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4년 겨울에 결혼했다. 결혼을 하면서 남편 뿐 아니라 원치 않았던 선물도 받았는데, 그건 시어머니였다. 내게 시어머니는 새롭고 이질적이며 당황스러운 세계,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외부였다. 어머니는 설거지는 당연히 며느리의 몫이다, 문안 인사를 하지 않는다, 시부모의 생일상을 차리지 않는다 등등의 말로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나는 이런 못된 사람을 만나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것이 억울했다. 내게 시어머니의 행동은 불합리했을 뿐 아니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늘 속으로만 열불을 내며 괴로워했다.
그러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을 읽으면서 책에서 말하는 ‘원한감정’에 꽂히게 되었다. 시어머니에 대한 내 감정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런 불행이, 내가 왜 이런 나쁜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해야해!’라는 마음을 원한감정으로 이해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받고 있지만 특별히 대항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 말이다. 나는 원한감정의 해소법을 잘 파악해서 내 문제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엇이 원한감정인지조차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태로 공부를 마무리했다.
올해 내 생일 날, 시어머니는 지난 날 불같이 화를 냈던 일을 모두 잊었다는 듯, 웃으며 내게 꽃다발과 용돈을 안겨주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 아니라, 나 자신한테 진 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우리 사이의 안 좋았던 일과 상관없이 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 대한 미움에 휩싸여 있어 아무리 좋은 장소에서 좋은 음식을 먹어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이런 나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어머니는 나에 대한 미움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그저 자신이 있는 현장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상대가 아니라 내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도덕의 계보학』을 펼쳤다. 그제야 비로소 원한감정이 새롭게 읽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