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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나 혼자 ‘못’산다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9-09-03 19:57
조회 : 112  
문명(청년스페셜)

20대 중반, 나는 부모님과 싸우고 대차게 집을 나왔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겨울에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가급적 빨리 나가기 위해. 그렇게 나 혼자 살게 되었다. 억울해서라도 잘 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온갖 인테리어 이미지를 보고 방을 최대한 예쁘게 꾸몄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독립’된 나만의 공간으로! 그렇지만 웬걸, 현실은 ‘고립’에 가까웠다. 일상은 늘 혼밥이었다. 집-회사를 오가며 중간에 들르는 밥집이 달라지는 정도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기를 쓰고 꾸민 방에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혼자 잘 살 거야!’ 하며 의지를 불태운 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몸을 경직시켰다. 나만의 공간은커녕, 점점 들어가기 싫은 곳이 되어버렸다. 관계하지 않는 편안함도 잠시뿐이었다.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릿속에는 별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자! 하지만 그 끝에 도착하는 곳은 늘 쇼핑몰이었다. 백화점, 화장품 가게, 대형마트까지. 집을 나서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사러 가야만 했다. 이 회로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었다. 답답했다. 공허함과 외로움이 불쑥불쑥 찾아들었다. 뭔가 다른 삶을,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다 감이당&남산강학원에 접속했다. 그곳에서 만난 『동의보감』은 그런 내게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생명’이라는 이름의!

사람의 몸은 밖으로는 우주, 안으로는 오장육부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동의보감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신형장부도」는 이 ‘연결성’을 잘 보여준다. 간심비폐신은 따로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막힌 데 없이 열려있어 서로 기운을 주고받는다. 그 밑에 달린 손진인의 말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닮았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을 닮았다.’(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북드라망, p.22) 헐~ 머리는 하늘과, 발은 땅과 연결되어 있다니!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내 몸은 자연과 우주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지 이 연결성을 한 번도 인식하지 못했을 뿐.

혼자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자유인 것처럼 떠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홀로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게 점점 익숙해졌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즐기는 듯했다. 아니,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예찬하는 미디어처럼. 하지만 동의보감은 말한다. 생명은 절대 그런 식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독립된 나만의 공간은 사실 이웃과의 단절, 불통의 신체를 만드는 길이었다. 현대의학에서도 이웃 세포와 교류하지 못하고 증식하기만 하는 세포를 ‘암’이라고 한다. 나도 ‘생명’이기에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혼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 왜? 재미없으니까!

동의보감은 우리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계 맺고 있다고 말한다. 상생과 상극의 메커니즘으로! 간(목)은 심장(화)를 생한다. 땔감이 있어야 불이 타오르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 불꽃은 물의 제어를 받지 않으면 제멋대로 타오른다. 따라서 물의 기운을 가진 신장이 심장을 극한다. ‘상생’이 있으면, ‘상극’도 있기 마련이다. 삶의 역동성은 여기서 나온다. 상극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관계 맺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니, 생명이기에 피할 수 없음을 말이다. 내 안의 오장육부가 그러하듯이 나도 역동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만의 공간에서 나와 상생상극의 장으로 기꺼이 들어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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