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효는 중(中)을 얻었고 양강한 자리에 있는 자이지만 바른 위치를 취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강한 힘을 써서 상대를 막무가내로 끌어당기려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다행히 서로 응하는 관계인 육오효를 보면서 지혜롭게 임한다는 게(知臨) 뭔지 배운다. 육이효 역시 자리는 바르지 않지만, 거중(居中)하고 유순한 체질이기 때문에 “아랫사람에게 임하는 방도를 아는 자이다.” 육이효가 전하는 지혜로운 소통이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다가갈 때 지극한 관용의 태도로 설득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으로 꽉 찬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를 판단하는 잣대를 접고!! 이렇게 하면 “단지 그 명령에 순종하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未順命也)”에 아랫사람도 기쁘게 따를 수 있다.
임괘를 공부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에게 갖는 반감의 이유를 생각해봤다. 사실 지금은 부모의 경험이나 과거의 생존 방식이 유용한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 경험에 집착하는 기성세대보다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청년들이 다가올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젠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세상은 LTE 급으로 바뀌고 있는데 눈 막고 귀 막고. 자신이 알고 있는 좁은 식견으로만 세계를 해석해서 그걸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정말 “안티 기성세대”,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이다.
임괘의 괘사에서도 “8월이 되면 흉함이 있다.”라는 말로 천지 만물의 순환을 강조한다. 이는 절기로 볼 때 양의 기운이 자라는 12월(임괘)을 지나 8월(관괘)에 이르면 다시 음이 득세하게 되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이치를 설명한 것. 이제 우리는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앎도 생장소멸을 겪으며 변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때와 시세를 파악할 줄 아는 지혜와 접속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혜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아량과 덕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닐까.
▶ 배너를 클릭하시면 MVQ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