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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동의보감]음허화동과 수승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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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이당 작성일19-12-30 14:07 조회1,6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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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허화동과 수승화강

박정복

어떤 사람이 발목 아래가 늘 뜨거워서 겨울에도 버선을 신지 않으면서 늘상 타고난 체질이 튼튼하여 추위를 타지 않는다고 자랑하였다이에 내가 말하기를 이는 족삼음(足三陰)이 ()한 것이므로 빨리 성생활을 끊어 음혈(陰血)을 보해주어야 일찍 죽는 것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그러나 그는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으나 나이 50도 되기 전에 위증(痿證)에 걸려 죽었다.

(「잡병편」, ‘화(火)’, 1185쪽)

fire-4029360_1920불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화는 위로 빠르게 활활 타오르고 빠르게 흩어지는 기운이다.

불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화는 위로 빠르게 활활 타오르고 빠르게 흩어지는 기운이다. 특히 습기가 없는 건조한 날에는 더욱 그렇다. 우리 몸에서 화를 주관하는 곳은 심장이다. 그런데 심장에서는 불이 빠르게 타서 사라지지 않는다. 심장은 이 따뜻한 기운을 사지 말단 모세혈관까지 보내야 한다. 전신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너무 빨리 타서 사라지지 않도록 제약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물, 즉 수(水)이다.

우리 몸에서 물은 신장이 주관한다. 신장은 하초에 있다. 물은 본래 위로 오를 수 없는 성질을 지녔지만 신장의 물은 위에 있는 심장의 불을 극하기 위해 위로 올라간다. 심장과의 관계가 형성되자 반대 방향으로 성질이 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가 화를 극할 때 불은 정미롭게 탈 수 있다. 이를 두고 한의학의 오행이론에서는 수가 화를 극한다고 한다. 수극화(水剋火).

이제 심장의 불은 물을 머금었기 때문에 물처럼 아래로 흐를 수 있다. 그것은 물질적으로는 혈(血)이다. 심장의 불은 혈맥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며 사지 말단까지 도달하여 따뜻하게 해준다. 그런 다음 다시 심장으로 귀환한다. 이처럼 신장의 물이 올라가고 심장이 불이 내려오는 것을 ‘수승화강’이라 한다. 우리 몸은 수승화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변해간다.

이처럼 신장의 물과 만난 심장의 불을 군화(君火)라 하는데 군화는 혈맥을 통해 혈액에 실려 운반되면서 기초 체온을 유지할 뿐 아니라 일상의 정신작용도 담당한다. 감각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감정을 일으키는 정신 활동들이 혈액에 힘입어 행해진다. 심장 이외의 장부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군화의 기운과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군화외에 또 하나의 다른 성질의 화가 있는데 그것은 상화(相火)이다. 상화는 군화처럼 물과 섞여 지속적으로 흐르지 않고 기초대사를 만들지도 않는다. 원래 불의 속성대로 순간순간 일시적으로 타오르는 강한 힘이다. 이는 간, 담에서 이루어지는 모려와 결단,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기발한 아이디어, 예기치 않은 상상력’1)등 ‘순간적으로 점화되는 생리적 에너지’2)다. 성에너지도 상화라 할 수 있다. 우리 삶에 활력이 생겨나게 하는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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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상화의 활동이 너무 과도할 때이다. 신장의 물과 섞이는 대신 열이 너무 과한 때문에 신장의 수분을 졸여버릴 뿐 아니라 온 몸에 퍼져 있는 수분 즉 피와 땀과 정액 등을 졸여버린다. 그럴 때 온갖 감정이 오장 육부에서 화로 일어나 몸을 상하게 한다. ‘몹시 성내면 화가 간에서 일어나고 취하거나 지나치게 먹으면 화가 위에서 일어나며 방사가 지나치면 화가 신에서 일어나고 너무 슬퍼하면 화가 폐에서 일어나는데 심은 군주의 기관이기 때문에 자체에서 화가 일어나면 죽는다.’ 심지어 ‘원기, 곡기, 진기를 탈취해간다’고 까지 하고 있다. 몸의 진이 다 빠지는 것이다. 심장으로 올라갈 물이 없어져 수승화강도 무너져 버린다. 이를 ‘상화망동(相火妄動)’, 혹은 ‘음허화동(陰虛火動)’이라고 한다. 불의 양기가 치성한 만큼 물의 음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붙인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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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몸은 열로 뜨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열은 군화가 아니라 상화가 망동한 열이다. 허열이다. 동의보감에선 이 열은 고칠 방법도 별로 없다고 한다. “음허화동으로 인한 병이 들었을 때 열에 하나도 살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간혹 이 열을 건강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겨울에도 발목이 뜨거워서 버선을 신지 않은 위의 사람이 그렇다. 족삼음은 다리 안쪽을 지나는 3개의 경맥으로 족태음비경, 족궐음간경, 족소음신경이다. 이 세 경맥이 허하다는 것은 비장, 간장, 신장에 음이 허해서 병이 깊었다는 말이다. 이때는 음혈을 보충해주는 약을 먹어야 하고 상화를 쓰지 말아야 한다. 의원이 보기에 이 사람은 성욕을 지나치게 쓴 것 같다. 이를 절제하라고 주문하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성욕만큼 절제하기 어려운 것도 없고 생명을 갉아먹는 것도 없다. 옛날도 이러한데 지금은 온통 사방에 성광고가 넘치고 매일 성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지금은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성문제 뿐인가. 밤을 새워 일하고 놀고 각종 중독에 빠지고. 우울증, 각종 정신병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상화망동이 일상화 되고 있다. ‘자본의 흐름 자체가 상화의 태과에 의거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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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이 내놓는 처방은 ‘화가 동하는 것은 마음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니 마음을 안정하라'(1190쪽)고 한다. 심의 화를 끄는 ‘정신이 안정되면 심화가 저절로 내려가고 정욕이 끊어지면 신수가 저절로 올라간다'(1190쪽)고. 수승화강을 하라는 것.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하체운동을 많이 하는게 좋다. 걷기는 가장 하기 쉬운 운동이다. 걸으면 발다닥의 용천혈을 자극하게 되는데 이는 신장과 통하는 혈이다. 따라서 걸으면 신장에 물을 생기게 하고 위로 올라가게 할 수 있다.

(1) 고미숙,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그린비, 316쪽

(2) 안도균,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동의보감』, 작은길, 172쪽

(3) 고미숙, 위의 책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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