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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족의 탄생]새로운 연애법을 창조하라!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9-08-28 09:58
조회 : 244  
이소민(감이당)

1. 대화의 기술이 필요해~

연애를 하다보면 가장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남친이다. 수시로 연락하고 데이트하지만 정작 해야 할 얘기는 하지 않는다. 나의 과거 연애도 그랬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첫 번째 남친에게는 “왜 사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통보했고, 두 번째 남친은 갑자기 “너랑 연락하기 싫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자와 함께 잠수를 탔다. 그동안 함께 지낸 시간에 대한 배려 따윈 없고 한 마디, 문자 한 통으로 모든 관계가 정리되었다.

몇 년 전, 감이당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좀 다르게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풀집(감이당 여자학사) 언니들과 매달 푸닥거리를 했다. 푸닥거리란 마음에 쌓인 것들을 모두 털어놓고 리셋하는 자리이다. 난 처음에 푸닥거리를 할 때마다 울었다. 왠지 언니들이 나에게 뭔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푸닥거리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말하는 법을 배우니 언니들과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

남친과도 불편한 감정을 담아두지 않고 서로에게 다 터놓고 말하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푸닥거리였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남친과는 처음 리듬을 맞춰가는 단계라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니 거의 매일 싸웠다. 그날도 역시나 부딪쳤다. 시작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일상을 물어보며 통화 중이었다. 그러다 동의보감에서 배운 내용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남친은 서양의학에서는 이렇게 바라본다면서 나와는 다른 의견을 말했다.

나 : 너는 감이당에서 공부했으면서 어떻게 동의보감적인 사유를 안 할 수가 있어?

남친 : 넌 네 생각이 온전히 맞는다고만 전제하고 있어.

나 :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만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친 : 공부할 때는 무엇이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의심하면서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

나 : @.@ (멘붕) (화륵)

이 대화는 우리가 나눈 푸닥거리 중 극히 일부이다.^^;; 그 후로도 남친과 끊임없이 살벌하게 푸닥거리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어떤 성향인지 더더욱 잘 알게 되었다. 사주 명리에서 불기운에 속하는 정화(丁火)인 나와 수렴 기운이 강한 단단한 신금(辛金)인 남친. 나는 주로 화를 내고 남친은 삐친다. 이제는 남친 표정이 이상하면 바로 물어본다. “혹시, 나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러면 남친은 힘든 일이 있었다거나, 뭔가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빨리 풀어버린다.

예전에 연애할 때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알아주기만을 바랬다. 아마 대부분의 여친이 이럴 것이다. 그런데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절대 모르고, 또 나는 나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며 감정만 소모하게 된다. 끝내 말하지 않은 것들은 쌓여 폭발하고 만다. 우리는 어쩌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 채, 내가 만든 망상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연애하고 있다면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연인과 대화하는 법을 연습해보자. 망상을 넘어 소통하는 연애로! 당신은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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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 채, 내가 만든 망상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 글 쓰고 등산하고 낭송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보기. 아니면 마트나 백화점에서 쇼핑하기. 대부분 커플이 하는 지극히 평범한 데이트 코스다. 한 친구는 말했다. 이제 최근에 개봉한 영화는 더는 볼 게 없다고. 데이트할 때마다 영화를 보니 온갖 극장을 섭렵한 그였다. 그래도 만나서 영화라도 보면 다행이다. 남친의 친구 중에는 여친이 영화 보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그는 도대체 여친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단다. 우리는 이 익숙하고도 진부한 코스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어느 가게, 어떤 영화인지만 바뀌었을 뿐, 패턴은 매번 똑같은 연애! 더 맛있는 집, 더 색다른 데이트를 찾아 헤매는 것도 지겨웠다. 자본주의에 더는 놀아나지 않으리!

첫 데이트에는 각자가 쓴 글을 보기로 했다.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카페에 앉아 얘기하는 다른 커플들 사이에서 A4 용지를 잔뜩 펼쳐놓고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매주 곰샘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를 함께 읽기로 했다. 감이당 공부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던 남친은 내 에세이도 봐주었다. 미리 글을 제출하기 전에 남친의 코멘트를 받고 수정했다. 내가 에세이로 쓰는 책을 남친도 읽었고, 안 풀리는 부분을 같이 고민해주었다. 읽은 책이 많아질수록 이야기할 거리는 더 다양해졌다.

우리는 매주 등산을 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사이로 산에 올랐다. 등산하면 할수록 쌓인 감정이 풀리는 것 같아 좋았다. 사지(四肢)를 움직이면 그 장부와 연결된 생각 또한 변한다는 사실을 이미 동의보감을 통해 배웠던 터였다. 신기한 건 산은 매주 가도 질리지 않았다. 그날의 바람, 꽃이 피고 지는 정도, 또 산을 오가는 사람들까지, 자연은 1년 365일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무엇보다 등산 후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등산 데이트에 필요한 건 오직 등산화와 간식뿐! 돈도 절약되고, 묵은 감정도 풀고, 또 매주 갈 곳이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합리적인 데이트는 없었다.

