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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역]일을 마친 당신, 빨리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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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11-18 18:42 조회1,53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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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친 당신, 빨리 떠나라




박장금(감이당 금요대중지성)

 

산택손(山澤損) ䷨

有孚元吉无咎可貞利有攸往曷之用二簋可用享.

初九已事遄往无咎酌損之.

(일을 끝마쳤으면 속히 떠나가야 허물이 없으니짐작하여 덜어내야 한다.)

九二利貞征凶弗損益之.

六三三人行()損一人一人行()得其友.

六四損其疾使遄有喜无咎.

六五或益之十朋之弗克違元吉.

上九弗損益之无咎貞吉利有攸往得臣无家.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각자 풀고 싶은 문제를 가지고 연구실에 온다. 내가 힘들었던 것처럼 저들도 힘들겠구나 싶었다. 난 삶의 문제를 푸는 장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사람들을 공부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동시에 떠나는 친구들도 늘어났다. 나로 인해 공부의 장에 들어온 친구들이 떠났을 때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좀 더 잘해 주었다면 남아 있지 않았을까.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고미숙 선생님께 나의 괴로운 심정을 말씀 드렸다. 그러자 그들이 나간 것은 나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위로의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러 온 것도 나와 상관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망치로 맞은듯 했는데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나의 설득으로 공부를 했다는 즉, ‘내가 했다’는 마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을 일으켰다는 것을. 그 이후 ‘내가 했다’를 내세우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해 하는 내가.

이런 생각을 전환해 주는 괘가 있다. 괘 이름은 산택손, 손해 본다의 손이다. 손괘에서 손은 손해라고 하지 않고 ‘덜어냄’이라고 한다. 손괘는 심리가 결합된 말일 뿐 물리 법칙 상으로는 손해와 덜어냄은 같은 말이다. 손괘의 덜어냄은 나에게 넘치는 것을 남에게 더해서 천하를 유익하게 하자는 것이다. 덜어내야 할 게 얼마나 많은가. 사리사욕, 인정욕망, 재물 등등 차고 넘치면 덜어내야 한다. 이것이 손괘의 미덕이다.

손괘의 괘사는 덜어냄은 믿음이 있으면 크게 길하여 허물이 없어서올바르게 할 수 있다나아가는 것이 이롭다어떻게 쓰겠는가두 대 그릇만으로도 제사에 쓸 수 있다.” (有孚元吉无咎可貞利有攸往曷之用二簋可用享) 이다.

덜어냄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언가를 얻으면 그것을 붙들고 싶기 때문이다. 달이차면 기울 듯이 차면 덜어내야 한다. 음식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음식을 먹어서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면 내보내야 하듯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덜어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괘사에서 믿음이 있어야 길하다는 것은 이런 자연의 이치를 믿어야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덜어낼 때의 태도도 중요하다. 그것을 강조한 게 ‘두 대의 그릇 제사’다. 이것은 간소한 상차림의 제사로 허례허식이 아니라 근본을 중시하라는 의미이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마음을 가져야 내 안의 잉여를 볼 수 있고 그래야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 첫 효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일을 끝마쳤으면 속히 떠나가야 허물이 없으니짐작하여 덜어내야 한다.”(初九已事遄往无咎酌損之.) 일을 마쳤으면 속히 그 자리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성과를 냈으면 더더욱, 우리는 처음부터 보상을 바라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 하나 하고도 내가 했다고 나서고 싶어 안달하는 것도 보상 심리의 일종이다. 내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때가 맞아야 하고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이룰 수가 없다. 그러니 아무리 엄청난 일도 내가 했다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짐작하여 덜어내라는 것은 종료 상황을 빨리 파악하여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을 덜어내라는 것이다.

손괘의 초효와 통하는 노자의 문장이 있다. 공을 이루고 명성을 얻으면 물러가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 공부든 일이든 버티고 노력하면 보상이 주어질 거라는 말에 익숙한 우리에게 공과 명성을 얻으면 이제 누려야 하는데 물러가라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잘 생각해 보면 자연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만약 태양이 우리에게 보상을 바란다면 누가 그것을 감당하겠는가. 어떤 결과라도 만물의 협업한 결과이지 개체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보상 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마음을 덜어내고 다음 스텝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손괘의 미덕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의 세계에는 손해도 이익도 없다. 태과한 것을 덜어내어 불급한 것에 더해주는 흐름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했다는 보상심리가 결국 나를 변화의 장에 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일을 마쳤으면 얼른 다음 스텝으로 가도록 마음의 잉여를 덜어내야 한다. 하여 매 순간의 ‘내가 했다’는 마음을 덜어내는 일이야 말로 자연과 우주의 흐름을 청정하게 하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일을 마친 당신, 보상 받고 싶은 마음에서 빨리 떠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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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猫冊님의 댓글

猫冊 작성일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 있었습니다... 나 때문에... 라고!
강좌 때 말씀해 주신대로 "모든 것은 움직이고 흐르"는 건데... 선택도 결정도 당사자가 하고
"시절 인연에 따라 흐르고 변화한다"는 말씀을 듣고 많이 위로 받고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도 그런 고민을 하셨을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