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들끓는다는 건 뭐고 그런 들끓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또 무엇일까요. 무엇일까, 라고 묻고 있지만 그게 꼭 무슨 대답이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어떻게든 살 사람은 살아가게 되어 있지, 라는 체념 반 다행 반의 심정일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세상(외부)이 들끓는 것에 비교해, 내부의 생활 리듬과 일상이 크게 틀어지는 경우는 솔직히 별로 기억에 없습니다. 아주 없지야 않았겠지만 견딜 만 했거나 대충 조절해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인생은 아름답다>거나 <삶은 계속된다>는 식의 평범한 진리를 강조하려는 건 아닙니다. 굳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1997년, 1988년은 역사적 대서사 이면에서 일상적 소용돌이에 부침하는 덕선이와 택이 같은 소시민적 역사들의 중중 무진한 세계입니다. 돌이켜보면 역사적 맥락에서의 1987년에도 혹은 그 이전 1970년대의 독재 유신체제 같은 시대 아래(혹은 이면)에서도, 일상은 늘 일상이었고 누구에게나 ‘역사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이 2019년 11월의 홍콩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제가 지금 홍콩에서 글을 써야하고, 공부 공동체를 하면서 세미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나고 나면 당연한 진리 같은 그 일상의 유장함이, 생각보다 일상을 유지하며 생활한다는 것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다는 감이 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이 무너지도록 둬서야 되겠는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