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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참을 수 없는 번뇌의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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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09-20 21:32 조회1,1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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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남산강학원 청공스페셜)

 

‘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니까 좋겠다’ 한 때 회사생활을 같이 하던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친구들은 만나기만 하면, 아니 만나지 않아도 단톡방에서 늘 이상한 상사 밑에서 회사를 다니는 고충, 가족의 홀대에도 집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한다. 그런데 어느 날 훌쩍 떠나 공동체에서 인문학 공부를 한다는 내 삶이 그들 눈에는 신기하고 좋아보였나 보다. 그 말에 별 거 아닌 척 하면서도 ‘맞아,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라고 속으로 우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자유로운 것이었을까? 사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말 뒤에는 하기 싫은 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염증이 있었다. 회사일이 지루해지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더 맞부딪혀 볼 생각 없이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삶을 찾으면 찾을수록, 그렇지 않은 삶의 많은 부분을 도려내야 하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작아졌다. 성장도 생성도 일어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나는 나날이 번뇌로 무거워졌다.

그런데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공부의 장에서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말았다. 글쓰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이 마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동앗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펼쳐든 것이 <맛지마니까야>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부처님 왈, 불법도 닦으면 닦을수록 수행되듯, 무엇이든 자주 떠올리고 생각하면 마음의 경향이 되어 그쪽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 나는 잘 흔들리는 성향을 탓하며 막막~하게만 여겼을 뿐, 속으로는 습관적으로 ‘힘들다, 더 쉬고 싶다, 더 게으르고 싶다…!’ 되뇌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원리를 이용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 한 고비를 넘어보는 즐거움을 배우고 싶다고 되뇌어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습관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하지만 그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또 바라보는 순간, 객관화 된 생각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업이란 하나의 커다란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하는 생각 사이에도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님들이 부지런히 정진하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방심하면 나도 모르게 휘리릭~ 이끌려 가는 마음의 힘은 무척이나 세다. 그러니 그저 하루하루 지혜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은 인간이 왜 고통에 빠지게 되는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조목조목 풀어주신다. 처음에는 너무 고원한 경지일까봐, 그리고 책이 너무 두꺼워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부처님은 반복학습의 대가이시다. 아직 경전이 나오기 전에 제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암송된 탓인지 같은 구절이 단어만 살짝 바꿔 반복된다. 그렇게 낭송하듯 책을 읽어 내려가면 나도 모르게 그 말씀에 천천히 젖어들어 간다.

게다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리얼’하다. 2500년 전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게 희노애락 속에서 아우성치는 모습에 공감도 가고, 일상 속에 인용되는 특별한 스토리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가 유독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삶에 대한 지혜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치지 않는 쾌락을 제공하는 지금의 세계에서 지혜로 방향을 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때보다 더 헤어나기 힘든 깊은 수렁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습속의 패턴을 벗기 위해 <맛지마니까야>속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빌리고 싶다. 아직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혼침한(!)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마음에 새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앞으로 펼쳐진 장엄한 불경의 세계를 읽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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