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숙(금요대중지성)
天風 姤 ䷫
姤, 女壯, 勿用取女.
初六, 繫于金柅, 貞吉, 有攸往, 見凶, 羸豕孚蹢躅.
九二, 包有魚, 无咎, 不利賓.
九三, 臀无膚, 其行次, 厲, 无大咎.
九四, 包无魚, 起凶.
九五, 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上九, 姤其角, 吝, 无咎.
천풍구(天風姤)는 만남에 대한 괘이다.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괘가 위에 있고 바람을 상징하는 손(巽)괘가 아래에 있어 바람이 하늘 아래에서 부는 형상이다. 바람이 불어 접촉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만물과 만나는 모습이라 하여 구(姤)라 한다.
만남에 대한 괘이다 보니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수많은 만남들이 떠올랐다. 그 중 학생상담자원봉사를 하며 만난 아이들을 잊지 못한다. 법원에서 교육명령을 받은 아이들이었다. 1주일에 한번 두 시간씩 상담을 했는데, 타로를 펼쳐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하며 자신들이 한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한창 성장기의 아이들인지라 덩치도 덩치였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의 끔찍함에 비해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해맑은 모습에 너무 놀랐다. 그 중 몇 번씩 법원을 들락거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초범도 많았다. 초범의 아이를 개인 상담해보면 그 안타까운 사연에 누가 이 아이들을 탓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봐주는 어른도 없고, 있다하더라도 그 환경이 만만치 않았다. 작은 실수로 한번 법원에 오기 시작하면 자기들끼리 무리를 형성하면서 다음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 되었다. 그걸 막고, 아이들을 다시 학교와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상담의 목표였다.
하지만 1주일 한 번의 시간에 비해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 그래서 가끔은 이 한 번의 상담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 상담소 직원분이 내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좋은 부모에 대한 기억을 가진 아이는 평생을 버틸 수 있고, 좋은 어른에 대한 기억을 가진 아이는 10년을 버틸 수 있어요. 아이들의 환경은 너무 열악해요, 성인이 되어도 그 고리를 끊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세상엔 자신들을 걱정하며 지켜봐주는 어른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이가 다른 나쁜 길로 빠지는 걸 지연시킬 수는 있지요. 우리는 그저 그 역할을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