2. 낭송
돈도 절약되고, 묵은 감정도 풀고, 또 매주 갈 곳이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합리적인 데이트는 없었다.

등산하면서 낭송을 하기도 했는데, 중간 중간 쉴 때마다 낭송집을 펼치고 읽었다. 낭송하는 우리의 모습이 신선해보였는지 한 아저씨께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냥 보기 좋아 보인 단다.^^;; 그렇게 낭송모델(?)에 되어드리고 내려오는 길에는 짧은 문장을 주고받으며 외웠다.

  마음에 드는 계절에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마음에 드는 글을 읽으면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다하지만 이런 기회가 얼마나 드문지일생을 통틀어 몇 번이나 올까?

3-1 최상의 즐거움, 『낭송 18세기 소품문』, 길진숙, 오창희 옮김, 북드라망, 153쪽

등산하면서 낭송까지 하니 순환이 너무 잘(?) 되어서 문장이 몸에 흡수되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연인끼리는 특별한 선물이 필요 없다”고 한 곰샘의 말씀을 알 것 같았다. 낭송과 함께한 등산 데이트는 그야말로 선물 그 자체였다.

3. 추억 만들기에서 관계의 확장으로

보통 연애를 시작하면 둘만의 추억을 만들기 바쁘다. 고급스러운 파스타에 와인 그리고 옆에는 몇 송이 장미가 있는 사진을 수없이 보았다. 거기에 연인과 며칠이나 사귀었는지 기록하는 건 필수. 어떻게 데이트 코스가 이렇게나 똑같을 수 있는지! 이제 둘의 데이트는 인생샷을 남기고 자랑하기 위한 만남으로 변하고 만다. 오직 사진만 남을 뿐, 지금 연인과 사랑하는 시간은 증발되었다. 이 모든 것을 둘만의 재력으로 감당하려니 한 번 데이트하는데도 많은 돈이 드는 건 물론이다. 또 사진 찍는 건 어찌나 번거로운지 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남친은 여친 맘에 들게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그러다 연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사진이 삭제되는 건 물론, SNS는 서로의 잘잘못을 폭로하는 무대로 변신한다.

둘만의 데이트가 항상 즐거울 리 없다. 사랑도 봄·여름·가을·겨울의 리듬을 탄다. 주로 맛있는 것을 먹고, 재밌는 것을 같이 하지만 의견이 부딪쳤을 때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연습하지 않았다. 우리도 참 많이 싸웠다. 남친과 나는 주로 내가 있는 곳에서 만났다. 남친은 급행열차를 타고 왕복 3시간이 되는 거리를 다녔다. 매번 그가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이 사실이 너무나 당연해졌다. 남친이 나를 더 좋아해서 항상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이고, 그러니 나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이상한 권력 관계가 생겼다. 어느 날, 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내게 남친이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주위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친구들 왈, “헐~ 이런 나쁜 년을 봤나!” 나는 바로 잘못을 깨닫고 남친에게 출발했다.^^;;

그 후로 우리는 연애의 모든 상황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남친과의 문제에서는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여친인 나한테 그럴 수 있어!”라는 투정이 앞선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그러면 그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말해주었다. 남친과 이야기할 때는 분명 들리지 않았는데, 선생님들께서 말해주시니 이해가 되었고 냉전 기간은 절로 짧아졌다. 이렇게 우리의 연애가 오픈되어 있으니 남친과의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생각하고, 조심하게 되었다. 홧김에 행동하지 않았다. 덕분에 상황은 극단으로 흘러가지 않고 금방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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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의 연애가 오픈되어 있으니 남친과의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생각하고, 조심하게 되었다.

비정규직 회사원인 나와 대학생인 남친. 공부하면서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제주도, 뉴욕, 열하, 북경, 상해 등등. 돈은 없으나, 인맥으로 여행한 우리! 항상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게 전략이었다. 아무리 연인이라고 해도 언젠가 이야기할 것은 똑 떨어지기 마련이다. 연애 초반에는 서로에게 너무 잘 보이려다 어색해지고, 또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막 대하기도 하고. 둘만의 데이트는 뭔가 답답했다. 반면, 친구들과의 여행은 버라이어티했다.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화제는 다양해지는 법!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갈 곳 또한 많았다. 인맥을 이용하니 숙박비도 거의 들지 않았다. 또 친구들이 알아서 맛집과 여행지를 안내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없었다.

여럿이 여행하면서 남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친을 오직 ‘애정의 관계’에만 가두지 않으니 연애가 새롭고 가벼워졌다. 흔히 연애를 시작하면 이제껏 만나던 관계가 단절된다. 헤어지고 나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대학 내내 오직 둘만 붙어 다니던, CC들이 생각났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헤어졌단다. 쩝! 둘 만의 폐쇄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자. 에로스의 힘으로 친구들과 네트워킹하자. 관계의 확장은 곧 연애를 지속시킬 수 있는 비결이다!

돈은 없으나, 인맥으로 여행한 우리! 항상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게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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