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도주선은 ‘보고 싶은 청문’이다. : 청문은 보옥 방의 시녀로서 보옥이 어머니인 왕부인이 너무 요염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쫓아낸 시녀이다. 아픈 몸으로 치욕스럽게 쫓겨난 청문이 걱정되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던 보옥은 이번엔 혼자서 쪽문을 통해 빠져나간다. 청문의 집에 데려다 달라고 어떤 할멈에게 ‘죽어라 하고 애원하고 돈까지 건네’주어, 시동도 대동하지 않고 홀로 찾아간 것.
청문은 보옥의 방에서도 주인에게 가장 고분고분하지 않고 입이 매운데다 뻔뻔하기까지 한 시녀다. 그러나 너무나 예쁘고, 침선 솜씨로는 아무도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 한마디로 성질 값 하는 시녀라고나 할까?
보옥은 그녀와 빽빽대며 싸우고 울며불며 토라질 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과 시녀라기보다는 친구 같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다. 청문은 감기로 앓아누워있을 때, 보옥이의 공작털 외투를 밤을 새서 기워준 적이 있다. 자기밖에 그걸 기울 수 있는 사람이 없자, 아픈 몸으로 새벽 내내 집념을 불태우며 바느질을 하더니, 보옥이의 외출 시간에 맞게 수선을 마치고는 혼절을 할 정도로 살신성인의 자세로 보옥을 대했다.
쫓겨난 후, 더 이상 살 마음이 없던 청문은 도련님이 찾아온 걸 보고 감격과 회한에 펑펑 운다. 도련님과 속바지를 바꿔 입으며, 그녀는 이제 대관원 이홍원에 있는 듯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죽겠다고 했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도련님이 갈 수 있도록, 청문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써서, 도련님이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슬픈 작별을 하기 위해 청문을 찾아간 것이다.
이 일 역시 대관원에서 발생한 풍기문란 때문에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있고 나서, 그 김에 왕부인이 평소에 찜찜했던 청문을 내쫓아버린 것으로, 만일 보옥이 이곳에 온 게 밝혀진다면 아마 경을 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