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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족의 탄생] 동거, 나를 바꾸다
 글쓴이 : 감이당 | 작성일 : 19-09-30 23:01
조회 : 89  
이소민(감이당)

혼전 동거, 자립의 시작

감이당에 남친과 사귄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럼 이제 동거하면 되겠네~” 아니, 동거가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니?! 나에게 혼전 동거는 마치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일삼는 행위처럼 ‘나쁜’ 것으로 느껴졌다. 이제껏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다. 신기한 건 내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부류(?)였다. 유유상종이라고 끼리끼리 친구가 되나보다^^;; 친구들과는 연애 이야기를 툭 터놓고 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혼전순결’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혼전 순결에 대한 편견이 깨진 건, 곰샘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를 읽고 나서였다. 특히 춘향이와 이몽룡의 화끈한 연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작 16살의 나이에 이렇게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하다니?!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바로 동거를?! 놀라움 뒤에 이어진 생각. “왜 나는 이들처럼 자유롭게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지금까지 왜 결혼 전에 같이 살면 안 된다고만 여겼지?” 사실 혼전 동거를 하지 말라고 그 누구도 내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았고, 부모님께 말할 것이 걱정되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도 부모님 눈치를 보다니!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또 동시에 혼전 동거에 대해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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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혼전 동거에 대해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남친과 1년 정도 만나고 살림을 합쳤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남산 아래 9평 원룸이었다. 학자금 빚을 갚고 모아둔 1500만 원과 남친의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남겨주신 500만 원을 합쳐 보증금을 마련했다. 동거하기 전 나는 3년째 감이당 여자 학사에 살았는데 계속 혜택을 받는 것이 마음이 걸렸다. 내가 연구실에 아무것도 없이 처음 왔을 때처럼 또 누군가 들어와 공부하면 좋을 터였다. 또 남친과의 연애가 길어질수록 데이트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매번 밖에서만 데이트할 수도 없는 노릇. 무엇보다 남친과 동거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살 공간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내 집이 생긴다는 것! 둘의 힘으로 보증금을 해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감이 높아졌다.

집이 너무 좁아 보인다고? 전혀~ 우리 둘이 살기에 충분했다! 당시 남친은 화장실이 밖에 있는 하숙집 형태의 집에 월 10만 원을 내고 살았다. (서울 도심에 아직 이런 집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사를 한 후 남친은 흥분하며 말했다. “화장실이 집 안에 있어! 너무 행복해~” 살림을 합친다니 감이당 선생님들이 선물을 해주셨다. 세탁기, 그릇 세트, 집에 있던 교자상, 수저 두 벌, 전자레인지 그리고 동거 축하자금까지! 엄마는 친구들에게 “우리 딸 살림 차렸으니까 안 쓰는 물건 다 내놔~”라고 소문을 냈고, 그 결과 가스 압력밥솥, 그릇 등등을 얻어오셨다.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선물해주셔서 우리가 따로 산 것은 매트릭스와 수납장 정도였다. 여기저기에서 선물을 받다 보니 깨달았다. “아, 세상은 넓고 남는 물건도 많구나!” 우리의 동거로 의도치 않게 버려진(?) 물건의 순환을 돕게 되었다.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친한 선배를 만났다. 선배에게 남친과 동거하고 있다고 하니 선배 왈, “뭐? 너 어떻게 하려고 그래?” 선배의 반응에 당황해서 대화를 급히 마무리했다. 연구실 선생님들께는 남친과 동거한다고 여기저기 소문내놓고 친구들에게는 당당히 설명하지 못하는 이 황당한 상황은 무엇인가? 아직 “결혼하기 전에 같이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나 보다. 여전히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방탕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어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사회적 시선은 자연스럽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인생,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갈 뿐이었다. 남친과의 동거를 결정하며 어느새 경제적, 정신적 자립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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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의 동거를 결정하며 어느새 경제적, 정신적 자립이 시작되었다.

