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에 대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기회가 생긴다. 몇 년이나 더 일을 하게 될지 헤아려 보기도 한다. 나 같은 중년 직장인에게 일이 차지하는 인생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선, 투자하는 시간을 계산하면 그 비중이 단연코 탑이다. 근무 시간은 물론이고 회식이며 업무 미팅을 겸한 식사자리, 동료들의 경조사까지 업무의 연장으로 치면 시간은 고무줄처럼 확장된다. 직장은 밥벌이 수단이다. 매달 받는 급여로 생계를 챙길 수 있었고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직장은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급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밥벌이의 감각만으로 노동을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구하던 시절, 나에게는 생활에 대한 감각이 희박했다. 생계를 해결하고 가족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은 후순위였다. 무언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으로 일자리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기분으로 직업을 선택했기에 직장을 가진 다른 친구들의 ‘노동’의 감각을 한동안 갖지 못했다. 그런데 활동으로 선택한 직장이 망하지 않았고 안정되게 성장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업무의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역할 분장을 했고 위계도 생겼다. 그렇게 시작의 감각과는 무관하게도 직장은 통념적인 노동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