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화는 위로 빠르게 활활 타오르고 빠르게 흩어지는 기운이다. 특히 습기가 없는 건조한 날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 몸에서 화를 주관하는 곳은 심장이다. 그런데 심장에서는 불이 빠르게 타서 사라지지 않는다. 심장은 이 따뜻한 기운을 사지 말단 모세혈관까지 보내야 한다. 전신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 빨리 타서 사라지지 않도록 제약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물, 즉 수(水)이다.
우리 몸에서 물은 신장이 주관한다. 신장은 하초에 있다. 물은 본래 위로 오를 수 없는 성질을 지녔지만 신장의 물은 위에 있는 심장의 불을 극하기 위해 위로 올라간다. 심장과의 관계가 형성되자 반대 방향으로 성질이 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가 화를 극할 때 불은 정미롭게 탈 수 있다. 이를 두고 한의학의 오행이론에서는 수가 화를 극한다고 한다. 수극화(水剋火).
이제 심장의 불은 물을 머금었기 때문에 물처럼 아래로 흐를 수 있다. 그것은 물질적으로는 혈(血)이다. 심장의 불은 혈맥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며 사지 말단까지 도달하여 따뜻하게 해준다. 그런 다음 다시 심장으로 귀환한다. 이처럼 신장의 물이 올라가고 심장이 불이 내려오는 것을 ‘수승화강’이라 한다. 우리 몸은 수승화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변해간다.
이처럼 신장의 물과 만난 심장의 불을 군화(君火)라 하는데 군화는 혈맥을 통해 혈액에 실려 운반되면서 기초 체온을 유지할 뿐 아니라 일상의 정신작용도 담당한다. 감각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감정을 일으키는 정신 활동들이 혈액에 힘입어 행해진다. 심장 이외의 장부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군화의 기운과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