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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일과 공부, 두 마리 토끼 포획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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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8-27 10:36 조회1,3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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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연 (청년 스페셜)

나는 일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직장에서 일도 하고, 공동체 내에서 공부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공부하는 것들이 일에도 쓸모가 있길 바랐다. 정확히 말하면 공부한 것들이 내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길 바랐고, 그래야 이 공부가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계속 다녀야한다고 믿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일터에서는 늘 빨리 퇴근하고 싶었고, 공부하는 곳에서는 일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일할 때는 공부가, 공부할 때는 일이 끼어드는 것이 불편했다. 이런 마음을 안고 살아가자니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이즈음 마음속에서 질문이 떠올랐다. ‘둘 다 하고 싶다는 것은 역시 욕심인가?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어느 날, 양명의 제자가 공무와 송사로 바빠 공부에 매진할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자 양명은 내가 언제 평소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공부하라고 한 적이 있냐고 따끔하게 말한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를 하는 동안 공부할 수 있다고. 아니, 공부는 지금 그 자리에서 하는 거라고 말이다. 송사에 임할 때 사사롭지 않게 마음을 쓰고, 한순간이라도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너의 공부라고. 이것이 바로 ‘사상마련(事上磨練)’이라고! 공부는 고요할 때하는 마음수양이 아니라 부딪히는 일상 속에서 하는 거라고 말이다.

알 듯 말 듯 아리송하다가, 불현듯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양명선생이 말하지 않았던가. 일상 속에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고. “그래! 일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자! 일하는 곳을 공부하는 곳으로 만들어 보자!” 일하는 시간도 공부하는 시간이 되면 언제나 공부하고 있는 것이니, 일과 공부가 서로 방해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일하는 곳에서도 충만할 수 있고, 공동체에서 공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결핍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그런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자에게 해주던 양명의 말 중 ‘사사롭지 않게’라는 말이 걸렸다. 나는 사사롭게 일을 대하고 있었다. 주3일만 일할 수 있는 직장은 놓치고 싶지 않고, 정해진 업무시간 외에 어떤 노력도 하고 싶지 않은 나. 일을 돈벌이로만 대하고 싶은 나. 이건 욕심이었다. 한동안 나는 이 사사로운 욕심만 덜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일상을 공부로 만들어보자던 호기로운 나는 어디로 간 것일까? 적당히 돈벌이로만 대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다가가면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발목을 잡는 다른 것이 있었다. 돈벌이로만 선 긋게 되는 이유, 그건 직장에서의 일이 ‘나를 속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아는 척, 잘하는 척 다른 업체를 대해야 했고, 또 그럴듯하게 포장된 결과물을 내야만 했다. 이런 마음들을 눈감은 채 좋은 조건을 보고 회사를 다니는 것이, 오히려 ‘사사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일만 일할 수 있는 꿀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회사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 일을 그만두기로 한 것이 나의 일상을 외면하는 것만 같았다. 양명은 공부가 따로 있지 않다고, 지금 자리에서 하는 것이 공부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회사’라는 공간에서 부딪쳐 공부한 결과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내 욕심 안에 또 다른 사사로움을 본 것이다. 그래서 결정할 수 있었다. 나를 속여야 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좋은 조건에 눈멀어 있는 내 사사로움을 내려놓기로!

작전명, ‘일과 공부, 두 마리 토끼 포획작전’은 실패했다. 3일만 일하는 꿀맛 같은 직장에 품고 있던 사사로운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나는 기꺼이 실패를 맞이했다. 지금 나는 직장을 잃었지만, 일상에서 공부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양명은 내가 있는 자리가 어디든 그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지금의 자리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나의 사사로움을 덜어내는 과정이고, 매순간 부끄러운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다. 이렇게 《전습록》은 나를 끊임없는 공부의 장으로 밀어 넣어준다. 나를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주는 이 책을,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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