

『천개의 고원』의 저자들은 지속적인 실천의 집합을 ‘도주선’이라고 한다. 도주선은 언제나 긍정적이며, 여기에는 항상 기쁨이 존재한다. 하지만 도주선은 그냥 그려지지 않는다. 신중해야 하고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무기를 가지고 도주하라!’ 우연히 만나게 된 『천개의 고원』은 지금 나를 이루고 있는 자본의 배치에서 달아날 수 있는 도주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고원 안에는 다양한 출구들이 있다. 각각의 고원은 독립적이지만 충분히 서로를 연결접속 하고 있다. 나의 삶과 고원의 개념이 글로써 결합할 수 있을까.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는 것은(마무리는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글을 써야 하는 ‘실천’이다. 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무엇으로부터? 자본으로부터! 이 실천이 언제나 내 삶의 기쁨이 될 수 있기를!

  그것은 하나의 수련(修練)이며, 하나의 불가피한 실험이다. 그것은 당신이 그 실험을 도모하는 순간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당신이 도모하지 않는 한 그것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확실치 않다. 당신은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 그것은 결코 관념, 개념이 아니며 차라리 실천, 실천들의 집합이다.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개의 고원』, 2003, 새물결, p287)

write-839225_1920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는 것은 또 다른 글을 써야 하는 ‘실천’이다. 나는 지금 글쓰기로 도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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