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택중부는 ‘진실한 믿음’을 상징하는 괘이다. 중부 괘는 내괘와 외괘의 중심(이효와 오효)이 모두 꽉 차 있는 양효이지만 전체적인 괘의 모습에서는 가운데 두 효(삼효와 사효)가 음효로서 텅 비어 있는 상(象)이다. 전체 괘에서 삼효와 사효가 텅 비어 있는 것이 ‘믿음의 근본’을 상징하고, 내괘와 외괘의 가운데가 꽉 차 있는 것이 ‘믿음의 바탕’을 상징한다.(정이천, 『주역』, 1179-1180) ‘텅 비어 있음’은 ‘믿음의 근본’이고, ‘꽉 차 있음’은 ‘믿음의 바탕’이다. 우선 ‘믿음의 근본’은 ‘비어 있음’이기에 그 관계가 뭔가를 주고받아야만 하는 ‘교환관계’가 아니어야 한다. 서로가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에 무엇이 끼어 있으면 그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 아마도 ‘텅 비어 있음’이란 서로 간에 ‘사심 없는 마음’을 말할 것이다. 또한 ‘믿음의 바탕’은 각각의 괘 가운데가 ‘꽉 차 있음’이다. 이는 각자의 삶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는 ‘활기찬 삶’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한 해를 보내며,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온전하게 전하려면 내 일상에 활기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서로 간의 사심 없는 마음’과 ‘각자의 활기찬 삶’이 있어야 서로의 마음은 온전히 전달되어 감응할 수 있다.
공자님은 풍택중부 괘, 구이 효를 「계사전」에서 별도로 가져와 해설하고 있다. “군자가 집에 머물러 있더라도 그 말이 좋으면 천리 밖에서도 감응하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집에 머물더라도 그 말이 좋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거스르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군자의 말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지만 백성에게 퍼져나가고, 행동은 가까운 데서 하지만 먼 곳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말과 행동은 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김용옥, 『주역 계사전 강의록』, 미출간, 79) 공자님은 좋은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사심 없는 마음’과 ‘각자의 활기찬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행동이라면 그 말과 행동은 먼 곳에까지 전해져 감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그 말과 행동이 꼭 무엇인가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거나, 활기 없는 일상에서 나온 말과 행동이라면 이는 모두에게 거슬리는 말이 된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영혼 없는 ‘건강 축원’과 ‘복 타령’을 그만두자. 대신 내가 지금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가를 먼저 돌아보자. 또 이런 내 마음이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말자. 오늘 내가 전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나의 활기찬 일상의 삶’에서 나온 것이라면, 멀리 있는 사람들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그 마음을 감사히 받고 화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