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의 소재였던 화성연쇄살인사건, 한강 토막살인 사건…… 연일 끔찍한 사건 보도가 이어지는 요즘이다. 그런데 끔찍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이전과는 좀 다르다. 누군가 어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놀랍지도 끔찍하지도 않다. 놀라운 것은 살인의 방법, 시체를 훼손하는 정도, 그리고 범인의 평정심(?)이다. 그리고 뉴스의 빈도에 비례해 급속히 무감해지는 나의 반응양상, 가만 생각할진대 이 또한 오싹한 일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근대 이후 인간은 자신의 폭력성을 꽤 극복했다고 믿어온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쟁 같은 집단 참사가 일단 많이 줄었고, 일상적으로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 역시 드물게 되었으니. 요즘 화제가 되는 사건들은 생존과 무관한 살인사건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요즘 사건들은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극단적인 물질주의 사회의 폐해, 현대인의 과도한 자의식과 실종된 공동체의식 등 현 문명에 혐의를 두는 진단에 눈이 가다가 ‘아냐,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내가 너무 무지한 것 같아’라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