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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코를 박고 깊숙이 물어뜯기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9-09-27 21:55
조회 : 61  




코를 박고 깊숙이 물어뜯기







김주란(감이당 금요대중지성)

 

䷔ 火雷噬嗑

噬嗑 亨 利用獄.

初九 屨校 滅趾 无咎.

六二 噬膚 滅鼻 无咎.

六三 噬腊肉 遇毒 小吝 无咎.

九四 噬乾胏 得金矢 利艱貞 吉.

六五 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上九 何校 滅耳 凶.

 

감이당에는 사주명리를 공부하고 자신이 운명과 어떻게 씨름해왔는가 글로 쓰고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하여 운명의 누드글쓰기! 자기 인생을 탈탈 털면서 울다가 웃다가 자기도 몰랐던 자기를 만나기도 하고, 그때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다른 참가자 얘기를 들으며 깨닫게 되기도 하는 아주 다이내믹한 프로그램이다. 끝나고 나면 진이 쪽 빠지긴 해도 나는 이 ‘누드글쓰기’가 정말 좋다.

그래도 역시 녹록치 않은 이 강좌. 그중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참가자 중 한 분이 글쎄 20년 경력의 프로 역술인이었던 것이다. 눈빛도 음성도 예사롭지 않은. 튜터인 나도, 다른 참가자들도 그 분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오셨어요?” 다른 분들이야 그저 궁금했을 터이지만, 글쓰기와 함께 명리 이론도 지도해야하는 나로서는 사실 많이 부담스러웠다. 그분은 앞으로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고 싶고 인문학적으로 사주명리가 어떻게 해석되는지도 궁금하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부담스럽기로 치면 나보다 더할 수도 있을 텐데 용기를 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시간 우리는 결국 부딪치고 말았다. 서툴러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기를 독려하는 감이당 방식과 이건 이거다 단언하고 예측하는 프로상담가 방식의 상충!

여러 의도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이렇게 서로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건 때에 따라 다르다. 어떨 때는 기다리고, 어떨 때는 가르치고, 어떨 때는 물러선다. 그런가하면 직접적이고 강력한 힘을 써서 제지해야 할 때도 있다. 서합(噬嗑), 입속에 든 것을 이로 뜯고 씹어(噬) 삼키는(嗑)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서합괘는 괘의 모양부터가 윗니와 아랫니(초효와 상효), 그리고 그 안에 든 딱딱한 건더기(구사효)을 취하고 있다. 자, 이 입 속의 걸리적거리는 건더기를 어쩔 것인가? 뱉어버리는 것이 제일 간단하겠지만 서합의 시대, 우리의 사명은 이 건더기를 어떻게든 씹어 삼키는 것이다. 20년 경력의 프로이지만 공부하러 온 이상 그는 감이당의 학인이다. 그의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의 방식을 수용할 수는 없다. 꿀꺽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으니, 그렇다면 남은 길은?

내가 이때 취한 방식은 육이효에 가깝다. 육이효는 지위로는 다른 효들보다 결코 높지 않다. 단 중정(中正)한 자리에 있다. 누드글쓰기의 튜터란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음효인 이효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주인공(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자기 길을 가도록 안내한다. 단, 강력한 상대와 상대할 때는 그의 살에 내 코가 파묻힐 만큼 깊숙이 물어뜯는다(六二 噬膚 滅鼻). 오~ 이것은 살벌한 동시에 에로틱한 표현이 아닌가! 루쉰이 묘사한 적수끼리의 피 마르는 대결이 그렇듯, 온 힘을 다한 공격은 자기를 잊는 몰아의 경지와 상통한다. 코는 얼굴에서 가장 높고 중심에 있는 것, 그 코가 적수의 살에 파묻힐 지경이면 서로간의 경계선 또한 뒤죽박죽 헝클어진다. 씹어 삼키기 이전 물어뜯는 단계에서 이미 섞이고 있다! 이것이 서합의 시대, 강력한 초효를 타고 앉은 이효의 관계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과연 이렇게 열렬히 그를 물어뜯었던가? 거기까진 자신 없다. 하지만 나름 필사적으로 이빨을 박았다.^^;;; 이대로라면 모든 멤버들이 그라는 전문가에게 의존하려들 테고 그래서야 이 프로그램의 의미가 없다. 멤버들에게 질문 이전에 자기 말로 풀라고 강조하고, 그분의 진단(?)에 대해서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분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 왜 저한테는 공격적이신 거죠?” 헉, 예상치 못한 솔직한 질문이었다. 나도 뒷걸음치지 않고 맞받았다. “선생님은 프로이시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의존하고 싶어져요. 저는 그렇게 둘 수 없구요. 제 태도가 그래서 좀 공격적이었나봐요.”

서합괘는 화뢰서합, 즉 불과 번개로 이뤄진 괘다. 불은 밝게 보는 지혜를, 번개는 행동 혹은 힘을 뜻한다. 상황을 환히 보면서 분명하고 적절하게 힘을 써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는 이곳에 전문가가 아니라 배움을 구하는 학인으로 찾아왔으나 저도 모르게 익숙한 포지션을 취했고, 나는 튜터로서 물러서지 않고 성의껏 그 지점을 물어뜯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코를 박으며 깊숙이! 그 결과는 예상보다 상쾌했다. 서부 멸비 무구(噬膚 滅鼻 无咎), 허물이 없어지도다! 모두 앞에서 펀치를 한 방씩 주고받았지만, 그 후로 우리는 한결 편해졌다. 나는 진행자로서, 그는 프로로서 갖고 있던 자의식에서 놓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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