남친과 룸메이트로 살아가기

나름대로 동거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우리도 “9평 원룸 인테리어”에 등장하는 집처럼 꾸미고 싶었다. 남친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예쁜 그릇에 담아 먹기, 인터넷에 올라온 집들처럼 포근하게 집 꾸미기, 가끔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며 맥주 한 캔 마시기 등등. 남들은 SNS에 어찌나 그렇게 자랑을 하던지! 하지만 우리는 수납장 하나를 산 후, 바로 포기했다. 어떤 재질이 좋은지,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는지, 어떤 사이트가 좀 더 저렴한지 비교해보다 지쳐버렸다. 그리고 막상 구매 후 사용하다 보면 수납장의 색깔이 어떤 것인지, 얼마를 주고 샀는지 등등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SNS에 올라온 화려한 이미지들은 살 때만 엄청난 고민을 불러일으킬 뿐! 대부분 실용적이지 않았다. 중요한 건 SNS의 이미지가 아니라 매일 부딪치는 남친과의 관계였다. 누군가 물었다고 한다. “결혼하면 어떤 느낌이야?” “그건 말이야. 여친이 집에 놀러 와서 밥도 같이해 먹고 너무 즐거운데 집에 안 가…. 집에 보내고 나 이제 게임도 하고 할 거 해야 하는 데 말이지…” 그렇다. 우리는 예전처럼 서로 좋을 때만 만날 수 없다. 싸워도 함께 있어야 한다. 생활인으로서 남친을 만나는 것. 또 내 모든 것, 날것 그대로를 남친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장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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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부딪치는 것도 소소하고 일상적인 부분에서였다. 특히 살림하는 스타일에서 많이 부딪쳤다.

남친과 부딪치는 것도 소소하고 일상적인 부분에서였다. 특히 살림하는 스타일에서 많이 부딪쳤다. 나는 보통 무슨 일을 하면 쉬지 않고, 무리해서 하는 편이다. 일을 잘 벌이지만 마무리하는 힘이 부족하다. 반면 남친은 설거지하다가도 중간 중간 쉬었다가 한다.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서 하는 것이다. 처음엔 남친의 이 “쉼!”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자꾸 남친을 친동생과 비교하게 되었고, 불만이 생겼다. 그날도 빨래가 쌓이고, 집안일이 한가득한 날이었다. (왜 이렇게 집안일은 끝이 없는 것일까!) 때마침 남친의 컨디션이 안 좋았다. 내가 말했다.

나 : “어디 아파?”

남친 : “감기 기운이 있네….”

나 : “아고…. 남친은 맨날 아프네.”

남친 :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좀 섭섭하네.”

나 : “괜히 더 말하면 싸우게 되니까 이제 그만하자”

나는 남친에게 “왜 자꾸 아프냐”고 물었다. 그러면 남친은 자기도 아픈 원인을 모르겠는데, 또 잔소리까지 하니 힘들었다고 한다. 나는 남친의 아픔에 공감하기보다 눈앞의 집안일이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법륜스님이 팟캐스트에서 말씀하셨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돈도 아니고 외모도 아니라고. 간단히 말해서 룸메이트를 고른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함께 사는 것은 남친이라는 룸메이트와 어떻게 하루하루 생존해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이다. 각자가 30년 동안 살아온 습관을 치열하게 조율해야 한다. 어느 날, 남친을 또 다른 기준에 맞춰 비교하는 나를 보고 깨달았다. “집이 좀 더러우면 안 되나?” “왜 꼭 내 기준에 남친을 맞추려고 하지?” 남친과 싸우는 것의 대부분은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전제에서 오는 것이었다.

또 왠지 남친이라면 무조건 내 의견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왜? 날 사랑하니까! 하지만 남친이 나의 의견을 100% 따르는 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서로 생각의 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정화 스님) 혹시, 남친이 내 의견을 잘 따라준다면 의심해보라. 속으로 본심을 참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는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까? 다행히 해결책도 정화 스님께서 알려주셨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저 좋아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좋아하는 연습을 하면 내 안에 “자기 삶이 즐겁다~”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MVQ 홈페이지, <<불교와 멘토링>> 연재글, <머물지 말고 선택을 하세요> 편) 결국, 남친을 좋아하는 것을 연습하면 나에게도 좋다!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부분에서 부딪친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싸운 뒤에도 애써 좋아하는 마음을 일으키려 노력한다는 거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 다투고 화해하고 배우면서 평생을 함께할 룸메이트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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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매일 다투고 화해하고 배우면서 평생을 함께할 룸메이트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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